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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신통일미래구상’에 기대한다
[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기자명 곽태환
입력 2023.04.11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장/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금년 1월 2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통일부 권영세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요 통일부 업무추진 방향의 하나인 통일미래 준비와 관련하여 한반도 평화와 민족 번영을 위한 중·장기 구상으로 가칭 '신(新)통일미래구상'을 마련하겠다고 2023년 통일부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통일부는 이 구상 속에 윤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 인권, 소통, 개방 등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적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비전과 방향을 담게 될 '신통일미래구상'이 '6.3선언'과 '7.7선언'처럼 통일정책의 변곡점이 될 새로운 비전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새 통일방안에는 국정철학도 반영돼야 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도 참여해야 한다."며 민주평화 통일자문회의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94년 8월 15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천명한 이후 한국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다. '1민족 1국가'의 통일국가 실현이 최종목표며, 통일 과정을 (1)화해협력 단계, (2)남북연합 단계, (3)통일국가 완성 단계인 3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반영하여 30년 만에 수정·보완한다고 밝혔다.
필자는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그러나 마련 중인 '새 통일미래구상이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신 구상에 거는 기대가 크다. 과거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신통일미래구상'이 윤 정부의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의 홍보물이 되지 않길 바란다.
윤 정부의 중·장기 통일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을 마련할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2월 28일 드디어 출범했다. 본 위원회는 통일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정치·군사, 경제, 사회·문화, 인도·인권, 국제협력 등 5개 분과위원회 35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위원장에는 김영호 교수이며 거의 모두가 보수성향의 최고전문가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진보성향의 최고 전문가가 보이지 않아 대단히 유감이다.
본 기획위원회의 위원들은 보수와 진보인사들이 함께 신통일 구상을 초이념적이고 초정치적인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을 포함하여 다수가 보수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통일미래 청사진 마련과 국민적 공감대 합의 도출과 아마도 국회인준을 받아야 할 입장인데 향후 마련될 '신통일미래구상'의 미래가 불확실성이 높아 보인다.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3월 15일 오후 권영세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회의를 개최하여, '신통일미래구상' 수립방향과 '담대한 구상' 추진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통일부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는 5개 분과위원회별 회의를 시작으로 '신통일미래구상' 수립을 위해 매 분기 1회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각계 간담회와 공개 세미나, 국제협력대화 등 본격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권영세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더 큰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해답은 통일에 있으며, 우리가 꿈꾸는 통일한국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통일준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일미래기획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해 권 장관은 (1)자유인권소통개방 등 인류 보편적 가치가 실현되는 통일미래의 바람직한 모습과 이를 이뤄나갈 전략 제시, (2)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고 존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통일정책 기반 마련, (3)국민과 국제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오고 가는 소통의 통로 역할 등 3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제6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필자는 현 통일부가 구상하고 있는 ‘신통일미래구상’ 마련에 도움이 되고자 아래와 같이 5개 정책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김대중 정부가 당시에 추진했던 (1)법적·제도적 통일(de jure unification), (2)사실상 통일(de facto unification )을 분리하여 구상해 주기 바란다. 당시에도 그러했고 현시점에서 통일의 최종상태는 원 코리아(One Korea)로 법적·제도적 통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 코리아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고 남북교류가 활발하고 경제공동체가 이뤄져 공식 통일방안의 2단계 남북연합단계로 돌입하면 사실상의 통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가장 현실성 있는 통일방안은 남과 북의 합의에 의한 통일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남과 북의 합의에 의한 통일방안 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가 통일방안을 천명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남북연합단계에 돌입하면 향후 한국정부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북한의 '고려민주공화국창립방안'(DFRK) 두 방안을 놓고 남과 북이 합의에 의한 공동의 통일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윤 정부의 '신통일미래구상'이 북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상이면 더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최소한 북한과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이면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남과 북이 공동의 통일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과거 보수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과거 보수정부가 "북한의 붕괴설"이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대북정책을 추진했던 역사적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런 오판이 되풀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as it is) 인식하고 앞에서 지적한 데로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공동의 통일방안(common unification formula)에 합의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 정부의 '신통일미래구상'이 일방적인 통일정책 선언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넷째, 북한이 주장하는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는 어떤 통일방안도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 통일과정에 있어 북한체제의 보장 없는 통일방안은 북한이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남과 북이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통일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남북미 3국이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통일문제의 논의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신통일 미래전략과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한 전략이나 구상은 현실적이라야 한다. 도덕적이고 법적·제도적 바탕에서 만들어진 신통일미래구상은 이상적이고 현실성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향후 윤 정부가 준비하는 '신통일미래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대화여건 조성이 급선무이다. 통일부가 일방적으로 정책구상을 천명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통일부가 중·장기적 통일미래구상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 간 대화재개에 대한 윤 정부의 창의적인 방안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남북미 3국이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선대선 맞대응 전략으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윤 정부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북한인권백서 발행과 더불어 도덕적·인도적·법적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과거 보수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남북미 3국의 최고지도자에게 다시 촉구한다. 3국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를 한번 냉철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필자는 이미 <통일뉴스> 칼럼을 통해 밝혔듯이, 우발적 무력충돌로 인해 한반도에서 또다시 민족상잔의 전쟁이 우발적으로 발생할까 두렵다. 현시점에서 남북미 3국이 한반도에서 신뢰성 있고 안정된 전쟁억제력 때문에 어느 누구도 기획된 핵전쟁을 시작(initiate)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핵 시대에서 핵전쟁은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쟁당사자들이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어느 누구도 핵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미 3국간 상호신뢰 구축부터 시작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의 칼럼(2021년 10월 5일 게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8대 저해 핵심요인은? 참조.]
한반도에서 대화분위기를 조성하여 남북/북미대화와 협상이 재개되는 것이 한반도 비핵-평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남북/북미 간에 건설적인 대화 없이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모색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예방하고 핵 없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남북미 3국이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고 대화분위기 조성에 올인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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