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의 세계 질서의 핵심은 무엇일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기술 분야의 '탈세계화'이다. 미중 전략경쟁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 등이 맞물리면서 자유무역와 글로벌 공급망은 크게 교란되고 있고 그 자리는 배제와 새로운 짝짓기가 대신하고 있다.
둘째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시각으로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시각의 유행이다. 셋째는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체제가 빠르게 '세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6월말에 열리는 나토 확대 정상회담은 세 번째 특징을 확연히 알리는 장이 될 전망이다. 회담 규모부터가 '역대급'이다. 기존의 나토 30개 회원국 외에 나토 가입을 희망하는 스웨덴과 핀란드 총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 그리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회담의 규모뿐만 아니라 회담의 의제 역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행사가 "전환기적 정상회담(transformative summit)"이 될 것이라며 그 윤곽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뽑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게임 체인저"로 규정하면서 나토도 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응 방향으로는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시 지원을 확대하고, 둘째는 소련제 무기와 장비에 의존해온 우르라이나 군사력을 나토의 현대식 무기와 장비로 재무장해 나토와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며, 셋째는 동유럽의 군사력 및 군사적 준비태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회원국의 확대뿐만 아니라 군사력의 강화를 통해 러시아 봉쇄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나토의 새로운 전략 개념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도 담겠다는 것이다. 전략 개념은 나토의 최상위 전략 지침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이 개념에 중국의 도전을 명시한다는 것은 나토의 성격이 '대서양 동맹'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은 이미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하는 '쿼드', 호주 및 영국과의 3자 안보동맹인 '오커스'라는 틀을 만들었고,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에 더해 나토까지 세계화를 추구하고 나토와 아시아-태평양의 미국 주도의 동맹 사이의 결속도 도모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도 볼 수 없었던 미국 주도의 글로벌 동맹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초래할 반작용에 있다. 반작용의 핵심에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동맹이 겨냥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 강화이다. 또 이들 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의 동맹체제가 북한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중·러의 연대도 강화될 것이다.
반작용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내부에서도 나올 수 있다. 이게 더 중대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고물가 등으로 생활고는 깊어지는데 미국 등 각국 정부는 나라 밖에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비춰질 때, 분개한 시민들의 반격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군사력 강화와 경제 제재를 앞세운 국제질서의 전환 시도가 국내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한지를 자문해봐야 한다.
가장 거대한 반작용은 지구로부터 나올 것이다.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폭등하는 군사비와 군사 활동은 기후위기 대처와 양립할 수 없다. 그런데도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지구촌의 존재론적 위협에는 눈을 감으면서 서로를 겨냥한 군비증강과 동맹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나토 회담에서 누군가는 물어야 한다. 나토의 세계화와 이에 대한 반작용이 초래할 기후위기 약화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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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달라졌다’는 미국 대서양-태평양 동맹 네트워크 구축이 목표 북-중-러 맞대응으로 신냉전 격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취재진의 질문에 나란히 웃음짓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6월 말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의 참석 의미를 “나토 동맹 30개국 및 파트너국과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연대 강화”로 설명했다. 이것이 반중·반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논리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나토 확대 정상회의를 주도해온 미국의 의중은 무엇일까? ‘아시아의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자신의 직책이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유럽의 파트너들과 연쇄 회동을 했다. 그러곤 5월9일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의 대담에서 ‘유럽이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에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동참하기를 꺼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매우 생산적이고 전문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9일 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캠벨의 언행에 담긴 의미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전략을 통합·연결하는 것”이야말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의 두드러진 특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5월 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대중 정책에 관한 연설에서 어느 나라들을 겨냥한 것인지도 분명히 밝혔다. 러시아는 “명백하고도 현재적인 위협”이고 중국은 “국제 질서에 가장 심각한 장기적인 위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이번 나토 회의의 목표는 미국 주도의 ‘대서양-태평양 동맹 네트워크 구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초청 대상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인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 정상들이 포함되었고 나토의 새로운 전략 개념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도 담길 예정이다. 이를 두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가 “전환기적 정상회의”(transformative summit)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과 나토는 반러·반중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확대 정상회의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 자리에 초청받은 윤석열 정부는 반러·반중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윤 대통령은 ‘가치 연대 강화’와 ‘대북정책에 대한 나토의 지지 확보’를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단층선과 지경학적 교차로에 있는 한국은 그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대서양-태평양 동맹 네트워크의 등장은 유라시아의 거대한 두 나라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신생 핵보유국 북한의 결속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 결과는 아시아 신냉전의 격화가 될 것이다.
5월 하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선 '북한 비중'이 크게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공동성명을 보면 북한 관련 내용은 전체 분량의 약 6분의 1에 불과했다. 바이든의 언행을 통해서도 미국이 대북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비무장지대 대신에 평택에 있는 삼성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헬로(Hello)"라고 간단히 답하고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끝(period)"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이든이 일본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을 때, 북한은 3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당초 한미 양국에선 북한이 바이든의 방한 직전이나 방한 기간에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었다. 그래야만 한미일의 관심을 끌면서 외교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바이든의 한일 순방 직후를 택했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외교적 성격보다는 전력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이슈가 간단치 않은 상황임을 일깨워주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연설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과 북한: 어제와 오늘
이번 한미공동성명에는 북한 관련 내용의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변화는 있었다. 우선 한미동맹의 대북 군사적 태세의 변화이다.
한미 양국은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본격화되면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가동을 유보했고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자제했다. 한미연합훈련도 3월과 8월의 전구급(Full scale)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 규모로 축소했고 기동훈련은 대대급 규모로 축소했었다.
이에 반해 이번 정상회담에선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하고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하며 한미연합연습과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키로 합의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문재인-트럼프 정부 때의 유산을 지운 것도 주목을 끈다.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대표적이다. 판문점 선언은 11년 만에 나온 남북 정상간 합의이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간 합의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문재인-바이든의 2021년 5월 정상회담에서도 이들 합의를 비롯한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하였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때의 북미 합의를 존중키로 한 데에는 문재인 정부의 설득이 주효했다. 이에 반해 이번 공동성명에는 이러한 취지를 담은 구절이 사라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굴종외교"로 표현한 윤석열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온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의 차이도 있다. 문재인-바이든 성명에선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수준으로 언급된 반면에, 윤석열-바이든 성명에선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다"로 표현 수위가 높아졌다.
동일한 표현이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간의 차이를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을 전후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에 '북한의 비핵화'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들은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담은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었고 북한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었다. 이에 따라 문재인-바이든 성명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표기되었었다. 이 역시 문재인 정부의 설득이 주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윤석열-바이든 성명에서도 이와 동일한 표현이 사용된 게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가 선호한 '북한의 비핵화'나 'CVID'로 표기할 경우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행간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북한: 어제의 북한이 아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외교적 해결보다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군사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언행은 자제하면서도 '북핵 해결'을 사실상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양국 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적극적인 유인책은 마다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달라진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외교적 목적'으로도 사용했었다. '나를 잊지 말라'며 미국의 관심을 환기시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성격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있었던 '톱 다운' 방식의 대미·대남 협상이 허망하게 끝났다고 판단한 이후에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미를 향해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며, 적대시정책 철회를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자세로 돌아섰다.
또 '과거의 북한'은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에 비명도 지르고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도 했었다. 하지만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 이후에는 대북 제재를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1990년대 식량난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과 최근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을 비교해봐도 달라진 북한을 읽을 수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의 김정일 정권은 식량난의 주된 원인을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리면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남한의 인도적 지원은 받았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은 최근 코로나 확산을 "건국 이래 대동난"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제재를 탓하지도 않고 한미의 인도적 제안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미는 달라진 북한이 아니라 예전의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다. 하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여전히 '관심 끌기' 차원에서 분석하는 경향이다.
일례로 북한이 올해 초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연이어 하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로부터 주목을 받기 위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성적인 분석은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바이든의 한일 방문 직전이나 그 기간에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또 하나는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면 북한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접근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도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만큼(혹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경제지원을 비핵화와 연계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깔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비핵화는 경제적 흥정물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미의 경제 지원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화의 문을 열려면: 1992년 '팀스피릿'에서 다시 읽는 역사적 지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증강이 '협상용'도 아니고 '지원 받기용'도 아니라면 무엇을 위한 것일까? 북한이 작년부터 부쩍 강조해온 두 가지 표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군사력 균형"과 "전쟁 억제력"이 바로 그것이다. 즉, 군사적 적대관계에 있는 한·미·일을 상대로 최대한 군사력 균형을 맞춰 전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근본적인 의도이자 목표라는 것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되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전쟁 억제력" 확보에 대한 북한의 강박관념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북한의 선택이 유감스럽고 우려스러운 것은 분명하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해보면 전혀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한·미·일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만 주목하지만,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군사력은 북한을 압도한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자체적인 군사력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7년 세계 12위로 평가받았던 한국의 군사력은 최근 세계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킬체인(kill chain)–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대량응징보복으로 구성된 3축 체계가 매우 강해지고 있다. 전수방위 원칙을 내세워 방위비 증강과 공격용 무기 도입을 자제했던 일본도 GDP 대비 방위비 2%로의 인상과 '적기지 공격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신형 미사일 보유를 통해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고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북한이 최근 선보이고 있는 미사일의 특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미·일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무력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잠수함이나 열차에서 쏘는 미사일은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해 2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또 전술핵무기 개발은 전쟁 발발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속성이 강하다.
그럼 북한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경제적 고통을 높이려는 대북 제재 강화나 경제적 숨통을 터주겠다는 대북 지원 의사 표명으로는 역부족이다. 한미일의 군비증강과 군사 훈련 강화도 악순환을 키울 뿐이다. 그럼 뭐가 있을까? 그건 북핵 문제의 기본이 군사 문제에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깨달음에 있다.
한·미·일이 북한의 무기고와 각종 시험 못지않게 자신들의 무기고에 쌓여가는 첨단무기들과 이들 무기로 수시로 훈련하는 모습을 바라볼 줄 아는 지혜에 있다. 이러한 지적이 대북 억제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억제는 난무하는데 대화는 실종된 현실을 직시하자는 취지이다.
공식적인 남북대화는 2018년 12월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1971년에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최장기간이다. 북미대화도 2019년 10월 이후 중단되었다. 이 역시 이례적이다. 과거에는 남한이나 미국이 조건을 내세우면서 대화를 거부한 적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북한이 대화의 문을 굳게 잠그고 있다. 한미가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해도 무응답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미가 효과가 없는 대북 조치와 제의는 반복하면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는 할 수 없다거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은 한미가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면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약속했던 바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러한 약속 불이행과 대화 중단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는 거꾸로 한미가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재개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이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북핵 문제가 본격화된 지 30년을 맞는다. 그런데 북핵 문제의 발생은 한미동맹의 약속 불이행과 떼어놓을 수 없다. 1992년 1월에 노태우와 조지 H.W 부시가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팀 스피릿'을 그해 연말 양국 국방장관이 재개를 선언하고 이듬해에 강행한 것이다.
북핵의 발단 원인 가운데 하나를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작도 이 교훈에서 찾아야 한다. 모쪼록 한미가 조속히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함으로써 악순환과 위기가 예고된 한반도의 앞날을 주도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한미 연합훈련 유예선언의 효과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미국이 과거에 여러차례 약속했던 바를 늦게라도 지키려고 할 때, 비로소 대화재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필자가 동아시아재단에서 발간하는 <동아시아 정책논쟁>에 기고한 것을 재단 측의 동의를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원문과 영어 번역문은 동아시아재단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북 핵무력 강화에 ‘남벌론’ 난무 ‘북핵=적화통일’ 종말론적 상상 과잉 군사태세 강화로 이어져 유비무환은 외교가 기반돼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달 27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4월25일 열린 열병식 개최 전 리허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무력 강화를 향한 폭주가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일각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앞세워 남벌(南伐), 즉 적화통일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은 모든 국력을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해 큰 성공을 이뤘다”며 “북한의 남벌은 꿈이 아닌 ‘현실’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주장의 근거로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참전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엘에이(LA)나 샌프란시스코 또는 뉴욕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여러 발 받아 많은 희생자가 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조선일보>의 안용현 논설위원은 란코프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김정은은 핵으로 ‘한국 예속화’를 꿈꿀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 없다”고 거들었다.
핵을 가진 북한이 한반도 공산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논리 구조는 대략 이렇다. 1단계로 북한이 파괴력이 낮은 전술핵무기를 동원해 남한에 기습적인 핵공격을 가하거나 위협한다. 2단계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의 대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한다. 3단계로 북한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주요 기지에 핵미사일 공격을 가해 한-미 연합 전력을 무력화하고 특수부대를 대거 투입해 남한의 주요 시설을 장악한다. 끝으로 북한이 지상군을 대거 투입해 한반도 무력통일을 완성한다.
북이 남침 시도할 수 없는 이유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보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북한이 남한에 전술핵 공격을 가하거나 위협을 해오면 한-미 동맹은 어떻게 반응할까?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을까? 북한이 미국에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의 대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개입하지 말라고 하면 미국은 어떻게 나올까? 자국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할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답은 뻔하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는 강력한 보복 능력과 의지를 과시할 것이고, 북한이 실제로 전술핵을 사용하면 대량 응징 보복에 나설 것이다. 이미 한-미 동맹은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또 의지도 분명히 해왔다. 위에서 소개한 1단계부터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2단계 가정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은 냉전시대에 최대 4만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소련을 상대로도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핵우산을 펼쳤다. 이러한 미국의 확장 억제 정책은 미-소 냉전 종식 뒤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왔다. 미국이 과거의 소련이나 현재의 러시아·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 한국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핵위협을 가해 오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할 것이 확실하다. 여차하면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한 역대 모든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들도 있다. 미국의 세계 전략의 핵심에는 동맹이 있고 그 동맹은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순간 세계 전략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많은 동맹국들도 ‘더 이상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며 각자도생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공들여 만들어온 미사일방어체제(MD·엠디)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엠디를 추진하면서 북한을 최대 구실로 삼아왔는데, 그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면 ‘수백조원을 들여 엠디를 뭐 하러 만들었냐’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엠디는 미국 군산복합체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자 미국 정부에는 21세기 패권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이 북핵이 두려워 엠디를 무용지물로 만들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북한이 핵을 앞세워 남벌을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한-미 연합 전력은 실시간으로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50배 이상 경제력을 가졌고, 북한 국내총생산(GDP)보다 1.5배나 많은 돈을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전쟁수행능력이 북한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이 우세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220만명이 넘는다. 이런 한국을 상대로 북한이 핵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세계와의 전쟁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북한이 남침을 시도할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도 있다. 북한이 핵을 앞세워 남벌을 시도하는 순간 지구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할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될 것이다. 이는 김정은 정권도 잘 알고 있다.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만든 북한이 한반도를 공산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핵전쟁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대북 강경파의 위험한 강박
역설적으로 북핵을 과대평가하는 세력은 김정은 정권과 일부 대북 강경파다. 북한 정권은 핵무력을 “만능의 보검”이라 표현하며 치켜세운다. 일부 대북 강경파는 북핵을 적화통일을 가능케 하는 무기로 묘사한다. 북핵을 적화통일과 등치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과도한 피해망상은 정작 우리를 병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에 대한 종말론적인 공포심은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이는 미국의 부당하고 위험한 요구에 우리를 취약하게 만든다. 이미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더 늘리면 민생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자원의 낭비로 이어진다. 북핵 대처를 비롯한 대북정책의 생산적인 토론도 저해한다.
물론 유비무환의 정신은 필요하다. 실제로 이러한 정신에 따라 한국의 군사력도 매우 강해졌고 한-미 동맹도 강화되고 있다. 동시에 피해망상에 기초해 과도한 군사력 증강과 군사태세 강화를 추구할수록 우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또 억제와 억제가 충돌할수록 우발적 충돌의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여 오늘날 필요한 유비무환의 정신은 외교에 두어야 한다.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를 전공했다. 조지워싱턴대 방문학자로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를 연구했다.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핵과 인간>,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등 다수의 책을 썼다.
A New Kind of Korea: Building Trust Between Seoul and Pyongyang Park Geun-hye Foreign Affairs Vol. 90, No. 5 (SEPTEMBER/OCTOBER 2011), pp. 13-18 (6 pages) Published By: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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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wo trends represent Korea today: South Korea's extraordinary economic boom and North Korea's stagnation and provocation. To move the peninsula forward, writes one of South Korea's leading politicians, regional and international players must take a bolder and more creative approach to achieving security.
몇 개월, 아니 북한을 다녀오면서 그렸던 그림이기에 몇 년의 고민과 마음이 담겨있는 다큐멘터리와 행사였습니다. 여태까지의 여정은 말 그대로 인(사람) sight, 사람을 바라보는 여정이었습니다. 만난 사람들을 보며 그들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은. 한국에 나와서 코로나가 바로 터지면서 무얼 해야할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뉴질랜드 리커넥트를 그냥 강제로 맡기고 오다시피 하며 한국에 온 것이었기에 한국에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버리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거기에 모든 걸 쏟기 시작할 때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풀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일이 바로 영상 일이었는데, 어차피 북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은 게 목표였다면, 영상에 전문가가 되는 게 맞았던 것 같네요. 좋은 기회에 통일과 나눔 재단에서 지원을 받게 되었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다큐를 찍고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큐에 인터뷰이로 함께해준 조이 대표님, 로저 대표님, 방송인 엘로디, 김정용 원장님, 정진호 교수님, 벤토레이 신부님의 인사이트 있었기에 가능한 다큐였습니다.
Joy Yoon과 선양하나는 저희가 북한에 대한 생각을 가지면서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던 팀입니다. 꾸준히, 묵묵히 계속해서 한 길을 가는 그 삶이 힘들 것을 아는데 언제나 밝고 열정적으로 이야기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늘 배웁니다. 멋지다는 표현을 넘어서는 사람이자, 그 분들의 삶인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인사이트, 북한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주시는 분..!
Roger Shepherd는 뉴질랜드에서 북한 관련되어서는 빠지지 않는 이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혼자 산다는 게 쉽지 않은데, 계속해서 코리아에 대한 열정과 마음이 그를 이곳에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만나면 늘 우리가 익숙한 어투의 ay? Shot bro를 들으면 친근함에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방송인 엘로디님은 대한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한 사랑이 정말 큰 사람입니다. 어제도 다큐 시사회할 때 옆에 앉았는데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모습이 저한테는 감동이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한국에 대한 사랑.. 무엇이 그녀를 계속 눈물짓게 만드는 것일까요. 같은 나이 또래이자 ENFP여서 그런지 통하는 것도 많고, 북한 이야기할 때도 편한 언니동생처럼 대해주어서 신나게 대화했던 것 같습니다.
김정용 원장님은 매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이십니다. 편안하게 저희를 대해주시면서 묻어나오는 북한에 대한,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취약계층에 대한 마음과 열정을 저희에게도 나눠주십니다.
정진호 교수님은 북한 이슈에 있어서 중립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분입니다. 남북한의 미래 방향성에 있어서 인사이트가 되시는 분입니다.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크신 분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중립적 가치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떠한 정치나 이념보다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Ben Torrey 신부님은 저보다 더 한국을 잘 알고, 한국에 사신 대한 외국인 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미래에 있어서도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때로는 제3자의 시선에서, 때로는 한국인의 시선에서 남북한의 문제를 바라보기에 프로그램적으로 한국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하루 머문 적이 있는데, 편안한 대화 속 나온 진솔한 얘기들이 인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이 분들 외에도 저희가 컨택하고 인터뷰까지 찍었지만 다큐에 못 넣은 분들도 있습니다. 찾아도 잘 찾아지지 않는, 평화의 발걸음을 묵묵히 걷는 분들이 곳곳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 시간입니다. 이 다큐의 공동감독인 Tina Kim와 수지.. 가족이자 친구이자 직장동료인 동생들.. 다큐를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같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고, 번아웃이 오기도 하고 했지만-
함께여서 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인아랑은 6년 전 리커넥트 설립부터 지금까지~ 수지랑은 북한 영상 편집과 본격적으로는 수상한거리 프로덕션 설립부터 지금까지~ 늘 새로운 도전을 함께하는 제겐 가장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가족들에게 말 못하듯이 이 친구들에게는 늘 표현을 잘 못합니다. 그냥 장난치고 장난치고 장난칠 뿐, 그래도 진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다큐가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인물이 있습니다. 행정을 담당해주었던 Sally K. Lim언니. 언니 아니었음 진작에 그만두었을 다큐 작업입니다. 초반에 혼자 서류작업하면서 엄청 스트레스 받을 당시, 언니가 생각나서 부탁하였는데 언니가 오랜 시간동안 가지고 있었던 북한과 한국에 대한 마음들을 나눠주면 같이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 다큐가 저는 그냥 일이 아니라, 진짜 진심을 담은 이야기이기를 바랬거든요. 힘들 때 잠시 기대기도 하고, 우리가 지쳐보이면 늘 와서 에너지를 주고자 했던 언니의 마음과 수고가 끝까지 오게 했습니다. 다큐 시작부터 지금까지 조언과 기획을 해주신 백종범대표님. 북한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우리의 마음과 과정을 다 아는 분이기에 믿고 맡길 수 있는 분. 어설프고 부족한 부분들을 메꿔주는 사람. 대표님도 우리한테는 가족이기에, 늘 그 든든한 울타리에 감사합니다. 촬영과 시사회를 함께해준 우리 수상한거리 프로덕션 크루. 바쁜 와중에도 지리산도 함께 올라가고, 운전에, 촬영에 수고해준 이우섭김보규
무엇보다 북한 영상이라는 것을 시작할 수 있게 첫 인사이트가 되어주셨던 조 봉래선생님. 언제나 적극적으로, 때로는 저희 페이스를 맞춰주시며 묵묵히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도록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다음세대가 이제는 해야하지 않겠냐며 때로는 저희에게 더 적극적으로, 더 열정적으로, 더 집중적으로 해야하지 않겠냐며 따뜻한 조언을 해주시는데 그게 힘이 되고 그게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정말 길어졌네요.
그만큼 이 다큐가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과 북한에 대한 사랑으로 이뤄진 다큐라는 것입니다. 그 진정성이 담겨져있어서 그랬던지 어제 시사회에 오셨던 분들이 좋은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인사치레의 차원에서였더라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 사람들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들에 그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걱정이 많았던 다큐인데, 그 걱정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들을 주셔서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일정들이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번주는 한동대, 7월에는 뉴질랜드와 브라질, 키리기기스탄, 독일, 그리고 미국에서도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오셨던 분들 중에서도 자기 단체에서 상영해도 될지, 영화관 빌려서 상영회 한번 더 하면 어떨지 제안해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다큐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온라인 상영회를 한번 진행할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옵션들은 열려있으니 보신 분들은 더 많이 퍼트려 주시고, 어제 찍으신 사진들도 마음껏 태그해주세요~ 안 보신 분들은 문의 주시면 고민 해보겠습니다! 01046425647 reconnectkorea@gmail.com InSight: Into North Koreans Reconnect NZ
Disclaimer: this piece was written before the tragic news of Otto Warmbier’s death.
Every North Korean watcher remembers a number of instances when international media began to write (at great length and with genuine enthusiasm) about some imminent dramatic change in North Korea’s policy, usually implied to be the start of a miraculous transformation of the country into a wonder of East Asia.
One such example of this appeared in 2015, with reports of an imminent tourist boom. The North Korean government had made public its intention to dramatically increase the number of foreign tourists visiting the country. In May that year, a North Korean scholar/official informed foreign media that the country hoped to host some two million tourists by 2020.
This news was widely discussed in the world media, not least because the words ‘North Korean tourism’ are often perceived as an oxymoron. Indeed, North Korea is hardly seen as a major tourist destination, even if the widespread clichés about the country that might discourage visitors are often wrong.
BIG INVESTMENTS
Back then it was clear that the North Korean authorities meant business when they talked about tourism development, and were willing to invest a significant part of their meager resources into projects whose only conceivable goal was to increase the number of tourist arrivals.
For a while, Masik ski resort was considered the country’s major construction project
Among other things, Pyongyang International Airport was renovated on a grand scale (quite a luxury for a hub which boasts 4-5 flights a week), while another large airport is being built in Wonsan on the eastern coast. This project, located in an area with virtually no traffic, makes sense only in connection with the massive ski resort which was developed in Masik area, some 20 km from Wonsan.
For a while, the Masik ski resort was considered the country’s major construction project, with North Korean newspapers flooded with reports about the heroic and selfless deeds of the shock workers – it was somewhat comical to see how the construction of a luxury resort was reported in language the media usually reserves for building steel mills or tank factories.
The resort, complete with a luxury hotel, restaurants, ski lifts and other equipment, was a very expensive undertaking indeed. Reportedly, its cost was close to $35 million, even though this figure, like pretty much all published statistics about North Korea, should not be taken too literally. Given the near complete absence of demand for such venues inside North Korea, the Masik project was clearly targeting foreign visitors.
The ski resort at Masikryong cost Pyongyang millions | Photo by uritours
There were even more ambitious plans – like an underwater hotel, announced and briefly discussed in 2014. Construction never started, and it was also supposed to be built in Wonsan, not far from Masik.
TOTAL FAILURE
What has happened to these grand plans now? Quite predictably, the tourism development schemes ended in complete failure – and, equally predictably, the international media was not in any hurry to report this. The number of visiting tourists in 2016 was close to 100,000, and in 2017 it is likely to shrink, so the ambitious goal of attracting one million visitors now looks like a joke mercifully forgotten by all, including the journalists who once fell for the hype.
This failure was predictable and predicted: North Korea, objectively speaking, had very little chance of becoming a major international tourist destination.
To start with, its climate is not quite suitable for an international destination. When it comes to beaches and palm trees, it stands no chance of competing with Thailand and other countries, where the sea is warm 365 days a year. Kim Jong Un’s dreams of ski resorts, obviously the result of his golden teenage years spent in Switzerland, are also unlikely to come true: there are far better places to go skiing.
North Korea, objectively speaking, had very little chance of becoming a major international tourist destination
The historic treasures of Korea are, frankly speaking, of rather limited appeal. When it comes to ancient temples and old palaces, it is lagging well behind Japan, let alone China. Koreans might feel patriotic about their cultural heritage, but their enthusiasm is not widely shared by outsiders, who will always opt for Kyoto or Suzhou. This is a problem even in South Korea, where the allure of the ‘Korean Wave’, combined with skillful marketing and large-scale restoration projects, has largely ameliorated the problem.
However, North Korea’s major obstacle is the need to maintain strict control over all foreign visitors. North Korean leaders believe (correctly) that free interaction between locals and foreign tourists, unless the locals in question are selected, trained and monitored properly, is harmful to the regime’s legitimacy and the country’s political stability. This means that visitors are subjected to a number of restrictions, and in many cases are essentially confined to the hotels, restaurants and other facilities which are off limits for the locals.
Last but not least, tourism infrastructure remains highly underdeveloped, while prices are high: as foreign tour operators are aware, it costs significantly more to send a customer to Pyongyang than to Seoul.
This means that Kim Jong Un’s dreams of turning his country into a tourist paradise were doomed from the very beginning. Obviously, the North Korean leader was influenced by what he saw in Switzerland and believed that tourism might become a miraculous way to raise living standards. This option looked easy, cheap, and politically safe (on the assumption, of course, that tourists would be happy to behave as instructed).
Tour groups still come to North Korea, but the appeal of the country is limited | Photo by uritours
WHO GOES TO NORTH KOREA?
This does not mean, however, that North Korea has had no visitors whatsoever. While statistics are, as is usually the case with Pyongyang, murky and unreliable, it seems that in 2016 some 100,000 foreigners visited the country (North Korean side claims a much higher number). Most of them, however, were Chinese, who comprised roughly 95% of the total. The number of non-Chinese tourists is estimated to fluctuate around 4000-5000 visitors a year. The income the North Korean state obtains from the tourist industry is said to be between $30 and $45 million. This is a small amount, even by the modest standards of the North Korean economy.
Kim Jong Un’s dreams of turning his country into a tourist paradise were doomed from the very beginning
Foreign tourists overwhelmingly come on package tours, and are always carefully watched by both North Korean tour guides and tour company representatives (the latter do not want to get into trouble and are eager to enforce numerous regulations). They visit some politically important monuments, like the Juche Tower or Kim Il Sung’s birthplace at Mangyondae, but tour programs also include ancient remains (not necessarily authentic), and wonders of nature.
There are two main reasons why Chinese tourists go to North Korea. Most of them see North Korea as an affordable but exotic destination. Compared to other countries, a trip to North Korea is cheap, but it still gives a Chinese visitor the thrill of being overseas – and the related photo opportunities. Many tourists come to North Korea on very short trips – for example, in Dandong one can purchase a tour to Sinuiju (on the opposite bank of the Yalu River) which lasts, effectively, five or six hours.
A day-long trip costs some 700-1000 yuan ($102.81 – $146.88), while a standard long program, five or six days in Pyongyang, would cost 3000-5000 yuan ($440.63 – $734.38). Apart from Pyongyang, Chinese tourists also visit Kaesong, Nampo and Wonsan, but it seems that many of them prefer trips to the picturesque mountains close to the border with China (especially Paektu).
Another draw is political curiosity. Chinese neo-Maoists have made North Korea one of their symbols: blissfully and willfully unaware about the deep changes inside the country, they extoll it as an egalitarian paradise where order and social justice reign supreme. One neo-Maoist group even makes a small income by selling tours to North Korea. On the other hand, those on the opposite end of the political spectrum have a keen interest in North Korea, which they see as a political theme park, a living fossil from the era they despise but still feel interested in. Some others are attracted by the nostalgic value of the trip – to Chinese visitors in their 50s and older, North Korea looks like the China of their childhood and youth.
The case of Otto Warmbier may be a game changer
The majority of the Western tourists are attracted by similar feelings: they go to North Korea because of its bizarre reputation, to “experience” life in what they consider the last relic of the bygone Communist era – or, at the very least, something unusual – it also helps that such a visit gives a tourist many opportunities to brag about his or her “risky adventure.” Of course, when it comes to risks, if one follows the rules and does not start arguments, Rome is probably a more dangerous place to visit than Pyongyang, but this hardly matters – people love to play James Bond in their imagination.
North Korea does not boast a great deal of tourist attractions | Photo by D-Stanley
SENSE OF AN ENDING
The case of Otto Warmbier may also be a game changer. A formal ban on tourism by Americans looks increasingly likely and, perhaps, long overdue, even though it was clearly the student himself who is responsible for his situation. But even if a formal ban is introduced by the U.S., it will have little impact on visitors from other Western countries – and also, the economic significance of such measure is not going to be large, since the Western tourists bring only a fraction of the North Korean tourist revenue, and Americans are almost unnoticeable.
North Korea is, essentially, a niche market, and likely to remain such – as the recent unheralded debacle of Pyongyang’s ambitious plans demonstrated once again. The average international tourist is not going to visit the country, with its low comfort level and, frankly, dearth of attractive sites, but also because the total control and manifold restrictions are hardly appealing.
In its present state, tourism can hardly be seen as a major income earner for the North Korean regime
North Korea is bound to remain a destination for those who are attracted to the bizarre and unusual, who have enough spending money (it is not cheap), or have political agendas and/or interests. It is telling that the number of non-Chinese foreign visitors has dwindled to the level of 4000-5000 a year – it seems that this remarkably stable figure indicates how many such people can be found worldwide in the average year.
A decline in the number of Chinese visitors would be a much greater challenge for Pyongyang– and there are some signs that such a thing did happen recently, perhaps, as a result of Chinese government policy. Nonetheless, in its present state, tourism can hardly be seen as a major income earner for the North Korean regime – and, due to the spectacular failure of the ambitious expansion plans, it is unlikely to become one in the near fu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