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과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의 국제정치적 함의
[기고] 한반도 평화담론의 패러다임 전환 / 곽태환
기자명 곽태환 입력 2026.09.23 21:05 댓글 0
SNS 기사보내기SNS 기사보내기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톡(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이메일(으)로 기사보내기 다른 공유 찾기 기사스크랩하기바로가기 메일보내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곽태환 박사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초록
본 연구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타난 한반도 평화구상의 국제정치적 함의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연설에서 제시된 "핵 없는 한반도" 개념과 평화체제 전환 구상을 중심으로 기존의 북한 비핵화 우선 접근과의 차이점을 검토하고, 이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미 대화의 재개, 전쟁 종식, 평화체제 전환, 그리고 단계적 핵문제 해결을 제안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구상이 단순한 평화체제 담론을 넘어 한반도 안보질서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통령이 사용한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은 전통적인 "북한 비핵화" 개념과 구별되며, 적대관계 해소와 상호안전보장에 기초한 "한반도 비핵화"의 정책적 방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필자는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논증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평화조약은 단순히 한국전쟁을 법적으로 종결하는 문서가 아니라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가능하게 하며, 군비통제와 핵군축을 촉진하는 핵심 제도적 장치로 이해된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평화조약 이후에 형성되는 결과적 질서이며, 평화조약 없이는 지속 가능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없다는 것이 본 연구의 중심 명제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이 명시적으로 평화조약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논리구조를 통해 사실상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번 연설의 국제정치적 함의는 평화체제 담론 자체보다 평화조약을 통한 안보 보장, 핵군축,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있다고 평가된다.
주제어: 한반도 비핵화, 평화 우선론(Peace First), 4자 평화조약,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이재명 유엔 기조연설, 동북아 평화질서
Ⅰ.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문제 제기
21세기에 들어 한반도 안보 환경은 질적으로 변화하였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면서 한반도 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남북관계의 차원을 넘어 동북아 및 국제안보질서의 핵심 현안으로 자리 잡았다. 냉전 종식 이후 한국과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북핵 협상을 추진해 왔으며,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등 여러 차례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은 지속적으로 증대해 왔다.
이러한 현실은 지난 30여 년 동안 한반도 정책을 지배해 왔던 이른바 “선(先) 비핵화, 후(後) 평화체제” 접근의 한계를 시사한다. 기존 접근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안전보장과 경제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단순한 군사력의 수단이 아니라 체제생존을 보장하는 최후의 억제력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핵문제를 비확산 차원의 기술적 문제로만 접근할 경우 근본적 해결에 이르기 어렵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더욱이 최근 국제정세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 제약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형성된 새로운 국제질서, 북러 전략협력의 확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안보의 경제화 현상은 한반도 문제를 더욱 복합적인 국제정치 이슈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북핵 문제 역시 단순한 비핵화 문제가 아니라 평화체제, 안보보장, 군비통제, 동북아 질서 재편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중요한 국제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미대화의 재개와 전쟁종식, 평화체제 전환 및 “핵 없는 한반도”를 제시하며 새로운 한반도 평화구상을 천명하였다. 특히 그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으로 “중단(halt)→축소(reduction)→핵 없는 한반도”라는 3단계적 접근을 제시하고,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러한 연설은 과거 진보정부들의 평화정책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이번 연설은 기존의 “북한 비핵화” 중심 담론에서 벗어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우선(Peace First)”의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본 연구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즉 본 연구는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이 단순한 정책선언인가, 아니면 한반도 평화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하는 정치적 신호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이재명 대통령의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그 함의를 규명하는 데 있다. 특히 본 연구는 연설에 나타난 평화담론이 기존의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접근과 어떠한 차이를 가지며, 그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우선 접근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존 논의의 이론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지금까지의 평화체제 논의는 대체로 평화체제를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면서도 평화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조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 왔다. 특히 평화체제와 평화조약을 동일 차원에서 이해하거나, 평화체제 이후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러한 접근에 동의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안정화된 평화질서라는 점을 전제로 하며, 따라서 평화체제의 형성을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제도적 토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핵심 제도적 장치가 바로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조약의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즉 평화조약은 평화체제의 결과물이 아니라 평화체제 형성의 전제조건이며,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고 군비통제와 핵군축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논증하고자 한다.
3. 연구 질문과 가설
필자는 본 논문에서 세 가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논의하려고 한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은 기존의 대북정책 및 비핵화 담론과 비교할 때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둘째, 대통령이 제시한 “핵 없는 한반도”는 단순한 북한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보다 포괄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인가?
셋째, 한반도 평화체제는 어떠한 조건 하에서 실현될 수 있으며,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은 여기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중심가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평화조약의 결과가 아니라 평화조약을 전제조건으로 하여 형성되는 제도적 질서이다. 따라서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조건이며,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은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조약 중심 접근을 내재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 가설은 기존의 “비핵화 → 평화체제”라는 인과관계를 “평화조약(평화체제) → 북한체제보장 → 군비통제 → 한반도 비핵화”라는 새로운 인과관계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4.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질적 연구 방법(qualitative research approach)을 채택한다. 연구의 주요 분석대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이며, 연설문에 대한 내용분석(content analysis)을 실시한다. 또한 기존의 평화체제론, 비핵화론, 평화조약론 및 국제정치이론에 대한 문헌연구를 병행한다.
분석틀로는 현실주의, 자유주의-제도주의, 안보공동체 이론을 활용하되, 궁극적으로는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의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재해석한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의 관계를 중심으로 정책적·이론적 함의를 도출한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본 연구는 이재명 정부의 평화담론이 단순한 정책수사를 넘어 새로운 한반도 평화질서 구상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특히 그 핵심은 평화체제 자체가 아니라 평화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의 전략적·제도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데 있다.
Ⅱ. 이론적 논의와 연구가설
1.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관한 이론적 논쟁
한반도 핵문제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냉전 종식 이후 국제정치학과 한반도 연구의 핵심 주제로 논의되어 왔다. 특히 북한 핵개발이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관계를 둘러싸고 상이한 이론적 접근이 전개되었다.
기존의 지배적 접근은 북한 비핵화를 평화체제 구축의 선행조건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북한 핵문제를 국제 비확산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핵폐기가 먼저 이루어져야만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제네바 기본합의, 6자회담, 그리고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체로 이러한 인식에 기반해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핵능력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면서 비핵화 우선 접근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어 왔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단순한 군사력의 수단이 아니라 체제생존과 안보보장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해 왔다는 점에서, 핵문제는 비확산의 문제와 동시에 안보보장의 문제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의 인과관계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즉 비핵화가 평화체제를 가능하게 하는가, 아니면 평화체제와 안보보장이 비핵화를 촉진하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이론적 쟁점으로 남아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논쟁을 검토하기 위하여 현실주의, 자유주의-제도주의, 안보공동체론의 논의를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는 설명틀로서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2. 현실주의와 북핵문제
현실주의는 북한 핵문제를 설명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정치이론 가운데 하나이다. 현실주의에 따르면 국제체제는 무정부 상태(anarchy)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가들은 자신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하여 군사력 확보에 의존하게 된다.
특히 케네스 왈츠(Kenneth Waltz)와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로 대표되는 현실주의 전통은 국가의 안보행동을 체제구조의 산물로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공격적 의도보다는 체제생존을 위한 방어적 억제전략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지속된 미국과의 적대관계, 냉전 종식 이후 사회주의권 붕괴, 그리고 이라크 및 리비아 정권 붕괴 사례 등을 체제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해 왔다. 따라서 핵무기는 군사적 우위 확보 수단이라기보다 체제생존을 위한 최후의 억제력으로 기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주의적 설명은 북한 핵보유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러나 현실주의는 국가들이 왜 갈등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강점을 가지는 반면, 갈등이 어떻게 평화적 관계로 전환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설명력을 가진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안보딜레마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3. 자유주의-제도주의와 평화조약
자유주의-제도주의는 국가 간 협력이 가능하며, 제도와 규범이 갈등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본다.
로버트 코헤인(Robert Keohane)과 조지프 나이(Joseph Nye)의 연구는 국제제도가 국가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상호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협력을 촉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화조약은 전쟁 상태를 종료하는 외교문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평화조약은 상호 불가침, 분쟁 해결 절차,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등을 제도화함으로써 적대관계를 협력관계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은 정전체제를 법적으로 종식시키고 한반도 안보질서를 재구성하는 제도적 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체제안전보장의 일부를 제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점에서 자유주의-제도주의는 평화조약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핵심적 제도장치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4. 안보공동체론과 평화체제 형성
한반도 평화체제의 장기적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안보공동체론이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카를 도이치(Karl Deutsch)는 안보공동체를 구성원들이 상호 간의 갈등을 무력에 의존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안보공동체의 핵심은 군사력의 균형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평화적 분쟁해결 규범의 제도화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화체제는 단순한 군사적 긴장완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평화체제는 적대관계의 종식, 상호안전보장, 군비통제 및 신뢰구축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제도적 질서를 의미한다.
따라서 평화체제는 하나의 정치적 선언을 통해 즉각적으로 형성되는 상태라기보다, 평화조약과 안보보장을 기초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질서로 이해될 수 있다.
5.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과 분석틀
본 연구는 현실주의, 자유주의-제도주의, 안보공동체론을 상호 경쟁적 이론이라기보다 상호보완적 설명틀로 이해한다. 현실주의는 북한 핵보유의 원인을 설명한다. 자유주의- 제도주의는 안보딜레마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설명한다. 안보공동체론은 평화체제 형성의 장기적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이러한 세 가지 이론을 종합할 경우 한반도 문제는 다음과 같은 인과구조로 설명될 수 있다. '정전체제→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 한반도 평화체제→ 북한 안보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군비통제 및 핵군축→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 평화질서'로 이어진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설명모형을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으로 개념화한다.
평화우선 접근은 비핵화를 평화체제의 선행조건으로 보는 기존의 접근과 달리, 안보보장과 평화조약이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한다고 본다. 따라서 비핵화는 출발점이 아니라 안보보장과 신뢰구축 과정이 진전되는 가운데 실현될 수 있는 정책목표로 이해된다.
6. 연구가설
이상의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가설을 설정한다.
가설 1.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은 기존의 ‘북한 비핵화 우선 접근’보다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에 보다 가까운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준다.
가설 2.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은 “북한 비핵화”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보다 가까운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설 3.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위한 핵심 전제조건으로 기능할 수 있다.
가설 4. 4자 평화조약에 기초한 안보보장 체제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군비통제를 촉진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가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가설 5.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은 평화조약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논리구조를 통해 평화조약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종합하면, 필자의 중심가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비핵화의 결과라기보다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에 기초한 북한의 체제보장과 신뢰구축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는 질서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은 이러한 평화우선 접근과 정책적 수렴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이상의 연구가설은 다음 장에서 유엔 기조연설에 대한 내용분석을 통해 검토될 것이다.
Ⅲ. 이재명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의 내용 분석: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의 정책적 함의
1. 유엔 기조연설의 기본구조와 평화담론
이재명 대통령의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복합위기와 대한민국의 국제적 역할을 다루고 있으나, 연설의 후반부는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연설은 크게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첫째,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혁명, 국제분쟁 등 글로벌 차원의 도전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둘째,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제안하는 협력적 국제질서와 평화공존의 비전이다.
셋째, 북미대화 재개, 전쟁종식, 평화체제 전환 및 「핵 없는 한반도」를 포함하는 한반도 평화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연설의 논리적 전개순서이다. 대통령은 핵문제를 출발점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미대화 재개와 전쟁종식, 평화체제 전환을 먼저 언급한 이후 「핵 없는 한반도」를 최종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서술구조는 기존의 비핵화 중심 접근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전통적인 접근이 ‘북한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순차적 구조를 전제하였다면, 이번 연설은 ‘북미대화→ 전쟁종식→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한반도’라는 역방향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제Ⅱ장에서 논의한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과 상당한 정책적 유사성을 보여준다.
2. 평화공존 구상과 평화우선 접근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포용적 평화공존, 안정적 평화공존, 책임 있는 평화공존이라는 세 가지 평화구상을 제시하였다. (1) 포용적 평화공존은 상호 체제 인정과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 안정적 평화공존은 갈등의 예방과 관리, 그리고 지속가능한 평화구조의 형성을 목표로 한다. (3) 책임 있는 평화공존은 한반도 문제를 동북아와 국제사회 차원의 평화질서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구상은 단순한 남북관계 개선론과 구별된다. 특히 상호존중과 평화공존이라는 개념은 적대관계의 해소가 비핵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와 연결될 수 있다.
이는 제Ⅱ장에서 검토한 자유주의-제도주의와 안보공동체론의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상호존중과 신뢰구축은 안보공동체 형성의 전제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평화공존은 그러한 과정의 초기단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설에 나타난 평화공존 개념은 평화체제를 비핵화 이후의 결과로 이해하기보다, 비핵화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제도적 조건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3. 북미대화 재개의 전략적 의미
이번 연설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 가운데 하나는 북미대화의 재개를 평화프로세스의 출발점으로 설정한 점이다.
그동안 한반도 평화문제는 종종 남북관계 중심의 시각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북미 적대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핵심 또한 북미관계에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평화프로세스의 순서를 남북관계 개선보다 북미대화 재개에 두었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북핵문제는 남북관계 차원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핵문제의 발생과 발전 과정은 북미 적대관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북한 역시 핵개발의 주요 이유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제시해 왔다.
따라서 북미관계 정상화는 단순한 외교관계 개선이 아니라 북한 안보보장의 핵심 변수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평화우선 접근이 북미관계를 중시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4. 「핵 없는 한반도」의 의미
이번 유엔 기조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분석 대상은 「핵 없는 한반도(A Nuclear-Free Korean Peninsula)」라는 표현이다.
기존의 한국정부들은 일반적으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반면 이번 연설에서는 「북한 비핵화」보다 「핵 없는 한반도」가 강조되었다.
이 두 표현은 표면적으로는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개념적으로는 상당한 차이를 가진다.
북한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의 제거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반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 전반의 변화를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 개념이다.
특히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사용된 개념 역시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핵화를 의미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핵 없는 한반도」는 단순히 북한의 핵폐기만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표현이 등장하는 문맥이다. 대통령은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언급한 이후 「핵 없는 한반도」를 최종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는 비핵화를 출발점이 아니라 종착점으로 설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제Ⅱ장의 가설 2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핵 없는 한반도」는 「북한 비핵화」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가까운 정책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5. 평화체제 담론의 함의와 평화조약의 가능성
연설은 평화체제 전환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평화조약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화체제의 의미를 엄밀히 검토할 경우, 평화조약 문제는 논리적으로 배제되기 어렵다. 평화체제는 전쟁이 종결되고 적대관계가 해소되며 상호안전보장이 제도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한 상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정전체제를 대체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국제정치사에서 그것은 일반적으로 평화조약의 형태로 나타나 왔다.
이러한 점에서 연설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재구성될 수 있다. ‘북미대화 재개→ 전쟁종식 논의→ 평화조약 체결 가능성→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다. 즉 평화조약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평화조약의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동일하지 않다.
오히려 평화체제 전환이 실질적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정한 형태의 평화조약 또는 이에 상응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
따라서 제Ⅱ장의 가설 5는 일정 부분 설명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상의 분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이 기존의 「북한 비핵화 우선 접근」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첫째, 연설의 논리구조는 비핵화보다 평화체제 전환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둘째, 「핵 없는 한반도」는 「북한 비핵화」보다 보다 포괄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관점에서 이해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셋째, 북미대화 재개와 전쟁종식을 평화프로세스의 출발점으로 설정하고 있다.
넷째, 평화체제 담론은 평화조약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조약의 필요성을 내재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유엔 기조연설은 비핵화 중심 접근보다는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과 상당한 정책적 수렴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러한 해석은 다음 장에서 논의할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론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Ⅳ.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조건으로서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
1. 문제의 제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냉전 종식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핵심 정책과제이다. 그러나 평화체제의 개념과 형성 경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특히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비핵화를 평화체제 구축의 선행조건으로 이해하거나, 평화체제와 평화조약을 동일한 범주에서 논의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정전체제의 구조적 특성과 북한 핵문제의 안보적 성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근본 원인은 단순히 핵무기의 존재가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지속되어 온 정전체제와 적대관계의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화체제 구축의 문제는 비핵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전체제를 어떠한 제도적 질서로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장은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규정하고, 평화조약이 북한 안보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군비통제, 핵군축 및 한반도 비핵화와 어떠한 인과적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2. 정전체제의 구조적 한계
현재 한반도 질서를 규정하는 기본 틀은 1953년 정전협정 체제이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종결시킨 것이 아니라 군사행위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합의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반도는 법적 의미에서 완전한 평화상태가 아니라 휴전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전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적대관계가 제도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전협정은 무력충돌의 재발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틀을 제공하였지만 상호안전보장을 제도화하지는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안보 딜레마 구조 속에서 반복적인 긴장과 갈등을 겪어 왔다.
북한 핵문제 역시 이러한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북한은 핵무장을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정당화해 왔으며, 핵무기를 체제생존의 최종 보장수단으로 인식하여 왔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는 정전체제가 재생산하는 안보불안의 산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은 정전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접근이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전체제가 유지되는 한 북한의 안보불안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핵무기 의존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평화조약과 북한의 체제보장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는 체제안전보장이다.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핵개발은 군사력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체제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억제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과의 적대관계 해소와 안전보장을 요구해 왔다. 이러한 요구는 경제적 보상보다 체제안전보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협상 가능한 수준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에 의존하게 된 안보환경을 변화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4자 평화조약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평화조약은 한국전쟁을 법적으로 종결시키고 적대관계를 제도적으로 해소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상호 불가침 원칙과 체제존중 원칙을 국제법적 수준에서 규정함으로써 북한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안보우려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물론 평화조약 체결이 자동적으로 북한의 핵포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화조약은 적어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치적·외교적 환경을 조성하는 핵심 조건 가운데 하나로 기능할 것이다.
4. 평화조약과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문제는 본질적으로 남북관계의 문제인 동시에 북미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북핵문제는 북미 적대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는 평화체제 논의와 분리될 수 없다.
북미관계의 정상화는 단순한 외교적 관계 수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호 위협 인식의 감소, 군사적 긴장의 완화, 경제·외교 협력의 확대를 포함하는 구조적 관계 변화를 의미한다.
평화조약은 이러한 북미관계 정상화의 제도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평화조약 체결 이후에는 연락사무소 설치, 외교관계 수립, 상호 신뢰구축 조치, 군사적 긴장완화 등 다양한 정상화 조치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화조약은 과거 전쟁을 종결하는 문서인 동시에 미래의 협력질서를 설계하는 제도적 기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5. 평화조약, 군비통제 및 한반도 비핵화
본 연구의 핵심 문제의식은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인과관계를 재검토하는 데 있다.
기존의 주류적 접근은 다음과 같은 인과관계를 전제했다. ‘북한의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북핵 문제를 발생시킨 안보 환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체제안전보장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적 실현 가능성에도 한계를 가진다.
반면 본 연구가 제시하는 평화우선 접근은 다음과 같은 인과구조를 상정한다.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평화체제구축)→ 북한 안보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군비통제 및 핵군축→ 한반도 비핵화’ 순서이다. 이 인과구조에서 비핵화는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변수이다. 즉 평화조약에 기초한 평화구조가 이뤄져 북한체제의 보장이 형성될 경우 핵군축과 비핵화가 추진될 수 있는 안보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은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설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단계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를 가진다.
6. 이재명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과 4자 평화조약의 함의
앞 장의 분석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기조연설에서 북미대화 재개, 전쟁종식, 평화체제 전환, 그리고 「핵 없는 한반도」를 제시하였다. 연설은 평화조약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설의 논리구조는 평화조약과의 연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전쟁종식은 법적·제도적 장치 없이는 완결되기 어렵다. 또한 평화체제 역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상호안전보장이 제도화될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평화조약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이번 유엔 기조연설은 명시적으로 평화조약을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평화체제 전환의 논리적 귀결로서 평화조약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본 장의 분석은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이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위한 핵심 전제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평화조약은 단순한 종전문서가 아니라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안보질서의 제도적 기반이다. 또한 북한 안보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군비통제 및 핵군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매개장치로 기능할 가능성을 가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비핵화 이후에 도달하는 결과적 상태라기보다, 평화조약에 기초한 안보보장과 신뢰구축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질서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논의는 비핵화와 평화를 대립적인 선택지로 이해하기보다, 평화조약과 안보보장, 군비통제, 비핵화를 상호 연계된 과정으로 이해하는 보다 통합적인 접근 속에서 전개될 필요가 있다.
V. 맺는 말
본 연구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연설에 나타난 한반도 평화구상의 이론적·정책적 함의를 검토하였다. 특히 연설에서 제시된 북미대화 재개, 전쟁종식, 평화체제 전환 및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기존의 비핵화 우선 접근과 비교·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이번 유엔 기조연설은 한반도 문제를 단순히 북한 비핵화의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평화질서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은 기존의 "북한 비핵화" 담론과 구별되며,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체제 전환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평화구조의 변화를 함축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연설의 논리구조는 비핵화를 평화체제 구축의 선행조건으로 설정하기보다, 북미대화 재개와 전쟁종식, 평화체제 전환을 통하여 핵문제 해결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이른바 ‘비핵화 우선 접근’보다는 평화체제와 북한체제보장을 중시하는 ‘평화우선(Peace First)’ 접근과 일정한 정책적 수렴성을 갖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조약의 관계를 재검토하였다. 기존 논의에서는 비핵화 이후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본 연구의 분석은 평화체제가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법적·제도적 기반과 결합하여 형성되는 질서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북한 체제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 군비통제 및 핵군축이 전개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할 개연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북핵문제를 체제보장과 분리된 비확산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안보환경의 변화와 연계하여 이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한반도 비핵화는 독립적인 출발점이라기보다 체제보장과 신뢰구축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추구될 수 있는 정책목표로 위치 지워질 수 있다. 따라서 평화조약과 비핵화의 관계는 단선적 인과관계라기보다 상호 연계된 정치·외교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은 평화조약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북미대화 재개, 전쟁종식,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연설의 논리구조를 통해 평화조약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연결하는 실질적 메커니즘의 상당 부분이 평화조약과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본 연구의 분석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비핵화 이후에 형성되는 결과적 상태라기보다, 남·북·미·중 4자 평화조약에 기초한 체제보장과 신뢰구축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질서라는 해석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4자 평화조약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 전제조건 중 하나이며, 북한의 체제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군비통제 및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가진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평화연구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개별 정책과제로 분리하기보다, 평화조약과 체제보장, 군비통제, 관계 정상화,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분석틀 속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한반도 평화담론의 이론적 발전뿐 아니라 향후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도 하나의 분석적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이스턴 켄터키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6대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 통일 협의회 이사장 (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 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제19-22기 평통 LA 협의회 상임고문, 제23기 통일 교육의원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 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 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 평화 재단(GPF)의 혁신 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한국외국어대학교 HUFS Award(해외 부문) 수상(2025). 37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60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서울프레스, 1999). 공저: 『한반도 문제 해법: 새로운 모색』(한국 학술정보, 2024), 『한반도 비핵·평화 체제의 모색』(매봉, 2023) 등; 영문 책 Co-editor: In Search of Peace in Korea and Northeast Asia (Routledge, forthcoming, 2026);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