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27, 2024

북 외교관, 쿠바서 작년 한국 망명...“북 주민 통일 원해” — RFA 자유아시아방송

북 외교관, 쿠바서 작년 한국 망명...“북 주민 통일 원해” — RFA 자유아시아방송

북 외교관, 쿠바서 작년 한국 망명...“북 주민 통일 원해”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4.07.16




16일 서울역 TV 화면에서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일규 정무참사의 탈북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AP


앵커: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인 리일규 참사가 지난해 11월 망명해 한국에 입국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리 참사는 북한 주민들이 통일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며, 이를 막는 북한 당국을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혈맹인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 가족과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리일규 참사.

한국과 쿠바가 올해 2월 전격 수교를 앞두고 물밑 소통을 이어가던 시점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가정보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주쿠바 북한대사관 소속 정무참사 망명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리 참사는 이날 공개된 한국 조선일보와의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은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을 갈망하고 열망한다”며,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은 통일밖에 없다는 생각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류’는 아무리 강한 통제와 처벌에도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선대 지도자들과는 달리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희망마저 무참히 빼앗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가 대남노선 전환, 이른바 ‘두 국가론’ 등 반통일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갈망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와 관련해선 “열병식 같은 공식 국가 행사까지 데리고 다녀 거부감이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리 참사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본다”며, 대외적 노출이 잦았던 만큼 지도자에게 필요한 신비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성렬 전 미국 담당 부상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인 2019년 2월 중순 미국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공개 총살됐고, 리용호 전 외무상은 주중 대사관 뇌물 사건에 연루돼 같은 해 12월 일가 전체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월 리용호가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와 관련해 “숙청 여부는 확인되나 처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탈북’ 주쿠웨이트 북한 대사대리 “김정은, 핵 포기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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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관의 탈북이 확인된 것은 지난 2019년 7월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같은 해 9월 류현우 주쿠웨이트 대사대리 이후 처음입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른바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탈북민은 10명 내외로 지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국경 봉쇄 여파로 전체 탈북민 수가 급감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해외에서 일하는 외교관들이 북한 내 인원보다 상대적으로 탈북하기에 유리한 환경에 놓인 만큼,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해외에 나와 있는 이상은 그것을 어떻게 통제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북한처럼 국경을 다 폐쇄시켜놓고 막는다면 모르겠지만, 해외는 모두 열려 있는 곳이니까 이제 와서 탈북을 막겠다고 하는 것은 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리 참사와 15년 동안 한 부서에서 같이 일했고 가장 가깝게 지낸 동료 가운데 한 명이라고 밝힌 류 대사대리는, 북한 주민들이 민생을 등한시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김정은을 외면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뜻을 같이했습니다.

또 북한과 동맹이라고 할 수 있는 쿠바와 시리아에서조차 탈북을 하는 외교관들이 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습니다.

콩고 주재 북한 대사관 서기관, 북한 외무성 아프리카국 과장 등을 지낸 고영환 한국 국립통일교육원장은 리 참사의 망명 소식에 “용감한 선택을 환영하고,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고 원장은 “북한 외교관들이 먼저 한국에 들어온 이들의 근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며 “김정은의 지도력이나 북한 체제에 대한 좌절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 한 나라의 외교관들이 이렇게 많이 탈출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 어렵습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소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에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고 원장은 해외 파견 외교관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는 예전부터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겪은 일들을 다음 세대가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이들로 하여금 계속 탈북을 시도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전 의원은 리 참사가 파나마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 억류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김정은 표창장을 받았으며, 김정일과 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였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리 참사가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중남미 지역 문제와 관련한 많은 문건을 직접 작성했다”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이어 “리 참사가 주쿠바대사관에서 마지막으로 수행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한국과 쿠바 사이의 수교를 저지하는 활동이었다”며 “쿠바의 마음은 이미 한국에 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앞서 한국과 쿠바는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의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외교관계 수립을 전격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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