Tuesday, October 1, 2019

1910 [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농업협력 방안





[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농업협력 방안

[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농업협력 방안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10-01









북한과의 농업협력 방안이 논의된 국제학술회의에서

이화영 한국 경기도 평화부 지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문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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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11:40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사진 제공:문성희)







<질문>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건 별로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문성희 박사님, 최근에 러시아 연해주의 우수리스크에서 열린 북한의 농업개혁을 주제로한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하셨죠?



문성희: 네, 한국 경기도러시아의 연해주농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동북아 농업협력에 관한 국제 학술회의가 8월 초에 러시아에서 열렸습니다. 저도 참석해서 북한의 농업개혁정책 등에 관해서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의견도 교환했습니다. 주로 한국 분들이 많이 참석하셨는데 경기도 관계자, 연구자, 학자, 실무자들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연해주농업연구소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연구원, 극동연방대학 교수 등 러시아 측에서도 여러 분이 참석하셨습니다. 중국 옌벤대학교의 조선족 교수들도 몇 분 오셨어요. 물론 일본에서는 제가 참석했지만 저는 한국인이니까 순수 일본인 참가자라고는 말할 수 없지요.



<질문> 그러니까 한국, 러시아, 중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들이 주로 참가했다는 말씀이시죠?



문성희: 네, 인상적이었던 건 회의장에 참가국들의 깃발이 걸려 있었는데 한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깃발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발언할 때 이렇게 말했죠. “여기에 모자란 깃발이 3개 있습니다. 미국, 일본,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회장에서는 웃음도 나왔지만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과거에 북한 핵문제를 논의한 6개 나라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한데 모여야 북한과 관련해 더 좋은 의견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부 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 쉽지 않지만, 학자나 연구자, 나아가서 실무자들이 모이는 기회는 앞으로 가까운 시일에 실현됐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주로 어떤 문제들이 논의됐나요?



문성희: 학술회의의 정식 명칭은 ‘2019 동북아 농업협력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북한농촌개발 국제 컨퍼런스’ 입니다.

분과는 모두 4개.



  • 북한 농업 현황과 과제, 
  • 지자체(경기도)의 동북아 및 북한농업 협력 방안, 
  • 북한의 개혁개방과 농업, 
  • 연해주에서의 남북러 농업협력의 현황과 발전방향


으로 나눠서 각각 1시간-1시간 반 정도씩 보고와 토론이 있었어요.



각 분과별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본은 동북아 각 나라들이 어떻게 북한 농업을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주로 토의했습니다. 워낙 짧은 시간이라 깊은 토의는 못했지만, 각 보고를 들으면서 시사점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구체적으로 좀 설명해 주시요. 어떤 측면이 시사적이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경기도가 어떻게 하면 북한의 농업 발전을 돕거나 북한과 경제협력을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제시한 보고나 발언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경기도의 축산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것을 어떻게 남북 축산교류와 연결시키겠는가 하는 발표도 흥미로웠습니다. 그 발표에 따르면 축산분야 남북 협력사업으로는 양돈축사 설치 지원이 우선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도 대북제재, 그리고 북측의 수용여부 등 고려해야 할 측면에 대해서도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런이런 조치를 취하면 대북제재를 이겨낼 수 있다든가 그런식으로 굉장히 구체적인 보고가 있었습니다. 유엔 제재나 5.24 조치 등 대북 제재에 걸리는 항목도 물론 있는데 지원가능한 항목도 있답니다. 그리고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같은 것도 제기하고 있어서 경기도 분들이 북한과의 농업 협력을 위해 여러모로 많이 고민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이 보고대로 북에 대한 양돈장 지원이 실현된다면 연간 약 840톤의 돼지고기 생산이 기대된다는 것이에요. 이건 약 420만 명분에 달한답니다.



<질문>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 많은 고기를 공급할 수 있네요?



문성희: 네 그렇지요. 보고에서도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고, 축산분야에서의 남북 상호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하고 있었어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는 한국 롯데가 운영하는 거대한 농장이 있다. 사진:문성희



<질문> 축산분야 남북 협력모델을 말씀하셨는데, 최근에 한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돼지 사육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돼지에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인데 감염을 막을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미 북한에서는 지난 5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발생해 남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문제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외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북한이 외면하는 배경, 뭐라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인데요 아마도 지금은 하여튼간에 한국과의 관계는 모두 단절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다른 나라 같으면 정치적으로 관계가 안 좋더라도 진짜 어려운 그런 방역협력을 받는 것 자체는 받자고 생각하는 데 북한은 그런 측면이 모자란다고 할까, 정치와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시점에서는 한국의 도움을 어찌됐건 받지 않겠다, 이야기도 안 하겠다,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질문> 그렇다고 해도 북한 평안도에서 돼지가 거의 전멸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도움을 받지 않겠다, 이런 생각인 모양이군요.



문성희: 그게 좋다고 저도 생각하지 않는데 아무래도 배경을 생각한다면 그런 것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런거죠.



<질문>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볼 때 그렇다는 말씀이신데, 북한의 돼 지 사육에 관해 잠시 언급하셨는데 혹시 북한에서 돼지농장을 방문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문성희: 돼지농장 자체는 방문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농촌의 개인 집에서 돼지를 기르고 있는 걸 봤어요. 제가 받은 인상은 돼지를 집단으로 기른다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기르고 있다는 거였어요.



<질문> 그런가 하면 북한에서는 이전부터 초식동물 사육을 장려해왔다면서요?



문성희: 북한에서는 ‘풀을 고기로 바꾼다’ 는 구호 아래 풀 먹는 집짐승, 즉 염소나 토끼 등 초식동물을 많이 기를 것을 장려해왔지요. 그러니까 물론 돼지를 기르는 것도 중요한데 북한 실정에 맞추려면 풀 먹는 집짐승의 마리 수를 늘이기 위한 지원이라 할까 조언을 주는 것도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북한에서 염소가 많이 사육되고 있는가요 그럼?



문성희: 네 2003년에 조선신보 평양특파원을 할 때 염소종축장이라는, 염소를 기르는 목장을 직접 취재한 적이 있어요. 황해북도 봉산군에 2001년에 세워진 종축장인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현지지도한 유서깊은 곳이에요. 당시 책임기사를 하던 분의 말로는 사료의 원료는 염소들이 좋아하는 풀, 강냉이대, 가둑나무로 이것을 미생물 처리해서 분쇄한다는 말이었어요. 그대로 주는 것이 아니라 가공해서 주니까 염소들도 좋아한다, 뭐 그런 것이었고. 종축장이라고 하는 만큼 여기서는 우량품종을 길러 새끼를 다른 목장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2002년에는 황해북도의 시, 군에만 공급하고 있었는데 2003년부터는 북한의 각 도, 시, 군 등 공급 범위도 넓어졌다는 것이었어요. 여기서는 젖 가공용과 고기 생산용의 염소를 함께 기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제 16년 전의 일이라 여기 종축장이 그대로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계속 ‘풀과 고기를 바꾼다’는 사고방식으로 왔다는 것을 보면 염소 같은 것을 기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돼지보다는. 그리고 이야기가 좀 길어지는데 이 목장에서는 오리도 기르고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오리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요. 사람들이 오리 고기를 좋아하는데 오리 기르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질문> 그 이외에 뭐 주목할 만한 이야기는 있었어요?



문성희: 북한을 도와준다는 식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 ‘윈윈(win win)’, 즉 서로가 승자가 되는 관계를 꾸려야겠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신선했어요. 애초에 ‘북한이 개발도상국이니까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ㄹ는 발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북한 사람들도 자존심이 있고 그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저도 같은 인식을 갖고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자력갱생으로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 온 그런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함께 해 나가자”는 입장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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