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 자유의 방패’, 한미 연합훈련이 남북/북미대화 재개의 독(毒)이 될 수도
[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기자명 곽태환
입력 202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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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다가오고 있다. 그 동안 윤 정부는 문재인 전 정부의 대북/대외정책을 뒤집고 신 대북/대외정책의 모습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결례를 반복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고 불안하다.
현 시점에서 윤 정부의 포괄적인 대북정책이 안 보이고 있어 답답하고 안타깝다. 포괄적인 새 대북정책 로드맵을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준비 중에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현재까지 알려진 윤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요약하면 한마디로 “힘에 의한 군사안보”를 강화하여 평화를 이뤄 보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 기조가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대북 강경정책만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윤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편향된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시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추구하는 국가이익과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국익이 공통점도 있지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고 미중일러 4강의 교차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 지정-지경학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특이한 국가이익이 존재한다. 하여 미국이 추구하는 국익과 충돌이 생기는 현실을 이해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의 미국 일변도 외교는 대한민국의 핵심이익 신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므로 윤 정부는 “균형 잡힌 실용주의 외교”를 추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2022년 후반기에 실시하는 강화된 한미 연합군사훈련(8.22-9.1)이 미국의 최첨단 무기와 병력을 동원하는 4년 만에 최대 규모의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번 훈련도 2부로 나누어 제1부는 방어 훈련과 제2부는 반격 훈련이다. 북한이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고 반발했던 부분은 제2부이다. 북한의 시각으로 대북 공격훈련이고 북한지도부의 참수 작전 훈련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비난과 반발을 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한미 군사훈련도 “방어적 훈련”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북한의 맹렬한 비난과 군사적 ‘도발’이 예상되고 있다. 왜냐하면 제2부 반격 훈련은 방어 훈련이 아닌 대북공격 훈련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러한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해야 마땅하다.
일부 논객들이 이번 한미 연합훈련 중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도발”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북한은 매년 여름에 실시하는 하계 군사훈련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후반기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분노와 반발로 인해 우발적으로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의 개연성이 높아 보여 심히 우려된다. 이런 소규모 남북 간 무력충돌이 대규모 전쟁으로 진전될까 염려스럽다.
2022년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의 특징과 북한의 반응은?
금년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연습은 8월22일부터 시작하여 9월1일에 끝낼 예정이다. 이번 강화된 한미 연합훈련은 시뮬레이션 지휘소 연습에 다양한 실기동 훈련이 연계되는 방식으로 실전처럼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이번 한미 연합훈련의 특징과 핵심내용을 간단히 정리한다.
이번 후반기 명칭은 2017년 후 중단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Ulchi Freedom Guardian) 을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로 연습명칭을 변경하였다. UFS 연습은 한미 군사연합과 정부가 추진하는 을지연습과 병행추진 된다고 알려졌다. ‘을지 자유의 방패’는 한미동맹의 핵심가치인 ‘자유’ 수호란 의지를 표명하고 방패(Shield)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대북 억지력 상징과 방어적 훈련성격을 명시하고 있다.
내주에 실시하는 후반기 한미 연합군사연습은 최첨단 무기자산을 총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단된 연대급 이상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을 4년 만에 재개하게 되며 한미연합 항모강습단 훈련과 한미연합 상륙훈련 등을 포함한다고 한다. 2022년 후반기 연합과학화 전투훈련 등 11개 제대별, 기능별 야외기동훈련집중을 시행예정이라고 한다. 2023년 전반기 한미연합 대잠전훈련 등 21개 전.후반기 연합연습과 연계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2022년 을지연습도 8월22일부터 25일까지 3박4일간 전국적으로 실시된다고 한다. 한미 연합연습과 정부연습을 연계 실시하며, 실제 전쟁 상황에서 복합적 상황 조치를 위해 중앙·지방행정기관 간 통합 상황 연습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번 을지연습과 한미 연합훈련연습(UFS)은 마치 전쟁상태를 방불케 하여 국민과 북한이 놀라지 않기 위해 사전 통보와 설득이 필요하다.
이쯤 되면 북한지도부가 안보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미국의 핵전략 자산이 투입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강행되는 경우 응분의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번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은 북한지도부의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강력하고 확대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북한지도부를 쥐새끼 몰듯이 코너에 몰기에 충분하다. 하여 북한이 어떤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지 현 시점에서 알 수 없지만 결국 이러한 한미 연합훈련은 남북미 3국간 대화재개에 독(毒)이 될 뿐 결코 한미가 원하는 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유인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북한지도부가 발표한 내용을 한번쯤 반추해 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7월27일 제69주년 전승절 기념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하였다. 그는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 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윤석열 정부가 언급해왔던 대북 선제타격에 대해서도 응답하였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 수(부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입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러한 원색적인 비난을 평가하면 그의 피포위 강박증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보여 남북대화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주요한 관심사로 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숨어서 밖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번 후반기 2022 한미 연합훈련 중에 벙커에 숨어서 지낼 것인가? 아니면 작년처럼 평양 시내를 활보할 것인지에 따라 그의 심리상태를 검증할 수가 있을 것이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8월 한미 군사훈련 중 민생을 살피기 위해 나선 것처럼 올해에도 평양 시내에 나타나면 심리적으로 그만큼 자신감이 있음을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김 위원장이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일 것이다. 훈련 기간 중 두려움 없이 평양 거리를 다닌다는 사실은 그만큼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준비하고 있을 징후일 것이다. 만약 북한이 고강도 군사적 “도발”로 대응한다면 미국과 한국정부를 자극하는 것이 되어 북한의 국익이 아님을 김 위원장은 너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저강도 군사행동의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반복한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대해 북한의 시각에서 관찰하면 북한지도부는 과연 미국이 북미 간 핵협상에 관심이 있는가? 에 대한 재평가를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무시정책(benign neglect)과 한미 양국의 대북강경책 때문에 그리고 남북미 3국의 강 대 강 맞대응 전략으로 인해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을 보이고 있어 심히 염려스럽고 불안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현실에 대한 인식
현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슈로 인해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한반도 문제 해법 모색에 관심이 전연 보이지 않아 더욱더 안타깝다. 대신에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한미 양국이 대북 적대적 정책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어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이나 전략적 무력시위를 결정할까 대단히 불안하다.
이번 한미 연합훈련의 핵심내용을 보면 제1부는 방어 훈련이 맞다. 그러나 제2부 "반격" 훈련은 작계 5015 공격이다. 참수 작전을 포함한 대규모 군대를 동원하여 실시하는 한미 야외기동 훈련과 최근 전략적 자산 동원 등 이것도 "순수한 방어훈련"인가? 미국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전 행정부보다 더 강력한 대북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과연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하려는 의지와 의도가 있는지도 의심케 한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상호 양보와 타협이 없이는 풀 수 없다. 그러나 양측이 상호 양보하려는 노력이 안 보인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국내정치적 이유로 유화 정책을 제시하길 거부하고 국내적으로 나약해 보이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여 미국은 바이든 식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뒤돌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복하여 북한에게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해서, 북한이 나올 것으로 이해하면 큰 오산이다. 미국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오라 하면 북한이 나오지 않을 것을 미국은 뻔히 알면서 반복하고 있어 미국이 과연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원하는지에 대해 진실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미국이 조금만 양보하면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이 대화에 나오라고만 반복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실현이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국익이 아니라는 점을 의심케 한다. 필자의 견해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게 새로운 셈법을 제시해야 북미 간 대화재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고 미국이 원하는 것을 상호 맞교환하면 되는데 국내정치적 요인으로 미국이 양보를 꺼리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바이든 식 "전략적 인내 정책"이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요약하면, 북한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해결" 없이 북한의 체면도 있는데, 따라서 "인도적 남북 간 협력"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한반도 위기국면을 타결하고 점점 더 꼬이고 있는 남북/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남북미 3국 지도자에게 정책대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남북과 미국이 상호 양보와 타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단계적 동시행동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북한의 요구사항 중 바이든 행정부가 일부분이라도 수용한다면 대화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미가 제안한 인도적 대북지원을 북한이 심각하게 고려하여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만 반복하지 말고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일부분을 수용해야 한다.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최소한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즉 광물질 수출 허용, 생필수품 수입 허용, 그리고 정유수입 허용 등을 미국이 수용하면 이에 대해 북한은 핵실험과 ICBM 미사일 테스트를 중단하고 영변 핵시설 일부분을 해체 하겠다고 서약하고 그러면 북미 간 실무협상의 개연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단계적, 동시 행동 접근’을 통해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상관관계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여 남북미 3국이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먼저 상호불신과 군사적 위협을 감소하기 위한 노력을 공동으로 해야 할 것이다. 강화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실시가 대화분위기 조성에 약(藥)이 될 것인지 독(毒)이 될 것인지를 냉철한 가슴으로 재검토할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강화된 한미 연합훈련은 오직 북한지도부의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을 강화시켜 강 대 강 맞대응 전략만 고집하기 때문에 재고려가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 될 수 있도록 한미와 북한 간 우호적인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3자간 강 대 강 맞대응전략을 접고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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