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24, 2022

“북 여성들, 아이 잘 키울 자신 없어 출산 기피” — RFA 자유아시아방송

“북 여성들, 아이 잘 키울 자신 없어 출산 기피” — RFA 자유아시아방송

“북 여성들, 아이 잘 키울 자신 없어 출산 기피”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2.04.05


평양산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누워있다.
/AP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에서도 저출산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유엔인구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여성 1명이 자녀를 채 2명도 낳지 않는 걸로 조사됐군요. 북한의 저출산 현상, 얼마나 심각한가요?



문성희 박사(사진 제공:문성희)문성희 네, 유엔인구기금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명으로 집계됐다고 하네요. 이는 말씀하신데로 북한 여성 1명이 평생 자녀를 채 2명도 낳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2.1명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인구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합계출산율이 2.4명, 특히 최빈개발도상국의 출산율이 3.8명이기때문에 그것보다도 한참 낮은 숫자이지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북한 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0.4%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네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북한의 저출산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요. 다만 북한 당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출산을 장려해왔습니다. 제가 1996년 고난의 행군시기에 4개월동안 북한에 체류했을 때조차도 북한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을 장려하고 있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는 먹고사는 게 매우 힘드는 상황인데도 북한 당국이 출산을 장려하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아사자가 느는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1990년대 말 경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 쌍둥이들을 만나서 부모들을 칭찬한 그런 일화도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3명의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나라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북한이 국가적으로 출산을 장려했는데도 현실은 여전히 심각한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전 세계 평균 출산율이 여성 1명 당 2.4명의 자녀를 출산하는 데 비해 북한 여성의 출산율이 꽤 낮은 편인데요, 그렇다면 어떤 배경으로 북한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걸까요?



문성희 하나는 아이를 낳아봤자 키울 자신이 없다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물가는 올라가는데 노임이 적거나 살아가는데 만족할 만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이를 낳고 키울 자신이 없지요. 이것은 뭐 북한에만 한정된 상황은 아니긴 합니다. 제가 2011년께 평양에 갔을 때도 평양여관 접대원 등과 얘기를 나누어 보니까 ‘아이는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03년에 한 가정주부 집을 취재했을 때도 아이는 한 명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저출산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어요.

접대원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까 교육비가 많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학교는 무료이지만 예를 들어 아이를 무용수로 키우고 싶으면 좋은 선생님한테 개인적으로 교습을 받아야 하는데 그건 무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각자 아이들한테 무엇을 시키고 싶은가 하는 것은 차이가 있지만 일류로 키우자면 역시 돈이 든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예술가가 되면 출세가 빠르지만 예술 분야의 좋은 대학교나 예술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문 고등중학교에 갈 필요가 있는데 거기에 가기 위해서도 여러모로 돈이 필요하다는 그런 이야기도 현지에서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생활에 여유가 없다면 아이를 한 명 키우는 것도 매우 힘든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서양이나 한국, 일본처럼 여성들이 일을 계속하고 싶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육아는 탁아소 등을 통해 비교적 국가 차원에서 잘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여성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탁아소가 직장 인근에 있거나 해서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결혼을 한 여성들도 가정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양 외곽의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기자> 이렇게 출생율이 낮으면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듯한데요?





문성희 네, 그렇겠지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지금 북한 인구는 한국의 절반 정도라고 보는데 앞으로 저출산이 지속되면 노동력 부족 문제가 계속 발생하겠지요. 노동력 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군대에 입대하는 인구도 적어지기 때문에 국방 측면에서도 북한 당국은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당국으로서도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문제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지 않나요? 이런 시책에 대한 북한 여성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출산율이 낮은 요인은 많은 아이를 낳고 키울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으로서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부담이 적어진다는 것이겠지요. 북한이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해서 유치반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그런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교육에 대한 부담을 적게 하기 위한 시책들도 펼치고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그렇게 해준다면 북한 여성들도 안심해서 아이를 두 명, 세 명 낳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주택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좁은 집에서 조부모부터 손자까지가 함께 살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를 더 낳자는 생각도 못 가지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이런 가정들에게는 되도록 넓은 집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런 시책은 북한에서도 생각을 하고 시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북한 여성들의 반응은 제가 직접 듣지 못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보도 등을 보면 아이들의 교복을 당국에서 싼 값으로 공급해주거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런 보도도 가끔 있습니다.



<기자> 한편 북한도 인구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데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0%로 조사됐다는군요. 북한에서 겪으신 노인문제, 어떻던가요?





문성희 글쎄요. 북한에서는 정년퇴직 연령이 되면 기본적으로 모두 은퇴를 합니다. 좀 전까지 자주 평양 지국에 놀러오던 당 일군이 갑자기 안 오게 될 때가 있었던데 듣고 보니 정년 퇴직을 했다는 것이에요. 그러나 그런 분들은 국가에서 생활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일을 하고 싶은 사람부터 보면 좀 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겠지요.

고령자들은 고령자들끼리 모여서 야외에서 놀거나 낚시를 하는 모습 같은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손자를 돌보는 것도 고령자들의 역할이지요.

물론 치매 고령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현상은 바깥에 밝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고령자시설이 있어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런 곳에 들어가게 되거나 그런 현상은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가족들이 책임을 지고 고령자들을 돌보고 있었어요. 제 친구는 자강도에서 이제 은퇴를 한 부모들을 모시고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 때 좁은 집에서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런 부분에서는 북한 당국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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