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16, 2025

北 정확히 알기 위한 집념…'북조선실록' 펴낸 김광운 교수 별세 | 연합뉴스

北 정확히 알기 위한 집념…'북조선실록' 펴낸 김광운 교수 별세 | 연합뉴스

北 정확히 알기 위한 집념…'북조선실록' 펴낸 김광운 교수 별세

송고2025-11-10, 김예나 기자 

"북한 자료 체계적 정리 시급"…해방 이후 사료 정리하며 연구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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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나온 '북조선 실록' 201∼210권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북한 연구의 필독서로 꼽히는 '북조선실록: 년표와 사료'를 기획한 김광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가 지난 7일 별세했다. 향년 66세.

10일 한국역사연구회와 출판계 등에 따르면 김 교수는 최근 강연을 하기 위해 중국 옌벤(延邊)대를 찾았다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옌벤대에서 주기적으로 강의하고 자료 조사도 해왔는데 별세 소식을 들었다"며 "현재 빈소를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1959년생인 고인은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편사연구관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 북한대학원대 심연북한연구소 산하 디지털자료센터장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북한 연구, 특히 북한정치사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대표적 연구 활동이 2018년 시작한 북한 연구 사료집 '북조선실록'이다.

2018년 열린 '북조선실록' 간행 기념 워크숍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방 이후 북한이 제작한 사료를 집대성하는 장기 프로젝트인 이 책은 경남대와 북한대학원대가 간행하고, 서적 제작과 총판은 출판사 민속원과 선인이 맡았다.

고인은 북한 기관이 발간한 기관지인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 '민주청년', '민주조선', '평양신문' 등 다양한 자료를 선별하고 정리했다.

1945년 8월 15일부터 1949년 6월 30일까지 다룬 1차분(30권)의 분량만 해도 200자 원고지 13만7천228매. 글자 수로는 2천744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작업이었다.

고인은 당시 출판 기념행사에서 "북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듯하지만, 실제로 활용할 자료는 매우 적다"며 "북한 자료의 체계적 정리와 가공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북조선실록은 '사실로서의 역사',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제공하기 위해 편찬을 시작한 것"이라며 1천권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이끌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올해로 8년 차를 맞는 프로젝트는 210권까지 나온 상태다.

고인은 1957년 4월 28일부터 8월 19일에 이르는 동안 발간된 각종 사료를 정리해 총 10권의 사료집을 펴냈고, 후속 작업과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중국에 가기 전 211∼220권 원고도 전달했다고 한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장례식장 11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민주 씨, 딸 김명선 씨 등이 있다. 발인은 13일 오전 예정이다. ☎ 02-2258-5940.

yes@yna.co.kr

Thursday, November 13, 2025

북 최선희 외무상, “비핵화 50년, 100년 외쳐도 핵보유 변화 없다” < 민족국제 < 기사 < 기사본문 - 현장언론 민플러스

북 최선희 외무상, “비핵화 50년, 100년 외쳐도 핵보유 변화 없다” < 민족국제 < 기사 < 기사본문 - 현장언론 민플러스

북 최선희 외무상, “비핵화 50년, 100년 외쳐도 핵보유 변화 없다”
기자명 박다송 기자
승인 2025.11.14 

[전문] 최선희 외무상 담화



북(조선)이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의 공동성명을 강하게 비판하며 핵보유를 명시한 자국 헌법은 침해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선희 조선 외무상은 13일 발표한 담화에서 G7 외무장관들이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한 데 대해 “우리 국가 헌법에 대한 직접적 침해로 되는 로골적인 적대행위”라며 “가장 강력한 수사적 표현을 이용해 단호히 규탄·배격한다”고 로동신문이 전했다.

최 외무상은 G7의 비핵화 요구를 “실현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규정하며 “G7의 타성적인 집념은 스스로를 국제사회 주변부로 몰아가는 것”이며 “국제관계의 한구석에 놓이는 소외된 소수이익집단임을 증명해보일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 지위는 외부의 주장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며 “오늘의 엄혹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핵보유는 가장 위험하고 적대적인 국가들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누구도 우리에게 위헌을 강요할 권리가 없으며 개헌을 시도하지도 말아야 한다”며 핵보유의 영구화를 명시한 조선의 헌법은 변경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외무상은 또한 “조선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비현실적인 비핵화 구호가 아니라 우리 헌법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해 “10년, 20년, 50년, 100년을 열창해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는 변함없는 현실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G7을 “핵으로 연결된 집단”이라며 “국제사회는 실질적인 핵위협이 세계 최대 핵보유국을 위시한 G7에서 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7이 자국 내 핵전력 확대에는 침묵하고 조선의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이중기준”이라고도 비판했다.

최선희 외무상은 “외부 핵위협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핵보유를 영구화한 헌법에 끝까지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12일 캐나다에서 회담을 가진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강하게 규탄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한바 있다.


G7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적선택을 거스를 권리가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선희 외무상 담화

최근 카나다에서 G7외무상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무시하고 그에 위배되게 그 누구의 《완전한 비핵화》를 운운하는 공동성명이라는것을 발표하였다.

나는 우리 국가헌법에 대한 직접적침해로 되는 G7외무상들의 로골적인 적대적행위에 강한 불만과 유감을 표시하며 이에 가장 강력한 수사적표현을 리용하여 단호히 규탄배격한다.

세인이 실현불가능한 개념이라고 인정하는 《비핵화》를 아직까지도 습관적으로 합창하는 G7의 타성적인 집념은 스스로를 국제사회의 변두리로 몰아가고 자기들이 국제관계의 한구석에 놓이는 소외된 소수리익집단임을 증명해보일뿐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 지위는 외부의 수사학적주장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오늘의 엄혹한 지정학적환경속에서 핵보유는 가장 위험하고 적대적인 국가들을 억제할수 있는 가장 정확한 선택으로 된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위헌을 강요할 권리가 없으며 개헌을 시도하지도 말아야 한다.

조선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길은 비현실적인 《비핵화》를 주창하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헌법을 존중하는데 있다.

김정은동지께서 천명하신바와 같이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10년, 20년 아니 50년, 100년을 열창해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는 그들에게 싫든좋든 변함없는 현실로 남아있게 될것이다.

국제사회는 세계평화와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핵위협이 다름아닌 세계최대의 핵보유국을 위시하여 핵으로 련결되고 결탁된 핵동맹집단인 G7에서 오고있다는 명백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기 집안에서 공공연히 나타나는 무모한 핵수사위협과 핵전파시도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이미 그 의미와 명분을 깡그리 상실한 그 누구의 《비핵화》에 대해서만 고집하는 G7의 현실도피적이며 이중기준적인 처사는 아무도 납득시킬수 없다.

G7은 자주적인 주권국가들에 자국의 안전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지시할 권리가 없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적선택을 론할 위치에 있지 않다.

외부의 핵위협이 종식되지 않는한, 핵을 폭제의 수단으로 삼고 절대적인 패권을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하는한 핵보유를 영구화한 헌법에 끝까지 충실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현재와 미래를 담보하고 국제적정의를 실현하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

2025년 11월 13일

평양

Monday, November 10, 2025

북한사 연구의 전문가 김광운 선생이 공무로 간 연변에서 갑자기 찾아온 심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 Facebook

박찬승 - 북한사 연구의 전문가 김광운 선생이 공무로 간 연변에서 갑자기 찾아온 심○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 Facebook

북한사 연구의 전문가 김광운 선생이 공무로 간 연변에서 갑자기 찾아온 심○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너무 비통합니다. 1959년생이니 아직 한참 일 할 나이인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김광운 선생은 제가 한양대에 부임하기 전에 한양대 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하였는데, 1999년 박사논문의 제목은 <북한 권력구조의 형성과 간부충원:1945.8-1947.3>이었습니다. 그는 이 논문을 2003년 <북한정치사연구>1로 출판했습니다. 거의 1천 쪽에 가까운 이 책은 북한 정권의 수립과정을 실증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저도 이 책을 통독하면서 많은 것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계속해서 2, 3권을 출판하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북조선실록>이라는 자료집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지원을 받아 2018년부터 펴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자료집은 김광운 선생의 지휘 아래 여러 사람들이 20년 정도의 준비와 협력작업을 거쳐 나온 것이었습니다. 현재 이 자료집은 200권까지 나와 있습니다. 이 자료집은 향후 북한 정치사 연구의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광운 선생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시기에는 국편과 북한 역사연구기관의 교류사업의 담당자로서 크게 활약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향후 북한과 다시 교류의 길이 열린다면 그가 기여할 바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이제 그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광운 선생은 사회성도 좋아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특히 후배들에게 잘 해왔던 것으로 압니다. 저에게도 항상 '형님'이라 칭하며 살갑게 다가왔는데, 이제 그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군요.
그동안 많은 일을 해오느라 많이 힘드셨을 터인데, 이제는 피안의 세상에서 편안하게 쉬시기를 기원합니다.
김영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동춘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가려진 세계를 넘어 | 채세린.박지현 | 2022

가려진 세계를 넘어 | 채세린.박지현 | 알라딘


가려진 세계를 넘어 - 우리는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채세린,박지현 (지은이),장상미 (옮긴이)슬로비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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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전자책 11,520원
정가

Sales Point : 347

9.3 100자평(2)리뷰(1)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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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두 개의 한국이 있다. 지난 세기 식민 통치를 겪은 한반도는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 둘로 나뉜다. 이후 우리는 서로 경계하도록 교육받았다. 분단이 고착화하던 60년대 남과 북에서 태어나 서로를 적대시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두 여성에게 서로의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막연한 선입견으로 서로를 두려워했던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며 이뤄낸 ‘작은 통일’이다. 서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무찔러야 할 대상을 ‘또 다른 한국’으로, 두려운 존재를 ‘그냥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이야기다. 가려진 세계에는 어떤 삶이 있고 왜 뛰쳐나와야만 했는지, 보이지 않던 존재를 드러내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에 목소리를 부여한 연대의 기록이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시작한 책은 곳곳에 또 다른 연대와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평화는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친밀한 공간에서, 소소한 대화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목차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첫째 장 밤나무 집
둘째 장 잠자리
셋째 장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

마음이 통하는 사람

넷째 장 열세 살 아이에게 인생은
다섯째 장 도망자 그리고 달걀 50알
여섯째 장 낮말은 새가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일곱째 장 창백한 얼굴, 마지막 만찬
여덟째 장 사흘 굶어 담 아니 넘을 놈 없다

아버지에게

아홉째 장 배신
열째 장 노예 생활
열한째 장 가장 잔인한 달 4월
열두째 장 아들과의 재회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옮긴이가 읽는 이에게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엄마......왜 날 버렸어?" 2012년 어느 날 오후, 맨체스터 공원에서 아이들과 뛰어놀던 철이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나는 지현의 시선으로 그 내면세계에 접근했다. 나는 지현이 되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우리가 겪은 어린 시절의 행복, 고통, 죽음은 다를 바 없었다. 남과 북에서 각자 살아온 삶을 연결하며 분단으로 비틀린 궤적을 바로 잡고 싶다. 만약 우리나라가 분단되지 않았다면 우리 중 누가 지현이고 누가 나일까? 지현의 이야기는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이 글은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신뢰를 쌓고 평화의 꿈을 키우던 중에 태어났다. 한반도 이야기인 동시에 서로 마음을 연 이야기이다. 지현과 나는 더 큰 자유를 선택했다. 이 책은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두 목소리, 두 자아가 만나 하나의 정체성으로 되살아난다. 하나의 한국, 한국인의 이야기다.
_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중에서 접기
날이 갈수록 할머니와 정이 들었다. 겉보기와 달리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들은 만큼 무섭지 않았다. 숨바꼭질도 같이 하고 나를 배불리 먹이며 너그럽고 다정하게 대했다. 잠자리에 들 때는 방에서 가장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펴주었다. 전구보다 초를 주로 쓰던 할머니는 촛불 아래서 해와 달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마을에 사는 또래 아이들은 모두 탁아소에 다녔지만 할머니는 나를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봐주었다. 나는 매일 막대기나 돌멩이, 닭 떼를 친구 삼아 놀았다. 하루는 지나가는 뱀을 막대기로 때려 죽이기도 했다. 라남에 살 때는 막대기로 미국놈과 남한 사람들을 때려잡는 놀이를 했는데. 그때나 이때나 내 능력에 우쭐했다.
_ 첫째 장 「밤나무 집」 중에서」 중에서 접기
“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곳이라 했는데…… 어린 시절 나는 행복하다고 믿었지만 그렇게 배워서인지 정말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행복은 이미 처방되어 있었고 복용할 약은 가족과 학교에서의 집단생활 그리고 낙관주의였다. 복용량은? 매일 낮 열두 시간 밤 열두 시간.
사실 우리는 하루하루 충실히 보내느라 자기 삶을 생각하거나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매시간 매분 무언가를 배워야 했다. 밤에 잠들 때조차 어서 빨리 일어나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조건 덕에 행복할 수 있었던 걸까
_ 셋째 장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 중에서」 중에서 접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현의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나는 두 시간 가량 열성적으로 받아 적으며 어린 소녀 지현이 보낸 일상은 어땠는지 자세히 들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지현에게는 힘든 일일 수 있다. 어릴 때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기억하기 어려워 그저 윗옷은 흰색, 아래는 검은색이었다고만 말한다. 놀라운 일이다. 지현의 기억은 모두 흑백이다. 나는 수첩에 이렇게 메모하고 옆에 별표를 단다. 중요.
우리는 아주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지현이 하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확 와닿는다. 한 마디 한 문장 다 들리고 느껴진다. 나와 너무 다르면서도 너무 친숙한 이 여성이 한때 경계선 반대편, 세계가 외면한 나라이자 내가 지옥이라 여기던 그곳에 살았다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_ 「마음이 통하는 사람」 중에서 접기
“한 사람에 열 개씩.”
어머니가 침착하게 말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달걀을 향해 달려들었다. 배가 너무 고팠던 우리는 잡혀가는 위험도 감수할 수 있었다. 마치 신성한 의식에라도 참여하는 듯, 작은 소리에 맛이 달아나기라도 할 듯 모두 침묵을 지키며 달걀을 먹었다. 새 달걀 껍데기를 깔 때마다 언니와 나, 정호는 기쁨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아버지는 소리 내지 말라며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여러 번 주의를 주었다. 이웃집 장 씨 아줌마가 엿듣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_ 다섯째 장 「도망자 그리고 달걀 50알」 중에서 접기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또렷이 기억나는 건
여덟 살 때 아버지가 해님 달님 이야기를 들려주던 날이에요.
옛날 옛적에 별도 아직 없던 시절에
해님과 달님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려주는 이야기였죠.
그 포근한 공기 속에서 아버지는 저와 장기를 두고
언니와 정호는 숨바꼭질을 했어요.
그 순간만큼은 배고픔도 잊을 수 있었어요
_ 「아버지에게」 중에서 접기
철아, 힘내. 엄마 손 잡아. 겁낼 것 없어. 이제 200미터만 더 가면 돼. 저기 철조망 보이지? 그 바로 너머가 몽골이야.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뛰지 않고 그냥 걸어가도 돼. 다 잘될 거야. 믿지?
지옥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일까 아니면 살아남는 길일까? 이미 뛰어들었으니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목숨을 지키는 데 제일 중요한 200미터를 모두가 전력 질주하는 동안 다섯 살 철이와 다리를 저는 나는 꾸준히 앞을 향해 걷기만 했다. 내 손을 잡은 아이의 손은 차가웠지만 두려워하던 눈빛은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_ 열두째 장 「아들과의 재회」 중에서 접기


추천글
북에서 온 박지현과 남에서 온 채세린.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한국어’를 쓴다는 것과 ‘여성’이라는 점이다.
한국어와 여성이라는 공통어는 그들이 매개자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준다.
두 사람의 대화가 우정과 연대를 지닌 하나의 생명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책은 한 여성의 가려진 삶을 또 한 여성이 자신의 삶과 교차하며 완성해 낸 기록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두 사람의 기록에 동참할 때,
이들이 도모한 기록은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역사적 기록이라는 궁극의 여정을.
- 박혜진 (『82년생 김지영』 편집자 · 문학평론가)

독재를 경험한 지현, 지현을 만나 또 다른 한국을 인식하게 된 세린
극과 극에 있던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 반사해주는 거울 역할을 하면서 인권에 대한 의식을 일깨운다. 공통된 미래를 향한 희망과 화해의 가능성을 그려낸다.
많은 분이 읽기를 권한다.
-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벤처 투자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1년 7월 16일자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1년 7월 16일자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채세린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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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한국에서 외교관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와 서부 아프리카에서 자랐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뉴욕 대학 프랑스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콜롬비아 비즈니스스쿨 MBA과정을 마친 후
뉴욕 JP Morgan에서 자산관리 전문가로 일했다.
2004년 영국으로 이주한 후, 우연히 국제엠네스티 캠페인에 출연하는
박지현을 인터뷰하게 되면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함께 작업하면서
북한을 ‘또 다른 한국’으로, 북한 사람도 ‘그냥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작업의 결실로 이 책의 원서 『Deux Coréennes』(두 한국 여성, 2019)을 출간했다.
출간 후 스탠포드, TEDx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기관에서 초청받아
평화에 관한 담론을 나누고 있다.
지금도 해마다 여름이면 한국에 와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다. 접기

최근작 : <가려진 세계를 넘어> … 총 2종 (모두보기)

박지현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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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청진농업대학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일했다. 1998년 탈북 후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끝에 자신과 아이를 지켜냈고, 2008년 영국으로 망명해
맨체스터 인근 마을에서 남편과 아이 셋과 함께 살고 있다.
영국 하원 청문회에 나가 최초로 북한 인권에 대해 증언하고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여성들을 돕는 인권운동가로 활약 중이다.
2021 Geneva Summit for Human Rights and Democracy 등 여러 행사에,
유럽 곳곳의 대학에 초대되어 북한 실상을 알렸다. 또 영국 내 탈북민을 위한
영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민센터를 열기도 했다. 2021 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했고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school governor’로 활동한다.

2018년 Asian Women of Achievement (AWA) 대상 수상
2018년 <The Times> 선정 ‘Alternative Rich List 30인’
2020년 Amnesty Brave Award 수상 접기

최근작 : <가려진 세계를 넘어> … 총 2종 (모두보기)

장상미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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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 도시와 생태의 경계를 천천히 건너왔다. 책방을 꾸리고, 글을 쓰고, 삶을 번역하며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을 오래 붙들었다. 시민단체 활동가, 공예창작자, 저자, 번역자 등 여러 삶의 자리를 거치며 재난과 노동, 역사와 인권, 생태를 이야기했다. 현재 목포에서 카페이자 책방인 〈어쩌면사무소〉를 운영하며 다정하고 느린 호흡으로 사람과 세계를 만난다.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휴식은 저항이다》 《헬렌 켈러》 《재난 불평등》 등 여러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자립·공존·연대의 실험을 담은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를 썼다. 접기

최근작 : <사람 마을 세계를 잇다>,<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7명의 현장활동가가 쓴 NGO 실무핸드북> … 총 3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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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먹고, 싸고, 죽고>,<다르게 살고 싶다>,<잘 키우고 싶어서 아이와 여행하는 중입니다>등 총 18종
대표분야 : 여성학/젠더 21위 (브랜드 지수 783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프랑스에서 선출간되어 유럽 각국에서 주목한 책
프랑스 ‘Bibliotheque Orange selection 2020’ 올해의 문학 작품

“남과 북 두 여성의 역사적인 만남의 기록이다. 이 책의 이슈는
남북 대립이나 가난, 불행, 독재가 아니라 사회문화를 섬세하게 기록한 데 있다.
이 책의 독창성은 두 주인공의 만남에 있다.”
Jean-Claude de Crescenzo (문학평론가·몽펠리에 대학 교수)

채세린은 박지현을 만난 뒤로 오랫동안 회피해 오던 질문을 마주했다. 평생 남한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또 다른 한국인을 발견한 것이다. 박지현도 마찬가지였다.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닌 ‘그냥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야 알았다. 평화는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친밀한 공간에서, 소소한 대화로, 함께 보낸 역사와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만나서 대화하는 사이 둘은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었다. 이 책은 그 역사적인 순간의 기록이다.

저자에게 묻다

Q 공동 저자 중 한 분은 이야기로, 또 한 분은 글쓴이로 나오는데 박지현 님 스스로를 ‘발화 자’로 특정한 이유가 있나요?

(박지현)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금도 가끔 시를 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 이야기를 직접 쓰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의 객관적인 시선을 거쳐 기록되기를 원했습니다. 영국판 <마리끌레르>에 저를 인터뷰한 글을 실은 외국인 작가에게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엔 힘든 상황을 끄집어내기가 두려웠어요. 그냥 묻어두고 싶었지요. 더구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감정이 통하지 않았고 통역이 있어도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세린 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린 시절 할머니에 대한 추억, 형제와 가족에 대한 애착, 부모에 대한 공경 등 공감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몇 년간 소통하면서 다른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또렷이 잡아내 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통역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제 삶의 진실을 그 어떤 평가나 오해 없이 담아내고 싶었으니까요. 그건 한국어로 대화 하는 사람끼리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 생활을 떠올리면 증오와 분노로 치닫는데, 세린 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낼 수 있었지요. 우리의 만남이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두 한국의 시대적 기록이 되었습니다.

Q 자신의 이야기를 묻어두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결국 글로 남기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는지요?

(박지현) 아들의 질문 때문입니다. 영국에 정착하고 4년 쯤 지난 어느 날 멘체스터 공원 벤치에서 아들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엄마 왜 저를 버렸어요?” 하고. 아들은 주변 사람들이 엄마가 자기를 버렸다고 했는데 진짜 숫자 백을 세고 나도 엄마가 오지 않았다며……. 당시엔 그저 울기만 하고 답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러다 한 인권단체에서 다큐를 찍었는데 제 이름도 가명을 썼고 얼굴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그때 남편이 진실로 이 일을 하고 싶으면 자기 이름도 얼굴도 내놓고 하라고, 누군가가 돌을 던지면 막아주겠다며 응원해 줘서 용기를 냈습니다. 인권 활동을 하면서 “통일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꼭 글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도 책을 내게 된 강력한 동기입니다. 아들과 제가 왜 헤어졌고 어떻게 영국에 함께 있는 지, 책에 모두 풀어놓았습니다.

Q 저자 두 분 모두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인데 정작 한국에서 출간한 책은 번역서입니다. 어쩌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한국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는지요.

(채세린) 그건 제 글쓰기 언어 때문이에요. 저는 유년기부터 계속 프랑스어권 나라에 살았거든요. 집에선 한국어를, 바깥에선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주로 외국어를 쓰며 자랐죠. 물론 그중에서 모국어인 한국어는 절대적이지만, 글을 쓸 때 제 머릿속 언어는 프랑스어예요. 이런 저의 배경을 듣고는 박지현 님이 프랑스어로 쓰는 게 좋겠다고 제안해 주었고요. 참 고마운 일이죠. 우린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한국어 특유의 독특한 감정을 프랑스어로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지현 님은 프랑스어를 모르니까 쓰면서 일부분씩 영역본으로 확인받고 수정하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그런 과정을 거쳤어요. 우리 둘 다 아주 만족해요.

Q 그래서 프랑스 출판사에서 먼저 나온 거군요. 두 분 다 첫 작품이고 프랑스어로 썼지만 다른 나라 이야긴데, 출판사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채세린) 작업을 하면서 글 일부를 평소 눈여겨 본 프랑스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놀랍게도 역사가 오래된 꽤 큰 출판사인데 대표에게서 회신이 왔어요. 프랑스에선 완성된 원고를 보내도 출판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인데 이례적이죠. 이렇게 출간으로 수월하게 이어진 이유는 프랑스인들이 한반도 상황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 사람들은 특정 이슈에 깊이 파고드는 성향이 있거든요. 이 주제가 눈에 띈 거죠.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잖아요. 게다가 북한과 남한 사람이, 그것도 ‘여성’이 함께 한 작업이라는 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더군요. 저희 둘 다 60년대에 태어났고 분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바른 역사 교육을 받지 못했거든요. 제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3년을 한국에서 다녔는데 북한은 나쁘고 무서운 나라로 인식했어요, 지현 님 역시 남한을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만 교육받았죠. 그 탓에 처음엔 서로를 경계 지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5년 가까이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를 나눴던 그 지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냈죠. 서로의 목소리를 반사하며 정리한 지점이 바로 프랑스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인 이유죠.

Q 이 책이 기존 탈북자가 쓴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채세린) 유럽에는 북한 관련 책이 많아요. 탈북민이 쓴 책도 있고요. 최근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프랑스 사이트에서 한 문학 평론가가 리뷰를 올렸는데 요약하면 이래요.
“남과 북 두 여성의 역사적인 만남의 기록이다. 이 책의 이슈는 남북 대립이나 가난, 불행, 독재가 아니라 사회문화를 섬세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이 책의 독창성은 두 주인공의 만남에 있다.”
딱 이거예요. 이 책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에요. 인간에 대한 책이죠. 우리 둘이 서로 신뢰하면서 맺은 우정과 연대, 평화를 말하는 책이거든요. 유럽에는 탈북민이 쓴 책이 꽤 있는데 그들의 책은 대체로 북한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 북한은 지옥이다, 공산당은 나쁘다고 토해내는 등 일부 과장되거나 선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죠.
이 책은 달라요. 김일성 · 김정일 시대를 거친 한 여성의 일상을 통해 그 당시 시대상을 담은 이야기를 다른 한 사람이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기록물이거든요. 제가 알기론 그 시절을 겪은 평범한 북한 사람의 일상을 기록한 책은 없어요.
체제 반대편 사람인 제가 쓰면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했어요. 게다가 동시대에 태어난 제 자신의 생애 경험과 교차시키며 두 한국의 교육제도와 사회문화를 서술해 나가면서, 분단 상황이 개개인의 관념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었죠. 우리 둘의 문제가 곧 남과 북의 문제이고 나아가 세계 평화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에 나온 고발서류 책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Q 출간 후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반향을 일으켰다고 들었습니다. 그곳 독자들과는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요?

(채세린) 출간 후 유럽 유수의 대학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어요. 심지어 영문판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북페어를 통해 알려져서인지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도 초대받았죠. 그들은 평화나 통일에 관한 거대 담론이 아니라 민간인 차원에서 교류하면서 평화롭게 지낸다는 데 관심과 의미를 두더군요. 그러고는 “우리는 뭘 해야 도움이 될까.” 하고 진지하게 물어봐 주었고요. 강연 때마다 경청하는 청중들 모습은 집필 때의 괴로음을 싹 씻어주면서 보람으로 채워주었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기 직전, 벨기에 브뤼셀 북페어(2020 Foire du Livre book fair)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대표주자로 초대받아 주목받았고요. 그때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와 나란히 초대되었죠. (한국이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었을 때라 조남주 작가는 참석하지 못함) 청중들은 이 책이 인간에 대한, 평화에 대한 더없이 감동적인 책이라며 공감과 지지의 말을 보내주었어요.
파리의 한 대학에서 한국 문화를 공부하는 학생들과는 온라인으로 만났는데 저는 프랑스어를, 지현 님은 영어를, 학생들은 한국어를 썼어요. 여러 언어와 문화가 어우러진 모습에 눈물이 핑 돌더군요. 글을 통해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순간이었죠. 원서는 프랑스 ‘Bibliotheque Orange selection 2020’ (파리 공립 도서관에서 선정하는 문학 작품)에 뽑힐 만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Q 채세린 작가님 해 온 일이 흥미로워요. 파리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뉴욕에서 프랑스 문학 박사과정 후 콜롬비아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거쳐 자산 관리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는데요. 문학을 전공하고 전혀 다른 분야로 뛰어들었다니 무척 흥미로워요.

(채세린) 프랑스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뉴욕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건, 그쪽에서 프랑스어 강사 제안이 있었고 새로운 곳에 도전하는 의미도 있었어요. 프랑스어를 가르치면서 박사 논문을 앞두고 있는데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도서관에서 씨름하는 제 모습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박사학위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 처량해 보였죠. 자극을 받아서인지 그 세계가 되게 궁금했어요. 그래서 뛰어들었는데 회사에선 오히려 제가 문학 전공자이니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넘칠 거라는 기대로 뽑았다고 해요. 10년 넘게 그 세계에서 일하다 영국으로 와서 박지현 님을 만나 작가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어요, 이 일로 우리는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공적이기도 한 기록을 남기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게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Q 출간 후 가장 보람 있던 일 한 가지를 말씀해 주세요.

(박지현) 북한에도 사랑이 있고 정이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북한 사람도 그냥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배고프고 불쌍한 정치적 꼭두각시가 아니라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매일 싸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독자 리뷰 중에 “아픔을 보여준 책인데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는 평을 읽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북한 사람은 초라하지만은 않으니까요. 머지않아 남한 사람 북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국인으로 불리게 될 그날이 올 것입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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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밌어요!! 완전 강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가 눈물이 왈칵, 그러나 결국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펑펑 2021-10-12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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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것은 고통과 자유와 성장을 내포한다. 한 여성이 어떻게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인생을 찾았는지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지 화자를 따라 내 안의 경계를 넘는 시간이었다. 단순한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임을 눈물로 체감하였다.
olemee3 2021-07-14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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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가려진 세계를 넘어

* 이 글은 예스24 서평단에 선정돼 작성한 서평입니다.


디아스포라. 산포된 자. 자신이 살던 땅에서 추방당한 뿌리뽑힌 존재 혹은 생존을 위해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 타지에 이식된 존재.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디아스포라의 존재와 기억은 조금 낯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멀게는 100년 전, 일제 식민치하에서 조선인들은 만주로, 일본으로, 하와이로, 멕시코로, 중앙아시아 등지로 강제 이주를 당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떠나야 했다. 가깝게는 50년 전만 해도 지방의 아이/청소년/청년들은 농촌으로부터 값싼 노동력을 대량으로 수혈받아 노동집약적 산업화 정책의 일환으로 ‘뿌리 뽑힘‘을 경험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군사정권 치하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었던 사람들이 미국을 포함해 외국으로 떠밀리듯 이주를 감행해왔다. 이제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한국인들이 더 이상 정치적 난민의 입장으로 대규모의 이주를 떠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디아스포라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다. ‘탈조선‘을 한 국외 한국인 디아스포라, 이주민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해 한국 땅을 찾은 국내 디아스포라, 이주민들이 있다.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탈북민, 새터민, 불법체류자 등 이미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아직 잘 보이지 않는 이웃들이 있다.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세 나라의 공통점은 최근 내전 등으로 인한 국내정치의 불안정한 정세로 인한 대규모의 난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난민에 대한 인도적 책임을 지기 위해 난민을 수용하는 쪽과 난민을 적극적으로 타자화시켜 혐오하는 방식으로 쇄국 정책을 펴는 쪽 중 한국은 대체로 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인권에 기반을 둔 보편적 인류애와 국가이익과 국민정서에 기반을 둔 배타적 민족주의, 환대와 혐오, 다양성을 포용하고 약자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성숙한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현실은 이렇게 이분법적 잣대로 분별을 하기 힘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 테고, 점점 더 개인화되고 부족적으로 분열하는 공동체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도덕적 합의를 도출해내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추상적이고 거대한 질문 대신 초점을 작은 개인에 맞추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을 얻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한국사회의 일반성과 평범성의 범주를 벗어나는 낯선 타인의 이야기를 얼마만큼 경청할 수 있는가. 나와 상관없는, 혹은 그렇게 느껴지고 인식되는 타인의 이야기에 무관심한가,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긴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가, 연대의 사회적 기술을 실천할 수 있는가. 고정된 답을 확실하게 꺼내놓긴 힘들 것 같다. 나 하나 건사하기 때때로 벅찬 세상에서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를 지키자는 태도를 견지하려 한다는 정도의 답을 대신 건넨다.

사유화된 위험, 유동하는 공포에 휩쓸려 매몰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위험을 조절하고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타인들과 함께 더불어 즐겁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궁리하고, 타인의 고통과 이야기에 감응할 수 있는 상상력과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시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마음이 맞고 고민거리가 비슷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곤 한다. 표면적인 논리의 형태로는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페미니즘의 주장에 대해 친구들이 여성 동료 시민으로서 구체적으로 증언해준 서사를 통해 내가 서 있는/있었던 위치와 그들이 서 있는/있었던 위치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다른지 깨달았던 것처럼.

[가려진 세계를 넘어]를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게 한 내적 동기가 두 가지 있다. 대학 시절,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활동했던 다문화탈북자가정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탈북자 가정 출신의 중학생과 멘토/멘티의 관계로 만남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언어 능력을 한창 발달시켜야 할 시기에 이사를 자주 다닌 영향으로 말이 어눌해서 중학생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다. 또 탈북자라는 프레임에 맞춰 중학생 아이를 대하고, 얕은 호기심으로 가족사에 대해 물어보는 일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탈북민 출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제각각 다르겠지만 미디어에 노출되고 소비되는 유형과는 다른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었다. 들어보고 싶었다.

다른 하나는 현재 내 신분과 관련이 있다.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군인으로서 북한을 직간접적으로 의식할 기회가 잦다. 군사훈련이나 교육을 받을 때면 ‘주적‘으로 북한을 호명하게 되고, 가끔 통일의 파트너 혹은 짝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통일대박론부터 세금 폭탄 및 사회 혼란의 디스토피아적 전망까지 북한에 대한 다양한 논의에서 북한 인민/시민의 자리는 어디에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3대 세습의 독재 체제 아래 고통받는 북한 시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하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어 온 북한 시민들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대화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빠져 있는 관점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되었다고 하지만 철의 장막은 여전히 한반도의 허리에 굳건히 세워져 있다. 군사적 대치 상황을 뛰어넘어 더 이상 한민족이란 집단기억에 기반한 통일의 당위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세대가 품고 있는 마음의 분단, 마음의 장막을 걷는 일이 더 요원할 지도 모른다. ‘두 여성의 이야기에 담긴 두 한국의 역사/부조리 너머, 화합을 위한 열망의 증거를 보여준다‘는 책 소개글에 마음이 동했다. 손쉽게 화해나 통일, 용서를 말하는 이를 믿지 않는 편이지만 두 여성이 함께 지어낸 공동의 서사와 그 이면에 자리한 공감과 이해의 제스처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내게 [가려진 세계를 넘어]가 흥미로웠던 지점은 두 한국여성이 새로 뿌리내린 장소와 만남의 장소, 뜻밖의 물리적 언어적 국경의 월경/번역이었다. 이 책은 영국에서 북한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인권운동을 펼치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 박지현과 프랑스에서 자라 영국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채세린이 국제엠네스티 캠페인을 계기로 만나 채세린이 박지현의 이야기를 채록한 구술사 작업의 결과물이다. 옮긴이의 말에 적힌 내용대로 불어로 집필된 [두 한국 여성]이 영어로 한 번, 영문번역본이 한국어로 한 번 더 언어의 국경을 넘는 여정을 거쳐 한국 독자들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 가족을 살리기 위해 매매혼을 통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떠나고,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되어 수용소에 갇히고, 재탈출을 시도해 중국에서 고비 사막을 건너 영국으로 건너가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박지현의 처절하고 핍진한 가난과 고통, 여성으로서 당한 폭력의 증언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자체로도 북한 현실에 대한 르포이자 자서전적 자기서사로서 좋았지만 나는 책에 미처 적히지 못한, 책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두 사람이 사이를 오간 표정과 침묵에 관심이 갔다. 여전히 신변의 위협 가능성이 남아 있긴 했지만 겨우 되찾은 안온한 일상과 평범한 행복의 생활을 포기하고 직면하기 끔찍히 고통스러웠을 기억과 대면해야 했을 박지현이 지새웠을 차가운 밤의 시간들. 같은 ‘한국‘‘여성‘이었기에 박지현은 말할 수 있었고, 채세린은 들을 수 있었다.

고난의 현대사-80년대부터 이미 ‘고난의 행군‘이 예고되었던 북한에게는 좀 더 가혹한 형태로 실현되었지만, 온정적 가족주의-가족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박지현에게 가족은 좀 더 복잡한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한과 정-한국인 특유의 심성(망탈리테)이라고 보기에 미심쩍은 부분도 있지만 두 사람의 ‘케미‘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던, 여성-두 개의 한국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분열된 두 세계에서 같은 여성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웃었을.

이런 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만남, 이런 대화가 없었더라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이야기, ‘가려진 세계를 넘어‘ 우리를 연결시키고 확장시키는 이야기. 잘 듣고, 잘 옮기는 ‘기록자‘들이 좀 더 조명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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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22-03-20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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