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 2026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50년: Kim, Suzy

Everyday Life in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 eBook : Kim, Suzy: Amazon.com.au: Books




Everyday Life in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 1st Edition, Kindle Edition
by Suzy Kim (Author) Format: Kindle Edition


4.4 4.4 out of 5 stars (15)




Edition: 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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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ing the founding of North Korea, competing visions of an ideal modern state proliferated. Independence and democracy were touted by all, but plans for the future of North Korea differed in their ideas about how everyday life should be organized. Daily life came under scrutiny as the primary arena for social change in public and private life.

In Everyday Life in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 Kim examines the revolutionary events that shaped people's lives in the development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By shifting the historical focus from the state and the Great Leader to how villagers experienced social revolution, Kim offers new insights into why North Korea insists on setting its own course.Kim’s innovative use of documents seized by U.S. military forces during the Korean War and now stored in the National Archives—personnel files, autobiographies, minutes of organizational meetings, educational materials, women’s magazines, and court documents—together with oral histories allows her to present the first social history of North Korea during its formative years.

In an account that makes clear the leading role of women in these efforts, Kim examines how villagers experienced, understood, and later remembered such events as the first land reform and modern elections in Korea’s history, as well as practices in literacy schools, communal halls, mass organizations, and study sessions that transformed daily rou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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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50년
김수지 (지은이),윤철기,안중철 (옮긴이)후마니타스2023-08-07

































미리보기




책소개
해방 이후부터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격동의 혁명기를 북조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살핀 역사서다. 브루스 커밍스의 제자이기도 한 역사학자 김수지는 이 시기를 국가 형성의 관점에서만 조명해 왔던 기존의 역사 서술에서 탈피해 평범한 농민, 노동자,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회주의적 근대성을 경험했는지 살핀다.

문맹퇴치 운동의 결실로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 사람들이 서툰 글씨로 생생히 기록한 지방인민위원회 회의록, 당과 사회단체에 가입하기 위해 제출한 이력서와 자서전, 출소 장기수 정치범들에 대한 저자의 직접 인터뷰, 그리고 여성 사회주의 정치인이나 여성 빨치산 전사들이 남긴 구술 기록에 대한 촘촘한 분석를 통해 북조선에서 전개된 사회혁명은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쳤고, 이들이 사회주의혁명이라는 거대한 내러티브 속에서 자신의 인생사를 어떻게 재구성하며 혁명에 동참하려 했는지, 또 당시 품었던 꿈은 무엇이었는지 조명한다.


목차


한국어판을 출간하며 11
감사의 말 18

서론 21
1장 일상생활: 혁명의 시공간 41
2장 식민지 근대성의 유산: 혁명의 불씨 83
3장 세 가지 개혁: 혁명의 시작 123
4장 사회단체: 혁명의 실행 169
5장 자서전: 혁명의 내러티브 215
6장 혁명적 모성: 혁명의 젠더 265
7장 해방 공간: 혁명의 기억 307
결론 358

부록 373
미주 383
찾아보기 429


책속에서


P. 36 이 글은 북조선의 역사를 사회주의적 근대성의 일부로 파악한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 사회주의”의 이 같은 변이를 진정 사회주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물을 수도 있다. 여기서 요점은 사회주의의 본질적 교의에 대한 이론적 논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탈식민지 이후 북조선과 같이 거의 전적으로 농업 사회였던 곳에서 사회주의는 무엇을 의미했는지, 또한 대중 참여를 통해 사회주의라고 생각했던 것을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설명하는 것이다. 접기
P. 55 혁명과 관련되어 있는 폭력과 혼돈의 이미지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어느 한 단면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비록 사람들은 혁명을 단두대와 정치적 숙청이라는 극단적인 이미지들과 관련된 파괴적인 것으로 기억하지만, 혁명은 일상생활을 전환시키는 보다 창조적인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실제로 혁명의 파괴적인 잠재성보다는 창조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한 몇 안 되는 정치 이론가 가운데 하나다. 접기
P. 134 북조선의 경작지 186만 정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토지개혁으로 몰수되었다. 몰수 토지의 60퍼센트 이상이 중농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은 5정보 이하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토지의 일부 혹은 전부를 소작을 주고 있었다. 몰수된 토지는 거의 모두 재분배되었다. 2퍼센트 미만의 토지만이 국가 소유로 남았다. 결국 전체 105만 정보가 몰수되었고, 25일 만에 98만 정보가 모두 71만 농민 가구에 무상으로 재분배되었다. 99퍼센트의 소작지가 보상 없이 몰수된 것이다. 북조선 전체 농민 가구의 70퍼센트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 토지개혁은 지주의 권력을 무너뜨렸다. 지주들 가운데 다수는 일제 부역자로 비난을 받던 사람들이었다. 새로운 제도는 토지가 없는 다수의 농민과 빈농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지주들은 쓴 약을 삼켜야만 했다. 접기
P. 149 유권자를 교육하는 창의적인 방법 중 하나로 소위 “인민위원 선거 경기”라 불리는 게임이 있었다. 서로 경쟁하는 두 팀 가운데 어느 팀이 먼저 “투표”를 마치는지를 가리는 게임이었다. 각각 30명으로 이루어진 두 팀은 남녀 동수의 구성원을 다음과 같은 직업군, 즉 선거위원회 위원(운동복에 완장으로 선거위원 표시), 빈농, 부농, 노동자, 사무원, 승녀, 신부, 유림, 소시민 병자(노파), 장애 노인, 대학생, 자전거 혹은 이륜 짐차 유랑인 등으로 분장시켜 팀을 짠다. 게임은 적어도 50미터 길이의 큰 강당이나 공터에서 열린다. 기표소 두 곳에 각각 검은 투표함과 하얀 투표함이 놓이고, 기표소 앞에는 선거위원이 각각 한 사람씩 배치된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두 팀이 경쟁적으로 서로의 투표 과정을 모방하게 한다. 접기
P. 219~220 김호철의 삶은 국제 사회주의 활동의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초국가적 경험이 조선인들 사이에서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일제 식민 통치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의 기회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인사 서류철에도 만주 중국 일본 등지에서의 경험이 기록되어 있지만, 김호철의 서류철이 남다른 점은 자서전이 세 개나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북조선 혁명에 대한 내러티브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검토할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자서전을 매개로 혁명을 서술하는 과정을 통해) 북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적 동학 속에서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경우에는, 혁명을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혁명가로 자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북조선 역시 인민을 역사의 주체로 규정해 변혁 운동에 동원하려 했다는 점에서 예외적이지 않았다. 소련의 경험이 선례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자서전들은 북조선 사람들이 자서전 작성 관행을 활용해 자신의 개인사를 북조선 혁명이라는 좀 더 넓은 맥락 속에 어떻게 통합시켰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접기
P. 214 어떤 단체의 일원으로서 그 안에서 생활하려면, 누구나 이력서와 짧은 자서전이 포함된 지원서를 각 조직에 제출해야 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제도적 관행은 ―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근대성의 곤경이라고 비난하는 ― 푸코주의적 규율[훈육]의 한 형태로 이해되기 쉽지만, 이런 규율은 얄궂게도 근대적 주체를 생산하는 도구였으며, 물질적 결핍이나 식민지 잔재로부터 인간 해방을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기계적 규율’과 ‘자각적 규율’ 사이의 차이는 근대적 주체성에 내재된 양면성을 잘 보여 주는데, 이는 생산물이자 생산자로서 이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사람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 주는 변증법을 나타내고 있다. 자율적인 근대적 주체라는 개념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Subject’[주체/신민]라는 개념은 역설적으로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자신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하는 권위체의 통제 아래 놓인 사람[신민]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결정적 행위자[주체]를 뜻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르크스주의적 주체에서 나타나는 변증법, 다시 말해 “즉자적 계급”과 “대자적 계급” 사이의 변증법과 동일하다. 대규모 산업 노동자계급과 같은 전형적인 “즉자적 계급”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북조선은 “대자적 계급”을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접기
P. 249 북조선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사회적 출신 성분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서전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하지만 후자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식민지 시기에 공직을 맡아 부역 행위를 했던 과오는 지우기 어려웠다. 이는 척결해야 할 반혁명 세력을 규정하는 선이 명확했음을 보여 주는 사례들로, 해방이라는 집단 내러티브 안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가족 구성원이 직접적으로 일제 식민 정부에 부역한 사람들은 해방이라는 집단 내러티브에 포함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시대에 교사로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자서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정한 여지가 상대적으로 폭넓게 주어졌다. 그들의 자서전을 보면 지식인들이 자아비판을 통해 해방이라는 집단 내러티브에 편입되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 접기
P. 316 모리스 알박스는 역사적 기억을 다룰 때 유용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그는 기억은 오직 집단적 맥락 속에서만 작동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본질적으로 기억을 개인의 자산으로 보는 프로이트의 관점에 도전했다. 물론, 기억은 매우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알박스가 다소 과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단 기억에 대한 그의 분석은 왜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지, 과거의 재구성뿐만 아니라 현재의 사실을 두고도 왜 논쟁을 벌이는지 설명해 준다. 한반도의 역사 역시 논쟁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남북이 정통성을 두고 계속해서 경쟁을 벌이고 있고, 해방에 대한 내러티브에서 젠더화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표준적 내러티브의 이면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접기
P. 336 해방에 대한 기억이 환멸인지, “집단적 흥분”인지에 상관없이 남성들은 자신의 인생사를 중요한 민족사의 한 부분으로 간주했다. 예를 들어, 함석헌, 오영진, 리영희의 회고록에는 “자서전” “증언” “역정”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 있는데, 이는 의식적으로 민족사의 연대기에 자신의 삶을 집어넣기 위한 것이다. 가정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이들의 인생 이야기에서 들어설 자리가 없었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된 단어는 민족이었다. 민족의 역사는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는 민족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범위만큼 중요했다. 이렇게 묘사된 민족의 역사는 결정적으로 남성적인 것이었다. 북조선에서 이상적인 시민 모델로 혁명적인 어머니를 내세운 것과 달리, 해방 후 남한에서는 남성이 정치적 주체성의 전형을 구현했다. 이런 역사에서 여성들은 해방을 정말 ‘해방 공간’으로 경험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그 어떤 여성 혁명가나 여성 단체도 없었다.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내러티브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접기
P. 348 남성들이 민족사를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전유했다면, 여성들은 민족 해방과 여성해방을 동일시해 민족 해방 투쟁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사를 민족사 속에 삽입하려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적 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남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전통적인 핵심 정체성 가운데 하나인 어머니를 전유해, 즉 혁명적 모성이라는 형태를 통해 여성이 정치 영역에 진입하는 것을 (북조선에서의 담론과 매우 유사하게) 정당화하고 유효화하려 했다. 그들의 직접적 경험담은 (모성이 단순히 수사적 장치에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가 정치화된 새로운 정체성으로 모성을 경험했음을 보여 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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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선구적인 저작 …… 냉전의 여파 속에서 북조선의 역사를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선하고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다.
- 저널 오브 코리언 스터디

서구 사회가 기괴한 정치 체계를 가진, 핵 개발에만 열중하는 북조선이라는 ‘국가’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이 책은 국가 형성기에 북조선에서 살았던 개인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한다.
- (『북한: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 관점』Nordkorea: Innenansichten eines totalen Staates 저자)
- 뤼디거 프랑크 (『북한: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 관점』Nordkorea: Innenansichten eines totalen Staates 저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3년 8월 11일자 학술지성 새책
국민일보
- 국민일보 2023년 8월 10일자 '200자 읽기'
중앙일보
- 중앙SUNDAY 2023년 8월 12일자 '책꽂이'



저자 및 역자소개
김수지 (Suzy Kim)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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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로스앤젤레스) 철학과 마지막 학기에 교환학생으로 연세대학교에 왔다가 1998년까지 한국 인권 운동에 몸 담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느껴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하고 시카고대학교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지도하에 2005년 역사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벌린대학교, 보스턴대학교 , 에머슨대학교을 거쳐 2010년부터 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 현대사, 여성사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는 이 책 외에도 『여성들과 함께 세계를 건너: 냉전 속의 북조선』(Among Women across Worlds: North Korea in the Global Cold War)(2023)와 “Cold War Feminisms in East Asia”(2020), “Unsettling Debates: Women and Peace Making”(2019), “(De)Memorializing the Korean War: A Critical Intervention”(2015) 등이 있다. 현재 『포지션스: 아시아 크리틱』positions: asia critique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저널 오브 코리언 스터디』Journal of Korean Studies와 한국여성사학회의 학술지 『여성과 역사』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혁명과 일상> … 총 5종 (모두보기)

윤철기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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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대학원 통일·평화시민교육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학부를 졸업할 때쯤 사회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한반도의 분단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반도에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북한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북한과 남북한 관계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한반도 분단의 극복을 위한 대안적 모델을 고민하기 위해 ‘남북한 마음의 통합’, ‘남남갈등’, ‘독일통일’, ‘북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 등을 연구했다. 최근에는 미래 세대가 한반도의 분단 극복과 평화 실현의 주체라는 생각에서 새로운 평화통일 교육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계획경제의 정치학』, 『교실에서 평화 시민 되기』(공저), 『분단된 마음 잇기』(공저), 『분단된 마음의 지도』(공저), 『남북연합 연구』(공저), 『한반도 평화의 국제정치학』(공저), 『북한 문제와 남남 갈등』(공저)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교실에서 평화 시민 되기>,<북한 계획경제의 정치학>,<분단된 마음의 지도> … 총 6종 (모두보기)

안중철 (옮긴이)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역서로 『혁명과 일상』(공역), 『제국이라는 유령』(공역), 『혁명가: 역사의 전복자들』(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미국 아시아학회에서 수여하는 제임스 팔레 한국학 도서상 수상작

미군의 북조선 노획 문서 아카이브를 토대로, 구술사를 결합함으로써, 농부, 노동자, 여성의 시각에서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50년까지 북조선에서 진행된 사회혁명에 대한 생생한 모자이크를 제공한다.

★ 
최근 한국에서 북한 사회의 일상에 대한 소개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젊은 층을 비롯한 대중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지상파 종편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북한 사회의 일상과 문화에 대한 정보가 많이 소개되고 다뤄지고 있는데,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남북 간의 이해를 증진하고 민족 동질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널리 권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방송 프로그램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북조선 사회에 대해, 또 그곳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방송들 가운데 나타나는 일부 특정 경향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 역시 존재한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젊은 탈북민의 경험을 중심으로 북한의 ‘일상생활’과 문화, 음식, 연애, 놀이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을 “여성화”하거나 “미성숙한 존재”로 그리고 “전근대적인 국가”로 묘사함으로써, 북한을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옛 시절에 대한 “향수와 낭만의 대상으로 의미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이 같은 경향은 북한 사회 지도층의 부정과 부패, 사익 추구 행위 등과 결합해, 북한을 비정상적이면서도 왜곡된 기이한 나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북한은 대체로 자본주의 한국의 우월성을 보여 주는 대조점으로서만 주로 소환 ․ 환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런 모습을 통해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출발점을 없을까?

★ 북조선, 해방 전후사의 인식
이 책은 일본의 식민 통치에서 해방된 1945년부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 1950년까지 북조선에서 진행된 사회혁명의 시기를 살았던 농민과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북조선은 식민지적 근대성과 자본주의적 근대성 모두와 대립하는, 사회주의적 근대성이라는 대안적 경로에 들어서고 있었다. 일제 식민 통치의 갑작스런 종언과 더불어 ‘집단적 흥분’을 자아낸 해방의 열기, 토지개혁,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치러진 선거, 문맹퇴치 운동 등을 통해 세상을 스스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던 한반도 이북 지역의 사람들은 당시를 어떻게 경험했고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을까? 이 책은 바로 북조선 역사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당시 한반도 이북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당시 전개된 사회혁명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사실, 해방 이후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할되어, 남쪽에는 미군, 북쪽에는 소련군이 진주하게 된 상황에는 매우 얄궂은 측면이 있다. 당시 한반도에서 조선공산당을 필두로 공산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집중되어 있었던 지역은 당시 경성(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이남 지역이었다. 반면,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듯 기독교 성향의 반공주의적 민족주의 진영의 핵심은 이북 지역이었다. 이 같은 역설적 상황에서, 그간 해방 전후사에 대한 연구는 한반도 이남을 중심으로, 강고했던 좌익 사회주의 운동이 미군정하에서 어떤 투쟁을 벌였고, 미군정과 1948년 수립된 이승만 정부하에서 어떻게 진압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한다. 말하자면,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연구들은 남한 지역의 ‘해방 공간’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핵심 이념으로 한 반공주의 우파 진영을 중심으로 닫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왔다.
반면, 한반도 이북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소련과 소련의 강력한 지원을 받았던 김일성을 중심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뒤이어 어떻게 동족상잔의 전쟁이 벌어졌는지, 나아가 전쟁 이후 기존의 정적과 주요 정치 세력들을 제거하고 김일성이 어떻게 최고 지도자가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 점에서 북조선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소련의 영향력하에서,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기괴한 국가의 형성 과정에 다름아니었다.
물론, 북조선의 정치사는 본질적으로 한 사람, 곧 김일성이 부상하는 과정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북조선의 역사를 김일성을 중심으로 단순화해 서술하는 것의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조선은 우리가 지금까지 간과해 온 복잡한 역사 속에서 출현했으며, 이 책은 그런 복잡한 역사의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특히 북조선의 복잡한 역사적 기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나아가 해방 직후 사회주의혁명과 더불어 북조선 인민들이 전망했던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북조선은 김일성 일가와 이들의 지배하에 있는 기괴한 국가기구와 같이 영원히 ‘타자’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듯, 북조선의 역사는 한 사람이나 특정 정당의 역사가 아니라 근대성이라는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며, “시간이 멈춰진” 역사가 아니라 탈식민화라는 세계사적 과정의 일부분이다. 북조선에서 전개된 혁명의 역사는 혁명 지도자와 대중들이 사회혁명을 위해 영웅적으로 똘똘 뭉친 승리의 역사도 아니고, 혁명 지도자가 권력을 잡기 위해 대중을 배신한 비극의 역사도 아니다. 북조선 혁명을 김일성의 단독 프로젝트로 보는 하향식 혁명 모델이나 전적으로 자발적인 것으로 보는 상향식 혁명 모델 모두 정확하지 않다.

★ 중앙이 아닌, 지방의 경험을 보라
이 책은 외부의 힘에 의해 선물처럼 주어진 해방, 이후 이어진 미국과 소련의 분할 점령, 사회주의 항일 무장투쟁과 국제 사회주의 운동의 경험, 항일 민족주의 운동의 전통 등이 빚어낸 ‘해방 공간’을 이북에서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히 이 시기에 이루어진 북조선의 국가 형성은 소련을 모방한 중앙집권적 과정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다 보니 해방 직후 이북 지역에서 벌어졌던 모든 정책이나 정치적 과정들이 모두 소련이 뒤에서 조정했다거나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시각이 강했다. 당연히 이런 시각에서는 평양을 중심으로 한 중앙 정치가 부각된다.
하지만 이 책이 적절히 지적하듯, 지방 수준으로까지 소련의 정책이 일관되게 전달되지는 못했으며, 적어도 1948년 중앙정부 수립과 1950년 전쟁으로 치닫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앙으로부터 일정한 자율성을 갖고 지역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 시기였다. 이 책은 바로 이 같은 시공간에 주목하며 미국국가기록관리청에 보관돼 있던 북조선 노획 문서들(편지, 일기, 인사 서류철, 다양한 조직의 회의록, 교육 자료, 신분, 잡지, 사진 등의 방대한 자료)을 활용함과 동시에, 특히 그 가운데서도 소련의 권력이 힘을 미치지 못했던 인제군을 중심으로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경험한 사회혁명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 오늘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이들의 구술사 자료, 저자의 구술 인터뷰 등을 포함해, 당시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집단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는지 보완함으로써, 해방 직후 한반도 이북의 상황을 모자이크처럼 재현하고 있다.

★ 국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과 목소리에 주목하라
좀 더 구체적으로는, 1945년 해방 다음 날부터 1948년 한반도 남과 북 양측에 정부가 수립되고, 양 진영이 열전과 냉전으로 치닫기 직전까지 열려 있는 한반도 이북 지역의 ‘해방 공간’에서 펼쳐졌던 토지개혁, 인민위원회 선거, 문맹퇴치 운동을 중심으로 대안적 사회주의적 근대성을 향한 실험이 어떻게 준비되고, 또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북조선 인민들은 이를 어떻게 경험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미시사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5장, 6장, 7장의, 사회주의혁명을 경험한 개인들의 목소리에 대한 소개와 섬세한 분석일 것이다. 문맹퇴치 운동의 결실로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 농민, 노동자들이 북조선에서 진행된 사회혁명을 겪으며 생생히 기록한 회의록, 수많은 개인들이 당과 사회단체에 가입하기 위해 제출한 이력서들과 자서전, 저자가 여러 차례 인터뷰한 남한의 출소 장기수 정치범들의 구술 기록, 여성 빨치산 전사들이 전한 기존의 구술 기록에 대한 섬세한 분석과 추가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북조선에서 전개된 사회혁명은 어떤 모습으로 비쳤고, 이들은 또한 사회주의혁명이라는 거대한 내러티브 속에서 자신의 인생사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혁명에 동참하려 했는지, 당시 이들이 품었던 꿈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5장에서는 “노동자” “농민”과 같이 구체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들과 “사무원”(사무직 노동자, 또는 점원)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지칭되는 이들이 자서전 쓰기와 이력서 작성 등과 같은 실천을 통해 어떻게 혁명적인 주체로 구성되었는지 살펴본다. 이런 집단적인 자서전 쓰기를 통해, 이북에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인생사를 사회혁명의 내러티브 속에 어떻게 끼워 넣으려 했는지뿐만 아니라, 과거 친일 부역 행위를 했던 이들이나 그런 집안 출신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희석시키기 위해 어떤 담론 전략을 활용했는지, 또 이 같은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등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1948년 남과 북에 각각 정부가 수립되고 양 진영이 전쟁으로 치닫게 되면서, 일상생활의 역동성과 창의성이 어떻게 축소되기 시작했는지를 살펴보며, 또 그 과정에서 혁명 당시 북조선 인민들이 표출하고 기대했던 희망이 어떻게 좌절되어 갔는지를 분석하고, 현재 북조선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서구 사회가 기괴한 정치 체계를 가진, 자신의 국민들을 굶겨 죽이면서도 핵 개발과 무장에만 열중하는 북조선이라는 ‘국가’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이 책은 국가 형성기에 북조선에 살았던 개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한다.

★ 민족사로서의 남성들의 인생사 vs. 여전히 주변부에 남은 여성들의 인생사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 가운데 하나는, 해방 직후의 경험을 말하는 남성들의 내러티브와 여성들의 내러티브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예컨대, 남성들은 대체로 자신의 인생사를 글로 쓰거나 이야기할 때 해방을 비롯한 민족사의 중요한 분기점을 자기 삶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으로 그리며, 민족사와 나란히 자신의 인생사를 기술하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은 이북 지역에서 쓰인 수많은 자서전들에서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함석헌, 오영진, 리영희 등과 같이 이남 지역에서 출간된 회고록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남성들의 경우 의식적으로 민족사의 연대기에 자신의 삶을 끼워 넣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반면, 여성들이 말하는 인생사는 민족사의 분기점들과 이어지면서도, 그 과정에서 특유의 양가적 감정을 자아낸다. 예컨대, 여성들의 기억은, 항일 무장 투쟁과 빨치산 운동에 동등하게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방의 환희뿐만 아니라 좌절감이나 안타까움 같은 양가적 감정으로 채색돼 있었다. 사실, 남성들은 자신의 인생사를 이야기할 때 가족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면, 여성들의 인생사에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주요 변곡점에서 중요한 굴레나 제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점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의 인생사를 민족사의 흐름들과 쉽게 동일시할 수 없었고, 주변화될 수밖에 없었으며, 해방 공간에서도 좌절감이나 불안감 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해방 공간에서 자신들의 기억을 적극적으로 남기려 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해방 공간이 남성의 경험과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경험을 조형한 시기이기도 했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간단히 말해 두자면, 이는 이북 지역에서는 김일성의 개인적 경험을, 이남 지역에서는 남성들의 특정한 경험을 (그것이 가진 특수성을 간과한 채) 포괄적인 민족사로 일반화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이 책은 북조선 인민들이 체험한 사회주의적 근대성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이 어떻게 젠더화된 형태로 축소되고 집단적으로 기억되어 왔는지 보여 주며, 반식민주의 투쟁에서든 사회주의적 근대성을 향한 투쟁에서든 잘려 나가거나 잊힌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 장별 주요 내용
1장에서는 일상the everyday을 자연스러운 시간의 단위로 간주하는 대신, 산업자본주의 경험으로부터 출현한 근대적 개념으로 역사화하며, 일상이란 무엇인지 살펴본다. 나아가 사회주의적 일상이, 자본주의적 근대성 아래에서의 일상과 달리, 또한 그것과는 대립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행위 주체성들을 접합해 어떤 특정한 종류의 행위 주체성을 접합하는지 보여 주기 위해, 일상을 그와 같은 접합의 장소로 제시한다. 소련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북 지역에서 발생한 혁명이 일상적인 사회주의적 근대성의 이 같은 흐름들 내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2장에서는 일제하의 식민지 시기를 되짚어 본다. 이를 통해 북조선의 사회주의적 근대성이 어떤 점에서 식민지적 근대성과 자본주의적 근대성(이 둘은 모두 근대적 주체들에 대한 인정 없이 근대성의 형식을 한반도에 도입했다)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었는지를 살펴본다.

3장에서는 인제군을 중심으로 혁명 기간 동안 어떻게 일상생활이 변화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근대적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인제군은 38도선을 따라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이북 지역 가운데 가장 풍부한 기록 자료가 남아 있어 면밀한 연구가 가능했다. 특히 3장에서는 사회관계, 정치 참여 및 문화생활의 토대를 새롭게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세 가지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 사건이란 사회관계를 재구성한 급진적 토지개혁, 인민위원회 선거, 교육의 기회를 가져다 준 문맹 퇴치 운동을 가리킨다.

4장에서는 혁명을 제도화하는 다양한 조직들에 초점을 맞춘다. 제아무리 획기적인 사건이라 해도, 기념비적 사건들은 그런 사건들의 핵심 교의들을 일상 안에 제도화하는 항구적인 조직과 꾸준한 실천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매일의 습관을 구조화하는 수많은 회의와 학습 모임 같은 다양한 조직에 개인들이 참여하게 됨에 따라 출현한 단체 생활을 일상생활에서 나타난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다.

5장에서는 “노동자” “농민”과 같이 구체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들과 “사무원”(사무직 노동자, 또는 점원)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지칭되는 이들이 자서전 쓰기와 이력서 작성 등과 같은 실천을 통해 어떻게 혁명적 주체로 구성되었는지 살펴본다. 혁명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흐름 속에서 개인은 특정 집단의 일부로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노동자와 농민 같은 추상적인 범주들은 그 안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 같은 내러티브 구축 과정을 보여 주기 위해, 김호철이라는 인물이 쓴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자서전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6장에서는 해방 후 북조선에서 발행된 유일한 여성 잡지인 『조선녀성』을 분석해 혁명 기간 동안 “여성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혁명적 주체성에 대한 젠더화된 담론을 검토한다. 공산주의 도상학圖像學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났던 남성 중심 혁명적 형제애의 이미지들과 달리, 혁명적 모성은 북조선 사회의 모델로 옛것과 새것을 융합하는 혁명적 주체성의 전형적 상징이 되었다.

7장은 “해방 공간”이라는 좀 더 넓은 틀 안에서 해방 직후의 기간을 살펴보며 혁명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교량 역할을 한다. 남과 북 양쪽에서 나온 구술 자료와 회고록을 통합해, 이 장에서는 해방에 대한 남성의 내러티브와 여성의 내러티브의 차이를 지적하는데, 이는 해방 경험이 의미를 지니고 생생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조직과 단체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실제로 집단 기억은 개인이 가진 정체성의 강력한 원천이기도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7장은 여성과 같이 주변화된 집단에게 단체 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한다. 접기공감순






일제식민치하에서 조선민중들이 갖고 있던 정치적 열망이 대부분 북조선혁명을 통해 실현되었던 일에 대해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비록 그 혁명이 지금의 기괴한 모습으로 귀결되었다하더라도, 그 역사적사실은 세계사의 한페이지에 꼭 기록되어야 한다. 책내용도 좋고 특히 번역자님이 열일하심.
초록비 2024-11-21 공감 (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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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책이 번역됐다고? 정말 놀랍네. 또 읽어야할 책이 이리 늡니다. 명저에겐 별이 아깝지 않습니다!
NamGiKim 2023-08-08 공감 (11) 댓글 (0)



마이리뷰



새로운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정권의 혁명과 일상사 연구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비록 새해에는 옆 나라의 쓰나미와 국내에서의 백색테러라는 암울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런 일 말고 많은 이들에게 기쁜 일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내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참이던 2020년 말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우연히 인터넷 상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나게 된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됐다. 지인은 나에게 이 책이 “브루스 커밍스의 제자가 쓴 책”이며, 북조선 초기 역사에 대한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사게 된 나는 몇 년 후 영문판으로 일부분만 읽어봤다. 예를 들어, 토지개혁이나, 선거 그리고 젠더 관련한 부분을 조금 읽었는데, 일반적인 책들에서 찾기 힘든 내용이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러던 2023년 8월 초 드디어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참으로 기뻤고, 따라서 인터넷을 통해 바로 책을 구매했다. 책을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요즘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독서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며 완독하니 상당히 기쁘다. 브루스 커밍스 선생이 가르치고 키운 수제자의 책을 이리 한글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기 때문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제자이기도 한 김수지(영어로 Suzy Kim)는 루트거스 대학의 역사학 교수로 북한사를 연구한 인물이며, 통일운동가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정전 협정 70주년을 맞이하여 글쓴이는 평화운동 국제연대 차원에서 작년 여름에 미국에 갔다왔었다. 그때 워싱턴 D.C에서 접촉한 여성주의 성향의 평화운동 단체가 있었는데, 그 단체가 바로 Women Cross DMZ이며, 이 책의 저자가 몸을 담고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단체는 사실 국내 언론사에도 많이 실렸는데, 구글이나 네이버에 ‘우먼 크로스 DMZ’ 혹은 ‘위민 크로스 DMZ’로 검색하면 여러 기사들이 나올 것이다. 물론 ‘미래한국’ 같은 우익 언론사에선 종북단체 혹은 북한의 꼭두각시라 욕하며 혹평 일색이다. 이번에 읽은 책 『혁명과 일상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은 2013년 그녀가 쓴 책인 “Everyday Life In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사실 북한사는 역사학 분야에 있어서 아직은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주제 및 분야이며, 또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자 주제다. 물론 우리가 이에 대해 연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북한 사회에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국 그리고 미국 자신의 책임도 크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폐지되지 않은 국가보안법의 존재도 한몫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북한사는 자료의 접근이 많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북한사 연구의 경우 1940년대부터 1960년대 전까지는 비교적 연구가 축적됐다. 이는 소련 해체로 인한 냉전의 영향도 한몫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측 문서고가 열리고, 한중수교가 성사되면서 중국 측 자료도 비교적 열람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전에는 미국에서 북한사 연구를 어떻게 했을까? 그것은 바로 미국 안에 있는 문서고를 통해 가능했다. 이와 같은 연구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이다. 1980년대에 완성된 커밍스의 연구는 미국 워싱턴 근처에 있는 NARA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된 노획문서를 통해 진행됐다. 한국전쟁 당시 북진을 한 미군은 점령한 북한 지역에서 무수히 많은 문서를 확보하여 미국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여기 담겨 있는 문서들 중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자료들도 많다. 제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연구하는 이들이 이 곳을 방문하는데, NARA국립문서보관소에는 그만큼 자료가 많이 있다.

NARA국립문서보관소에는 전쟁 시기 북한에 대한 자료 뿐만 아니라, 1945년부터 1950년 전쟁 이전까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정권 하에서 진행되고 수행된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많이 있다. 이 중에는 1946년 북한에서 실행된 토지개혁에 관한 것도 있고, 당시 여성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자술서를 비롯한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과거에는 북한 땅이었다가 현재는 남한 땅인 인제군이나 양양 그리고 속초 등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정권 시기 강원도 지역의 모습을 담은 자료들도 NARA국립문서보관소에 많이 있다.

김수지의 책 『혁명과 일상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은 과거 미국이 노획한 북한 측 1차 사료를 바탕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 나온 한국 사학계 측 연구자료들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수지는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정권 하에서 나타나는 인민들의 일상에 주목했다. 또한, 김수지는 2010년대부터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젠더의 문제도 북조선의 역사를 통해 접근하고자 했다. 사실 젠더 부분에 대해선 많이 모르는 글쓴이 입장에선 책을 통해 많이 배우는 느낌이었다. 책에서 현재 대한민국 영토인 강원도 인제군에 집중한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예를 들어, 김수지는 1945년 해방 이전 일제 하에서 여성의 문맹률이 90%였는데, 해방 이후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실질적으로 나타난 문맹퇴치의 성과를 언급한다.



“1945년 당시 여성의 90%가 문맹이었기 때문에, 문맹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큰 문제였다. 이 점에서 문맹 퇴치 운동은 여성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했는데, 실제로 [문맹 퇴치] 학교의 학생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1948년 인제군 졸업생을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3~4배가 더 많았다(<표 3.11>참조). 글을 읽지 못하는 인제군 주민들[대체로 만 12세 이상 50세 미만 남녀]은 거의 모두 한글학교에 다녔고, 그들 가운데 다수가 [겨울철 농한기에 이루어지는] 4개월 과정이 끝난 후 치러진 최종 시험을 통과했다.”



김수지, 윤철기·안중철 옮김,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 후마니타스, 2023, 162~163쪽.



인용문을 보면 북조선에서 실행한 문맹퇴치운동이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고, 그 혜택을 여성들이 많이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즉, 이러한 근거를 통해, 김수지는 북조선에서 진행된 혁명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김수지가 북조선 혁명에서 나타난 여성상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내세우면서 정권 초기에 나타난 육아와 보육의 부재나, 일부 여성 지도자들이 북조선 정권 하에서 쓴 자서전 및 책에서 나타난 맥락 생략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북조선 혁명 하에서 진행된 여성 혁명의 성과들 또한 많이 보여줬다. 예를 들어, 북조선민주여성총동맹의 가입 비율이나 조직화 등에 대한 묘사를 보면 알 수 있다.



“1945년 11월 18일, 북조선민주여성총동맹 (이하 '여맹으로 약칭)의 결성과 더불어 여성은 가장 먼저 조직된 단위 가운데 하나였다. 중앙집권화되기 전 마을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결성된 인민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여성 단체 역시 여맹의 우산 아래 모이기 전까지 전국적으로 홑어진 형태로 조직되어 있었다. 1946년 5월 10일 첫 번째 총회를 개최할 무렵 여맹은 12개 도시 89개군 616개 면에 지부를 두고 총 8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1946년 말까지 여맹 회원은 103만 명으로 확대되어 18~61세 (은퇴 연령) 성인 여성 인구의 3분의 1을 조직한 상태였다. 1947년 무렵 여맹의 회원 수는 150만 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농민이 73퍼센트를 차지했다. 노동자는 5.3퍼센트 사무원은 1퍼센트 미만이었으며, 나머지 20퍼센트는 '기타로 분류되었는데 대부분 주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수지, 윤철기·안중철 옮김,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 후마니타스, 2023, 187쪽.



여성 관련한 얘기들 중 글쓴이가 상당히 흥미롭게 읽은 지점을 뽑자면, 빨치산 운동에 참가한 여성의 기억이다. 흥미롭게도 남한에서 빨치산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경우, 자신들이 빨치산 운동에 참가한 것을 보람있게 생각했으며, 그 이유 중 하나가 남녀평등이었다.

“여성들 역시 민족 해방 문제를 우선시했다. 예를 들어, 박선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라가 없으면 여성 권리도 필요가 없는 것이고 ……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여성들이 더 이렇게 학대를 받고 이렇게 한단 말이야.” 민족 해방 투쟁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의 해방 곧 여성해방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수많은 빨치산 여성들이 산에서 보냈던 시간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해방감을 느꼈던 시간으로 설명했다. 누군가의 아내 또는 딸이 아니라 남성 동지들과 동등하게 혁명가가 되는 꿈을 꿀 수 있었다. 빨치산 시절 한쪽 팔을 잃었음에도 변숙현은 산에서 보냈던 삶에 대해 “내 생애에서 젤로 보람 있게 산 시간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조 큰 포부”를 갖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녔으니까”라고 말하며, “보람 있게” 살았다고 단언했다. 박선애도 다음과 같이 동의했다. “여자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은 없었어요. 왜냐면 너무 우리가 억압당하고 살았잖아. 긍께 이제야말로 우리가 말할 수 있고, 맘대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다, 우리도 여성이지만 인간으로 살 수 있다.”



두 여성의 감정에서 공통적인 것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다.”는 해방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결정하는 전통적인 가족(그것이 친정이든 시댁이든)과 연계된 그 어떤 의무나 책임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그녀들은 살면서 처음으로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지 않아도 되는“해방공간”을 경험했던 것이다.”



김수지, 윤철기·안중철 옮김,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 후마니타스, 2023, 346~348쪽.



이와 같은 김수지의 여성 관련 서술들을 글쓴이에게 젠더적 관점에서 본 북조선 혁명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줬다. 이 부분에 대한 글쓴이의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글쓴이는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혁명에서 여성들에게 미친 영향은 부정적인 것 보다 긍정적인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에서 언급한 부분대로 일정부분에서의 한계나 미흡한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통치시절과 비교해보자면, 여성이 혁명과 일상의 주체로서 나설 수 있는 길이 보다 열리게 된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수지가 결론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이후 북조선에서 여성은 남성과 함께 일하고 공부하며, 군대에서 복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의무교육이 전적으로 무상화됐고, 마찬가지로 의료도 무상화됐다. 북한의 김일성은 1964년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건설하는 것은 결국은 전체 인민의 행복한 생활을 보장하며 그들의 부단히 높아 가는 물질적문화적 수요를 더욱 더 완전히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라고 선언했는데,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복지의 제공은 북한이 실제로 그걸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본다.



김수지의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본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의 친일파 청산이다. 일각에서는 남한의 부재한 친일청산 역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북한의 친일파 청산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오류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책의 5장인 ‘자서전, 혁명의 내러티브’ 파트를 보면, 출신성분이 부르주아였거나 부유층으로서 소극적 혹은 적극적 친일에 가담한 이가 어떻게 해방 후 혁명 속에서 자신의 친일 행각에 대해 표현하는지가 나와 있다. 흥미롭게도 학교에서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칭송했던 한 인물의 경우, 혁명 정권이 들어선 뒤 쓴 자서전에서 이를 부끄럽게 간주하는 얘기들을 하고 있으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북한 사회가 친일한 이들의 친일행각에 대해 사회적으로 반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한의 경우 친일파들이 자신들의 친일행각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이것과는 상당히 대조된다고 할 수 있다. 아래의 인용문을 보자.



“그러나 “이런 기만적인 사실을 이해 못하고 그 교육 이념과 그 정책을 옳다고 인정한 나의 친일적인 사상을 해방된 오늘에 반성하여 볼 때, 너무나 양심의 가책과 무익한 인간 생활을 한 것이 원통하다”고 뉘우친 것처럼, 해방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자신의 죄책감을 표현하면서 리원갑은 해방 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전향을 상세히 설명한다.



“1945년 8월 15일 우리 조국과 민족의 해방의 날이 우리 조국을 찾아왔다. 소련 군대의 영웅적 투쟁으로우리 민족은 일제의 기반에서 해방되었다. 해방 이후 우리는 소련에 대한 정당한 인식을 못가지고, 우리 북조선에 진주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이 소련 군대에 대한 친절을 도모하지 못하였다. 물론, 로어를 이해하지 못한 점이 …… 큰 원인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지방 인민들의 요청으로 다시 나의 모교인 동상인민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 일제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나는 인제야 나의 과거의 과오와 이제부터의 나갈 방향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조선 민족의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하여 힘써 나갈 것을 교육했다. 이 동안에 상부에서의 지시, 각종 회의, 북조선에서 발간하는 신문, 잡지 등을 통하여 우리 조선 민족이 나갈 길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1946년 5월부터 1947년 1월 사이 평안북도 교육국의 추천으로 그에게 북조선로어학교에 입학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매달 500원의 장학금을 비롯해 모든 필수품과 기본 용품을 제공받았다 일제가 주도한 식민지 근대성을 열정적으로 옹호해 왔던 사람들에게 해방 후의 상황은 훨씬 더 열악했을 것이기에, 이 같은 상황은 확실히 그에게 나쁜 것이 아니었다.”



김수지, 윤철기·안중철 옮김,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 후마니타스, 2023, 255~256쪽.



북한의 친일파 청산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무엇보다 1946년에 단행된 토지개혁에 있다.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정부는 혁명정부의 정당성을 공고히 하고 농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북조선토지개혁에 대한 법령(이하 토지개혁법)’을 1946년 3월 5일 공표했다. 이 법령에서는 일본 정부 일본 국민과 기관 그리고 “일본인에 협력한 조선인 반역자들”이 소유한 토지를 몰수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 5정보 이상의 토지를 가지고 있는 조선인 지주들의 토지 역시 무상으로 몰수됐으며, 지주들이 계속해서 소작을 주고 있던 토지는 면적과 상관없이 몰수됐다.



토지개혁으로 전체 105만 정보가 몰수되었고 25일 만에 98만 정보가 모두 71만 농민 가구에 무상으로 재분배되었다. 토지개혁은 지주의 권력을 무너뜨렸으며, 지주들 가운데 대다수는 일제 부역자로 규탄받던 이들이었다. 이들이 규탄 받으며 토지가 몰수된 반면에, 북조선 전체 농민 가구의 70%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 1946년 북조선의 토지개혁은 토지가 없는 다수의 농민과 빈농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며, 일제 식민지 시기 친일을 했던 지주들은 쓴 약을 삼켜야만 했다. 일제 시대 당시 지주였던 한 사람이 훗날 다음과 같이 회상한 것을 보도록 하자.



“새로 들어선 공산주의 정부는 우리의 토지를 모두 하룻밤에 빼앗아 소작농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들은 그것을 토지개혁 제1조라고 불렀다. 토지는 인민들의 것이 되어야만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토지를 잃었다. 그들은 우리를 집에 머물게하고, 우리 집과교회 사이에 있는세 개의 논을 남겨 놓았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논 一 내가 거머리 밭이라고 부르던 一 에 발을 담갔다.”



김수지, 윤철기·안중철 옮김,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 후마니타스, 2023, 134~135쪽.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보자면, 북한의 친일파 청산을 토지개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해방 이후 남한에 있던 친일파들이 미군정 하에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과는 분명히 대조된다. 따라서 북한의 친일파 청산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오히려 친일파 청산을 전혀 하지 않은 집단은 미군정의 통치를 받았던 이남 정부다. 앞서 인용 및 언급한 토지개혁에 관한 내용 또한 김수지가 쓴 책을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그 진싱을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지적 희열을 느꼈다.



그 외에도 김수지의 책들은 북한의 선거 제도와 인민위원회 및 각종 단체들의 결성과 과거 일제시기 억압받던 계층들의 참여를 통해, 혁명 하에서 나타난 북조선의 일상들을 보여줬다. 그런 점도 상당히 좋았다. 과거, 억압과 외압으로만 봐왔던 북조선 혁명의 또 다른 부분을 일상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김수지의 말대로 북조선 혁명은 그 자체로 20세기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고,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대중 선거와 무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에 따라 시행된 급진적 토지개혁을 통해 전례 없이 많은 농민들이 지도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 만큼 매우 폭넓은 대중에 기반을 두었으면서도 매우 급진적인 혁명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부분은 인민들의 참여다.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북조선 혁명에서 주체가 되었던 것은 일반적인 인민들이었고, 정권 초기 이들이 아주 광범위하게 혁명적 일상에 반체제적 감정을 품었다는 근거는 없다. 일부 지주 및 기독교 계층의 반발이 있었던 것은 맞으나, 이것을 일반 민중들의 심각한 불만으로 등치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편견에 대한 반박과 교정작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많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이며, 특히 북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적극 추천하는 역작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그것은 바로 소련에 대한 얘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책은 북한 사람들이 당시 소련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한 얘기가 많지 않다. 물론 일반 민중들이 인민민주주의 정권에서 교육받는 커리큘럼을 통해, 이들이 소련에 대해 긍정적으로 배웠다는 점을 알 수는 있었지만, 실제로 이들이 어떻게 소련을 인식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아무래도 찾아봐야 할 것 같지만, 글쓴이가 아는 바에 따르면 김수지의 경우 당시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소련군을 해방군으로 생각했고, 또 환영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 고 있다. 이 부분은 보충적으로 찾아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와 세계가 가지는 북한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얘기하겠다. 사실 아직까지도 전 사회적 영역에서 북한을 보는 시선은 큰 틀에서 보자면, 왜곡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들어, 세계 최대의 자본가인 일론 머스크가 한반도의 위성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남한은 불빛이 많이 있고, 북한은 평양이나 일부 지방도시들 빼고는 어둡다. 그러나 이러한 사진과 주장들은 역사학자인 김수지가 자주 반론을 제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이 사진의 경우 사진을 여러 장 겹쳐서 만든 것이다. 거기다 김수지에 따르면, “북조선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야간 조도가 낮은 유일한 국가가 아니며,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국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미국과 유럽에 미치지 못한다.” 즉, 이 점에서 프로파간다와 서구식 발전주의의 프레임이 사회에 편향 및 선전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는 이런 시각으로 북한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김수지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또 다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아래 김수지가 책에 쓴 내용을 언급하며 긴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다.



“동아시아의 위성사진을 보면 한반도 이남은 그 주변 지역과 함께 빛으로 둘러싸여 있는 반면, 이북 지역은 수도인 평양을 제외하고는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이 사진은 2002년 12월 23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뉴스 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이후 북조선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이미지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밤에 찍은 한반도 위성사진을 보면, 한반도 남쪽이 빛과 에너지 그리고 활력과 경제 호황으로 가득 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반도 북쪽은 그저 어둡기만 합니다.” 뒤이어 그는 무미건조하게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비극입니다.” 분명 북조선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그런데 이 비극의 정확한 본질은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된 위성사진이 제작되는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사진을 여러 장 겹쳐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현대 기술의 산물인 위성사진은 지구궤도에서 다각도로 촬영한(정확하게 말하자면, 236개 궤도에서 촬영한) 다중 이미지를 합성해 화재나 번개 같은 이상 현상을 보정하는 정교한 알고리즘을 거쳐 완성된다. 즉, 럼스펠드의 말처럼 위성사진은 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실제 모습이 아닐뿐더러 그 사진 자체가 원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 수도 없다. 이 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조선’으로 약칭]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들 역시 북조선에 대한 어떤 일정한 전제들에 맞춰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수지, 윤철기·안중철 옮김, 혁명과 일상 - 해방 후 북조선 1945~1950, 후마니타스, 2023,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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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4-01-02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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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Life in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 by Suzy Kim 
--- 1,000 단어 요약+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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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님, 요청하신 수지 킴(Suzy Kim)의 <북한 혁명의 일상: 1945~1950>에 대한 요약과 평론을 작성해 드립니다. 설정해 주신 원칙에 따라 <해라> 체로 서술하였습니다.

북한 혁명의 일상: 1945~1950

(Everyday Life in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

1. 요약: 상향식 혁명과 일상의 재구성

본서는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북한 사회가 어떻게 근본적으로 개조되었는지를 '일상사(Alltagsgeschichte)'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저자 수지 킴은 북한 정권이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강요된 소련의 산물이 아니라, 민중의 자발적 참여와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아래로부터 구축된 측면이 있음을 강조한다.

해방과 공간의 재편 1945년 해방 이후 북한에서는 '인민위원회'가 자생적으로 조직되었다. 이는 식민지 시기의 위계질서를 타파하려는 민중의 열망이 투영된 결과였다. 저자는 마을 단위의 자치 조직이 어떻게 국가 기구로 흡수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민'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추적한다.

토지개혁과 농촌의 변화 1946년 단행된 '무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의 토지개혁은 북한 혁명의 핵심적 사건이다. 단순히 경제적 자산의 재분배를 넘어, 지주와 소작인이라는 수천 년 된 계급 관계를 파괴했다. 농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지주를 비판하고 토지를 분배받는 과정을 통해 혁명의 수혜자이자 주체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일상적인 언어, 의례, 인간관계가 혁명적 가치에 따라 재정의되었다.

여성 해방과 새로운 가족관 북한은 남녀평등권 법령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했다. 문맹 퇴치 운동과 여성 동맹 활동은 가부장적 질서에 갇혀 있던 여성들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냈다. 저자는 여성이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 생산 현장과 정치 활동에 참여하게 된 변화가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문자 보급과 상징의 정치 한글 전용 정책과 대대적인 문맹 퇴치 운동은 지식의 독점 구조를 깨뜨렸다. 글을 읽게 된 인민들은 신문, 포스터, 연설문을 통해 혁명 서사를 내면화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동무', '인민', '반동' 등으로 교체되면서, 사람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혁명적 이데올로기에 맞게 재구조화되었다.


2. 평론: 북한 내부로 들어간 미시사적 통찰

국가 중심주의적 시각의 극복 기존의 북한 연구가 김일성의 권력 장악이나 소련의 영향력에 집중하는 '하향식' 접근에 치우쳤다면, 수지 킴은 '인민'의 구체적인 삶에 주목함으로써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북한 체제가 초기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공고해질 수 있었던 비결을 권력의 강제력이 아닌, 대중이 느꼈던 '해방감'과 '효능감'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이 탁월하다.

일상이라는 전장(戰場) 이 책은 혁명이 단지 총칼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격변이 아니라, 설거지, 농사짓기, 글 배우기 같은 지극히 평범한 행위들이 정치적 의미를 띠게 되는 과정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일상이 정치가 될 때, 체제는 외부의 압력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얻게 된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중립적 시각과 사료의 한계 저자는 북한 정권을 일방적인 독재 시스템으로 규정하기보다, 사회 변화의 역동성을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 이는 북한을 악마화하거나 미화하는 양극단의 시각에서 벗어나 실체를 객관적으로 보게 돕는다. 다만, 주로 공식 문건이나 선전 매체 등에 의존해야 하는 북한 연구의 특성상, 기록 이면에 숨겨진 민중의 저항이나 공포심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현대 북한 이해를 위한 징검다리 오늘날 북한 사회가 보여주는 강한 결속력과 독특한 집단주의의 원형이 이 5년 사이에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1945~1950년 사이의 경험은 북한 인민들에게 '우리가 주인인 세상'이라는 강력한 신화적 기억을 심어주었으며, 이것이 이후 북한 체제가 장기 지속되는 심리적 토대가 되었음을 이해하게 한다.


3. 결론

<북한 혁명의 일상>은 거시적인 정치사 뒤에 가려져 있던 미시적인 삶의 변화를 복원해낸 수작이다. 북한을 단순한 실패한 국가나 기이한 독재 국가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분석함으로써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인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이 분석은 북한 체제의 기원과 본질을 묻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세진님, 이 책의 내용이나 북한 초기 사회 형성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필요하시다면 관련 도서 추천이나 특정 주제에 대한 심층 분석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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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 1,000단어 요약+평론>

<1) 한 문장 소개>
<Everyday Life in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은 1945년 해방 이후 1950년 전쟁 발발 전까지 “혁명”이 국가 엘리트의 결단만이 아니라, 지방의 마을·가정·학교·직장 등 <일상의 재편 과정>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협상되고, 때로는 어긋났는지를 보여주려는 사회사(미시사) 연구입니다.

<2) 책의 핵심 주장(뼈대)>
이 책의 중심 명제는 출판사 소개 문구에 가장 압축돼 있습니다. 즉, 1945~1950년의 “일상”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경합·우연성·협상>이 벌어진 1차적 전장이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국가 형성(이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이 “위에서 아래로”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아래의 참여·동원·반응” 속에서 구체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저자가 ‘낭만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냉전기 이후 흔한 “처음부터 단일한 전체 설계도에 의해 움직였다”는 설명을 경계하며, 혁명기의 사회 변동을 더 복합적인 동학으로 복원한다는 점입니다.

<3) 내용 전개(무엇을 보여주나)>
책은 해방 직후의 권력 공백과 새로운 제도 실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지역 단위에서 질서가 재구성되는 장면들을 촘촘히 따라갑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층위가 겹칩니다.

  • <지방의 ‘새 질서’가 만들어지는 방식>
    해방 직후에는 행정·치안·배급·토지 문제 같은 실무가 곧 정치였습니다. 이 책은 “국가가 내려보낸 지시” 이전에, 지역의 기존 권위·새롭게 등장한 조직·귀환자·청년·여성 등이 뒤엉켜 일상의 규칙을 만들고 바꾸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 <사회개혁이 ‘집’과 ‘몸’과 ‘시간표’를 어떻게 바꾸는가>
    토지·노동·교육·문맹퇴치·위생·가족 규범 같은 정책이 사람들의 하루 리듬과 관계망을 바꿉니다. 혁명은 구호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재정의였고, 그 지점에서 동의·기대·저항·피로가 동시에 생깁니다.

  • <전쟁으로 향하는 정치적 동원의 일상화>
    1948년 국가 수립과 1949~50년의 긴장 고조는 “비상”을 일상으로 끌어들입니다. 사람들은 교육·집회·조직생활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지만, 그 언어가 항상 그대로 ‘내면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전략적 수용, 부분적 적응, 침묵, 회피 등)이 함께 드러납니다.

이런 구성은 “혁명=선전/강제” 또는 “혁명=해방/진보” 중 하나로 단순화하지 않고, 혁명을 <살아낸 경험>으로 보여주려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4) 자료와 방법(이 책의 강점)>
이 책은 “북한 내부 아카이브 접근의 제약”을 정면으로 우회합니다. 특히 기존 북한 연구가 정치사 중심이거나 제한된 미시사에 그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면서, 미군이 한국전쟁기 노획·수집한 문서군(일명 ‘미군 노획문서/기록’)을 활용해 일기·자서전·보고서류 등 사회사 자료를 넓게 엮어냅니다.
이 점 때문에 독자는 “말단 행정, 학교, 단체, 개인 글쓰기” 같은 미시적 흔적을 통해 혁명기의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5) 평론: 이 책이 잘한 점>

  • <국가·지도자 중심 서사를 흔든다>
    ‘북한=지도자와 국가’로만 읽는 습관을 깨고, 주민의 참여/동원/협상이라는 층위를 복원합니다.

  • <‘혁명기 일상’의 시간감을 만들어낸다>
    해방 직후의 혼란→제도 실험→규범화→비상동원으로 이어지는 리듬이, 사건 연표가 아니라 생활세계의 변화를 통해 전달됩니다.

  • <냉전적 틀을 약화시키는 미시적 증거>
    어느 쪽 도덕판결을 앞세우기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했고 무엇을 기대했는지를 먼저 놓는 방식이라, 독자가 더 차분하게 판단할 여지를 줍니다.

<6) 평론: 한계/주의할 점>

  • <자료의 편향과 ‘기록되는 삶’의 편향>
    노획문서든 공식기록이든, 기록이 남는 사람·기관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일상”을 말할수록 “기록에 잡히지 않는 일상”이 무엇인지 함께 의식해야 합니다.

  • <동원과 자발성의 경계 문제>
    책이 ‘행위자성’을 복원할수록, 어떤 행동이 신념·기회·압력·안전 계산의 혼합이었는지 더 세밀한 구분이 필요해집니다. 독자는 “참여가 곧 자유의 증거”도 아니고 “동원이 곧 전적 강제”도 아니라는 긴장 속에서 읽는 게 좋습니다.

  • <지역 사례의 일반화 범위>
    미시사는 강력하지만, 특정 지역·특정 기관·특정 시기의 농도가 전체 북한 사회로 얼마나 확장되는지는 언제나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7) 함께 읽으면 좋은 방향>

  • 이 책은 “혁명기 북한 사회의 밑바닥 생활세계”에 초점을 둡니다. 
  • 그래서 이후(1950년대 전쟁·복구·체제 공고화)로 넘어가거나, 남북을 비교하는 관점, 
  • 또는 ‘여성/국제주의’ 관점으로 확장하려면, 같은 저자의 다른 저작이나(예: 국제 냉전 속 여성 네트워크를 다룬 연구), 혹은 남한의 해방공간 사회사/지방권력 연구와 병독하면 균형이 좋아집니다.


<English | Summary + Critical Review (≈1,000 words)>

<1) One-sentence description>
<Everyday Life in 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 is a social history of the liberation-to-war decade that treats “the everyday” not as background, but as the primary arena where revolutionary change was negotiated, contested, and made real in villages, households, schools, and local organizations.

<2) The core thesis>
Kim’s key claim (also echoed in the publisher’s framing) is that the formative years of state-building in the North (1945–1950) cannot be understood only through state policy, party leadership, or high politics. The everyday constituted a space of <contestation and contingency>—a zone where people responded to reforms, took up new roles, adapted strategically, and sometimes pushed back or fell silent.
This matters because many conventional accounts (especially those shaped by Cold War frameworks) slide too easily into a single storyline: either a fully pre-scripted top-down revolution, or a purely coercive system that was “already complete” from the start. Kim’s intervention is to show a messier, more human process of revolutionary transformation.

<3) What the book follows>
Rather than narrating a sequence of elite decisions, the book tracks how social revolution entered the routines of ordinary life:

  • <Local governance and the practical work of order-making> In the immediate post-liberation vacuum, everyday problems—security, food distribution, land disputes, schooling—were inseparable from politics. Kim foregrounds how local actors and organizations shaped new norms and practices before these became fully standardized under a consolidated state.
  • <Reform as the reorganization of time, labor, and social relations>
    Land, labor, education, literacy, hygiene, and family norms are treated as mechanisms that reorganize daily rhythms and relationships. Revolution appears as a redefinition of “who does what, when, and with what authority,” which inevitably produces mixed responses: hope, compliance, fatigue, opportunism, fear, and occasional resistance.

  • <The gradual normalization of mobilization> As the late 1940s move toward heightened conflict, “emergency” increasingly becomes part of normal life—through meetings, campaigns, training, and organizational routines. Importantly, Kim avoids equating participation with wholehearted belief; she keeps open the possibility of partial uptake, strategic conformity, and quiet evasion.

<4) Sources and method: why this book stands out>
A major methodological contribution is Kim’s creative use of archives that are available outside the DPRK. Review discussions note her reliance on “Records Seized by the US Military Forces in Korea” and related materials—documents that can include reports, autobiographical writings, and administrative traces that help reconstruct social life beyond the state’s public narrative.
This approach helps broaden North Korean studies beyond high politics by making it possible to see how schools, local offices, and mass organizations interacted with ordinary people.

<5) Strengths (critical appreciation)>

  • <It rebalances North Korea scholarship away from leader/state-only narratives>
    The book insists that social transformation is not fully legible at the top. The payoff is a more textured account of how revolutionary projects are implemented and experienced.

  • <It restores historical “time-feel”>
    Readers get a sense of rhythm: uncertainty after liberation, experimentation, institutionalization, and the creeping everydayness of mobilization. This is harder to achieve in event-driven political histories.

  • <It creates space for analytic neutrality> By prioritizing practices and lived experience, the book can be read without forcing a single moral script. It enables readers to form judgments based on observed social dynamics rather than inherited geopolitical templates.

<6) Limits / what to watch for>

  • <Archival bias and the “visibility” problem>
    Any archive privileges what was recorded and what survived. “Everyday life” is always partially invisible—especially the lives least likely to generate documents. The book mitigates this, but cannot eliminate it.

  • <Agency vs. coercion: a delicate boundary> Emphasizing agency is an important correction, yet it raises a harder question: how to distinguish conviction, adaptation, risk management, and coercion when people act within asymmetrical power relations. Readers should avoid the trap of turning participation into proof of freedom—or, conversely, treating every action as mere compulsion.
  • <Generalization from local cases> Microhistory gives depth, but its representativeness must be handled carefully. The book is most persuasive when it presents its case as a window into processes, not as a total portrait of the entire North.

<7) Overall judgment>
Kim’s book is valuable precisely because it relocates “revolution” into the mundane: schedules, labor, schooling, meetings, paperwork, and family life. It is not a book that asks you to excuse or condemn; it asks you to understand how a revolutionary state was made through the daily practices of millions—practices that could include enthusiasm, compromise, and constraint at the same time. For readers interested in social history, state formation, and the lived textures of ideology, it remains one of the most illuminating entry points into the 1945–1950 North Korean experience.


세진님이 원하시면, 이 책을 <주제별 독서노트 10항목(핵심 주장–근거 자료–제가 던지는 질문)> 형태로 더 ‘학술 논문 준비용’으로 바꿔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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