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핵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기자명 곽태환 입력 2023.04.29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올해 2023년에도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아홉 차례나 발사했다. 최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 지도를 펼쳐 놓고 '전쟁 억제력'을 언급하는 등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을 대놓고 공개적으로 위협한 바 있고, 고체연료를 사용한 '화성-18'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도 단행했다. 수십 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이들 운반수단을 고도화하면서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성하여 한국국민의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국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안정적이며 신뢰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그것이 급선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2년 만의 미국 국빈방문(4.24-27)이 이뤄져, 윤석열-바이든 한미 두 정상은 백악관에서 안보, 경제 문제 등 현안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끝낸 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최고수준의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포함한 한미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의회에서 영어로 한 연설은 퍽 인상적이었고, 만찬에서 부른 윤 대통령의 노래는 미국인의 정서와 죽이 잘 맞아 이번 국빈방문은 큰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한다.
특히 이번 국빈방문의 핵심이슈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미 간 확장억제와 관련하여 ‘워싱턴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했다. 이번 명문화한 ‘워싱턴선언’의 핵심내용은 한미 간 ‘핵 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의 신설과 전략 핵잠수함(SSBN) 등 최첨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기적 전개 그리고 미국의 핵무기 사용 관련 정보공유 확대로서, 이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은 정상회담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한미 양 정부가 매년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통해 핵우산 등 확장억제 의지를 밝히고 있고, 과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다룬 바 있으나 이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 정상 차원에서 문서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반도 '확장억제'의 개념은 북한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억제력을 미 본토 수준으로 확장해 한국에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방문과 관련해 확장억제의 실효성 강화를 최우선 의제로 삼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한 이번 선언은 시의적절한 조치이며 실효적 성과를 거뒀기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워싱턴선언’의 역사적 함의를 요약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윤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4.17)에서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나토(NATO) 식 핵 공유는 회원국 중 5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핵 기획그룹(NPG)을 구성해 기획․계획․훈련을 협의하는 기구이다. 한편, 한반도의 경우는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유지를 위해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도 반대하였다.
따라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한미 간 핵 협의 그룹(NCG)의 신설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이 유사시 핵전력 운용에 있어서 정보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그리고 공동실행 차원에서 미국의 핵 자산 운용 관련 기획에 한국의 참여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큰 성과이다.
따라서 한미 간 안정되고 신뢰성 있는 확장억제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전략 핵잠수함(SSBN)을 비롯한 최첨단 전략자산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 사용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공약한 것이다. 그러나 나토의 핵 기획그룹(NPG)과 한미 간 핵 협의그룹(NCG) 간 큰 차이점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차이점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핵 자산과 한국이 개발 중인 현무 계열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한국의 3축 체계와 미국의 확장 억제력 강화와 함께 안정되고 신뢰성 있는 핵전쟁 억제력을 제공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한반도에서 핵 공포의 균형을 이루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환언하자면 만약 북한이 선제 핵공격을 감행해올 때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실질적 보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선언으로 미국은 한국을 핵심이익(core interest)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재천명한 것이다. 핵심이익 이란 한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자국의 공격으로 간주하여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최첨단자산을 동원하여 한국의 안보를 위해 대응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미국의 강력한 대한 공약은 한반도에서 핵 균형이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시점에서 한미와 북한 간에는 핵 억제(nuclear deterrence) 개념이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핵보유국을 공격하려면 상호 파멸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핵 공포의 균형(nuclear balance of terror)이다. 이러한 균형은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고도 하는데, 적이 핵 공격을 가하면 적의 공격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에 또는 도달한 후 생존해 있는 제2 타격 능력인 핵 보복능력을 이용해 상대편도 전멸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 현시점에서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핵전력이다. 이번 워싱턴선언을 통해 미국이 한국을 위해 강력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문서로 만든 것이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인 과반수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를 제공한 이번 ‘워싱턴선언’은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의 동기유발(incentives)을 감소시켰으며 미국의 노력 결과로 한국인의 자체 핵무장론을 무마시키고 한국의 안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핵 균형이 이루어져 한국인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한반도에서 핵 균형이 이뤄져서 핵 균형이 깨어지지 않는 한 북한의 핵 선제공격이 억제되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개연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 가지 우려 사항은 이번 워싱턴선언이 북한체제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칼럼을 통해 주장한 데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군사안보와 평화전략의 병행 추진을 고려해 주길 기원한다. 남북미 3국이 ‘강대강 맞대응 전략’에서 벗어나 우호적이고 협력적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3국은 대화여건을 조성하여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복원과 제도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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