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1, 2026

로창현,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 < 이재봉의 책 이야기 한겨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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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
기자명 이재봉 주주
입력 2026.03.31
▲ 로창현,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

재미동포 언론인이며 통일운동가인 로창현 선생이 또 책을 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AI)으로 남북이 소통하자는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AI는 이념이 없어서 남쪽 자본주의 편도 아니고 북녘 사회주의 편도 아니기에, 남북이 꽉 막혀 있더라도 AI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거죠. 굳이 ‘통일’을 말할 필요 없이, 이대로 가면 남북 둘 다 뒤처지고 AI 기술을 공유하지 않으면 미래에서 탈락하리라는 점을 유념해, AI 인재를 공동으로 양성하고 기술을 공유하자는 겁니다.

그는 먼저 남북이 “AI만큼은 전쟁이 아니라 생명을 위해 쓰자”라고 선언하기를 제안합니다. ‘정치 선언’이 아니라 ‘생존 선언’을 하자는 거죠. 요즘 미.스라엘이 이란을 폭격.침공하면서 인공지능을 이용.오용해 요인을 암살하거나 어린 학생들을 대량 학살한 사실을 떠올리면 바로 수긍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남북 AI 협력은 보건과 농업 분야 등 우선 민생에만 집중하자는군요.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서로 악마로 부르면서도 천연두 박멸에 손잡았듯이 말이죠.

판문점에 정치인이나 외교관 대신 기술자와 과학자만 모이는 가칭 ‘남북 AI 연락사무소’를 세우자는 제안도 흥미롭습니다. 비무장지대(DMZ)에 무기와 병력은 빼고 기후 변화, 생태 변화, 농업 환경, 재난 예측 등 AI 연구와 자료 수집만 허용하자는 제안은 몹시 실용적이고요. 아무튼 이러한 AI 기반 평화체제는 ‘싸우지 말자’고 약속하는 게 아니라 ‘싸울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랍니다. 전력망이 AI로 연결돼 있고, 농업 생산이 공동 자료에 의존하며, 기후 예측과 재난 대응이 함께 돌아가고, 보건 체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면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느냐는 거죠.

로 선생은 시인답게 요즘 남북관계를 ‘최악의 빙하기’로 표현하며, “이 책이 그 얼음을 깨는 작은 송곳이 되기를 소망합니다”라고 썼는데, 그의 과욕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바늘구멍조차’ 뚫지 못하는 터에 그는 바늘보다 훨씬 큰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싶다고 하니까요. 그가 해외동포이기에 이런 욕심을 부릴 수 있겠지요. 전통적으로 해외동포를 우대해온 평양 당국이 2022년 ‘해외동포 권익옹호법’을 만들어 동포들에게 파격적 권한과 혜택을 제도화했거든요. 그의 표현대로 북녘이 ‘이남의 민족’은 부정할지라도 ‘동포의 민족’은 여전히 인정하는 모양입니다.

마침 제가 이 글 쓰기 며칠 전 서울에서 해외동포와 밤늦게까지 ‘평양주’에 흠뻑 취했습니다. 북녘을 자주 오가는 사업가로 전날 아침 평양에서 아침 먹고 중국 센양에서 점심 먹고 서울에서 저녁 먹었다면서 생생한 평양 소식을 전해주더군요. 조선이 대규모 관광산업을 준비하면서도, 한국 국적자는 단 한 명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더라는 귀띔도 있었습니다. 로 선생의 제안대로, 남쪽 정부가 남북관계에 ‘바늘구멍’이라도 뚫으려면 ‘해외동포를 통한 간접 교류’ 또는 ‘우회적 접점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로 선생을 처음 만난 게 10여년 전 2015년 1월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뉴욕에 강연하러 갔는데, <뉴시스통신> 뉴욕특파원 겸 ‘글로벌웹진’ <뉴스로> 대표로서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더군요. 나중에 그가 서울을 방문해 만나기도 했고요. 그는 기자 겸 통일운동가로 2018-19년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해 2020년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라는 취재기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6년만에 펴내는 이 좋은 책을 먼저 읽고 소개.추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영광스럽습니다.

* 로창현,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 (정음서원, 2026)

2026년 3월,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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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남북관계가 역대급 빙하기에 처한 지금,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는 분단 80년을 넘어서는 통찰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저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40년 경력을 쌓아온 대기자(大記者)로 가장 최근의 북한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몇 안 되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저자의 제안은 관념적 통일 담론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통일의 언어와 전략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역발상의 지혜’다. 북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며 통일과 민족 개념을 지워가는 이때 해외동포는 우회로이자 적극적 교섭의 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22년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을 제정하며 해외동포에게 전례 없는 권리와 특혜를 명문화했다. 동포를 매개로 한 교류·방문·사업·문화의 새로운 공간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목차
제1부 너와 나를 잇는 평화알고리즘

01. 해니에게 들려주는 통일이야기 13
02. 통일의 언어가 막히면, 미래의 언어로 말하자 18
03. 상생을 위한 AI 연락사무소 22
04. 통합형 AI 인재를 양성하자 25
05. 어떻게 하면 평화가 안깨질까 28
06. 북녘의 AI 테크놀로지 31

제2부 꿈꾸는 신세계 상상을 현실로

07. 통일 코리아가 여는 미래의 풍경 37
08. 남북의 오작교를 찾아라 41
09. 한민족, 호랑이의 땅에 서다 45
10. 평화도시 삼각네트워크 48
11. 두배로 넓어지는 ‘청춘 지도’ 52
12. 이재명정부의 담대한 제안 - 10개의 열쇠 55
13. 시간을 잃으면 기회도 사라진다 59
14. 트럼프의 마지막 시나리오 62
15. 바위를 깎아 꿈을 이루자 - 상상을 현실로 68
16. 지구촌 영토 넓히는 재외동포 73
17. 우리 겨레는 무조건 만나야한다 80
18. 청년에게 띄우는 편지 84
19. 하노이의 ‘천재일우’ 다시 올 수 있을까 88
20. 이재명정부가 청사(靑史)에 남으려면 94

제3부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21. 역사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103
22. 일본은 우리땅 대마도를 반환하라 107
23. 우리가 반쪽섬나라? 위대한 한머리땅! 112
24. 발렌타인데이와 안중근 116
25. 닥치고 ‘한국해’ 119
26. 일본이 조선의 식민지였다면 122
27. 을사오적과 을씨년스러움 127
28. 광복절이 아니라 일본패망일! 133
29. 우리 모두를 위한 애국가 137
30. 한글날을 한국어의 날로! 141
31. 할머니 인권운동가를 아시나요 147

제4부 시대의 경계에 서서

32. 1만겁의 인연 155
33. 왜 우리가 독도를 눈치보나 159
34. ‘시간주권’ 되찾기 163
35. 차도에 못 내려, 인도에 딱 붙여 169
36. ‘년놈’과 그녀 173
37. 교황과 달라이라마 176
38. 가짜뉴스와 댓글조작 182
39. 동굴의 기적과 세월호의 슬픔 187
40. 오징어게임과 일제잔재 192

제5부 조화로운 삶 인간의 향기

41. 달콤한 당신의 나이를 위하여 197
42. 왜 성(姓)에 두음법칙을 강제하나 200
43. 음양이 조화로운 달력 204
44. 입춘은 과학이다 208
45. 열세살 소년의 사자후 212
46. 헌혈버스와 블라드센터 218
47. 배드민턴 셔틀콕의 비밀 221
48. 한국축구의 올림픽 잔혹사 226
49. 우리가 아는 일본, 모르는 일본 231
50. 센추리클럽의 추억 235
51. 병역특례, 이제 폐지가 답이다 240
52. 양키스타디움, 루스의 자취는 사라졌지만 245

제6부 낯선 땅 거울 속 세상

53. 미국을 살리자 251
54. 바람맞은 뉴욕의 역사 255
55. 김수한무와 펠레 260
56. 쏘로우의 월든에서 법정스님을 만나다(上) 265
57. 쏘로우의 월든에서 법정스님을 만나다(下) 270
58. 할리우드의 고정관념과 싸운 애나 메이 왕 274
59. ‘미스김 라일락’의 애달픈 환향(還鄕) 277
60. 아메리칸 대학교에 제주 왕벚나무가 심어진 까닭 ·282
61. 침묵의 커뮤니티여, 주장하라 285
62. 두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289
63. 지배는 지배를 부른다‥독립기념일 단상 293
64. 한국음식은 공짜음식? 297

제7부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성찰

65. 미국의 ‘언어지도’와 한국어 303
66. 뉴욕한인교회의 마지막 예배 306
67. 흑인대통령 여성대통령 310
68. 아름다운 나라 미국? 이름값 못하는 미국 315
69. 호박과 할로윈 319
70. 삼성이야? 쌤성이야? 322
71. ‘예수쟁이 김삿갓’ 이계선목사의 출판잔치 325
72. 자연대도량 뉴욕원각사에서 331
73. 11월과 사랑에 빠지다 336
74. 맨해튼에서 꿈꾸는 제야의 종소리 339
75. 다시 청년에게, 사람을 살리는 글과 말 342

접기
책속에서
02. 통일의 언어가 막히면, 미래의 언어로 말하자

요즘 젊은 세대는 통일(統一)에 관심이 없다고 해. 솔직히 남북관계 이야기는 피곤할거야. 맨날 똑같은 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니까.
그런데 이상하지 않니. 말은 많은데, 현실은 한 발짝도 안 움직여. 이유는 간단해. 지금 남북관계의 언어 자체가 고장 났기 때문이야.
예전에는 통일이라는 말이 통했어.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아도, 남과 북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최소한의 약속은 있었거든.
하지만 북한은 이제 그 말을 공식적으로 접었지. 통일이 필요 없다는 거야. ‘민족’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아직 익숙하지만, 북한에게 그 단어는 더 이상 따뜻한 말이 아니야. 그래서 남조선 대신 한국,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지. 우리는 더 이상 동족이 아니고 철저히 남남이라는 매정한 선언이야.
하물며 군사적 신뢰가 가당키나 할까. 핫라인 조차 사라졌으니 한번 충돌이 일어나면 끔찍한 위기가 벌어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야.
입이 있고 귀가 있고 같은 말을 하지만 남북은 대화가 되지 않아. 우리가 쓰는 말은 다 옛날 말이고, 상대는 그 언어를 아예 듣지 않으려 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소리를 더 높일까? 아니면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까?
아니야. 언어의 기술을 바꿔야 해. 기술은 싸우지 않아. 다만 살아남게 할 뿐이야.
여기서 AI 이야기가 나와.
“AI가 왜 남북관계랑 무슨 상관이지?”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AI는 아주 특이한 존재야. AI는 이념이 없어. 자본주의 편도 아니고, 사회주의 편도 아니지.
우리는 AI로 이렇게 물어야 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
농사가 안 되면 어떻게 할까? 의사가 부족하면 어떻게 할까? 홍수가 나고 가뭄이 들면 어떻게 할까? 전기가 부족하고 자원이 모자라면 어떻게 할까?
이 질문 앞에서는 체제도, 국경도, 선전 구호도 힘을 못 써. AI는 그냥 계산하고, 학습하고, 답을 내놓을 뿐이거든. AI는 흥미롭게도 군사 기술이자 민생 기술이야. 드론이 폭탄을 들 수도 있지만, 약을 실을 수도 있지.
위성 데이터는 미사일 유도에도 쓰이지만, 농작물 예측에도 쓰여. 같은 기술을 쓰는 사람이 방향을 정할 뿐이지.
이 점이 중요해. 북한은 2035년까지 ‘사회주의 강국’을 실현한다는 ‘15년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어. 특히 2026년 노동당 9차대회는 “전체 인민이 행복을 누리는 융성 번영하는 ‘15년 구상’의 첫 단계 과제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변혁 과정이 시작된다”고 규정했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신만만한 선언이야. 남한은 말할 것도 없고, 외부 도움도 최소화하며 자신들 힘으로 강국이 되겠다는 말이거든.
한편으로 북측의 전략은 중장기적인 포석이야.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거든. 환경이 호전된다면 또 최소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해.
비슷한 장면은 역사에서 꽤 찾을 수 있어.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핵미사일을 서로 겨누고,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둘은 협력했어. 바로 우주에서.
1975년, 아폴로-소유즈 공동 우주비행은 미소간 치열한 우주경쟁의 끝을 말하고 데탕트의 시작이었어. 이념도 체제도 달랐지만, 우주에서는 협력하지 않으면 둘 다 손해라는 걸 알았거든.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야. 프랑스와 독일은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치렀지. 피로 얼룩진 원수였어. 그런데 석탄과 철강을 공동 관리하는 기술 협력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의 EU와 나토로 한 길을 걷고 있잖아.
중요한 건 이거야. 그들은 화해를 약속해서 평화로 간 게 아니야. 협력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현실을 먼저 공감했을 뿐이야.
난 그래서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어. 굳이 ‘통일’을 말하지 않아도 돼. 여기서 AI의 진짜 힘이 나와.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니까.” “언젠가는 통일해야 하니까.” 이런 말은 천천히 하자.
“이대로 가면 둘 다 뒤처진다.” “이 기술을 공유하지 않으면 미래에서 탈락한다.” 이거면 충분해.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건 체제 변화 요구야. AI 협력은 그걸 전제로 하지 않아. 정치 체제 안 바꿔도 돼. 국경과 군대 모든 것을 유지해도 돼.
대신 이런 질문만 남아.
“다가올 AGI 시대에,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솔직히 어느 나라도 혼자는 못 살아남아.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AI에서는 연합을 고민해야 해. 만일 북한만 홀로 가겠다면, 그건 자립이 아니라 고립이야.
그래서 AI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민족적 연대를 다시 현실적인 문제로 끌어오는 단어가 될거야.
너희 세대는 분단을 몸으로 겪지 않았어. 그래서 통일 이야기가 낡아 보이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분단을 방치하면 너희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질거야. 총 대신 알고리즘으로, 전차 대신 데이터로, 확성기 대신 AI 모델로 더 정교한 공포로 진화할테니까.
AI는 답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막혀버린 남북관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손잡이라는 거야. 그리고 그 문을 열어야 할 세대는, 바로 너희야.  접기
59. ‘미스김 라일락’의 애달픈 환향(還鄕)

미국의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타운엔 일본군 강제위안부 기림비가 있어. 해외에 최초로 건립된 위안부 기림비로 널리 알려졌지. 그런데 이 기림비 바로 뒤에 작은 나무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매년 봄이 되면 코끝을 간지럽히는 진한 꽃향기가 퍼져 나가. 바로 미스김 라일락이 만들어내는 향기야.
이곳의 환경운동가 백영현 1492그린클럽 회장님에게 미스김 라일락의 애처로운 사연을 들려드린 적이 있단다. 그게 인연이 되어 백회장님이 위안부 기림비 뒤에 미스김 라일락을 심게 되었어.
미스김 라일락은 처음 꽃봉오리가 맺힐 때는 진보라색이지만 봉오리를 피울 무렵 옅은 라벤더색이 돼. 만개하면 강렬한 향기와 함께 백옥처럼 하얀색으로 다시 옷을 갈아입지. 혹한 지방에서도 잘 견뎌서 ‘라일락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해.
서울의 수유리 4.19 묘역에 가면 미스김 라일락을 많이 볼 수 있어. 이곳에 미스김 라일락이 심어진데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지. 미스김 라일락의 기구한 사연을 들려줄게. 미스김 라일락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조국의 무관심속에 한 미국인에 의해 강제 입양되었고 20여년만에 고국 땅을 밟은 기구한 운명의 여인과도 같아. 원래 이 땅에 살고 있던 시절엔 수수꽃다리라는 아름다운 본명이 있었지.
미스김 라일락의 얄궂은 운명이 시작된 것은 1947년이야. 그녀는 북한산 백운대 근처에 살고 있었지. 어느날 미국적십자사 직원 매더가 그녀와 운명적으로 마주쳤어. 뉴햄프셔대 원예과 출신인 매더는 한국산 정향나무의 자생지가 북한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 그보다 30년전인 1917년 미국인 윌슨이 우리의 정향나무를 반출해서 하버드대학의 한 식물원에 심어놓았기때문이야.
매더는 어느날 백운대 부근에서 작은 키의 정향나무를 발견했어. 때마침 열매를 맺고 있었지. 매더는 몰래 종자 12개를 따서 호주머니에 넣었어. 이듬해 귀국한 후 뉴햄프셔대의 실습장에 열매를 심었고 이중 7개가 자라났어. 그런데 그중 하나가 유난히 키가 작고 향기가 진했어. 1954년 이 나무를 대량재배하는 데 성공한 매더는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을 붙였어. 자신의 사무실에서 타이프 라이팅을 하던 한국여직원이 미스김 이었거든.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의 원예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 기존의 라일락은 키가 크고 가지도 제멋대로 뻗어 손이 많이 가는데 비해 미스김은 작으면서도 우아한 자태에 향기까지 진했으니까. 단아한 아름다움과 순박한 청순미를 갖춘 미스김 라일락은 얼마안가 세계 묘ㅤㅁㅛㄱ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라일락이 되었어.
미스김이 고향에 돌아온 것은 1970년대 중반이야. 한 몫을 잡으려는 한국의 어느 묘목상이 수입했거든. 20여년만의 한 많은 귀향이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를 미국태생으로 알고 있었어. 그렇게 20년 세월을 보내다 1990년대 중반 4.19묘지 성역화 공사를 하면서 주변에 있던 국적 불명의 식물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어. 이 나무들 대신 특별한 사연을 지닌 미스김 라일락을 심자는 뜻이 모아지게 된거야.
미스김 라일락처럼 우리의 식물자원들이 수탈된 역사는 백수십년이 되었어. 19세기말 유럽 여러 나라들과 미국은 선교사와 해군까지 동원해서 우리 땅을 무인도까지 샅샅이 돌면서 희귀식물들을 도적질했어. 일본 역시 빠질 수 없지. ‘제주한란’의 경우 커다란 배 수십 척을 가지고와 일본으로 실어 날랐다니 기가 막힌 일이지.
왜 우리나라가 식물자원의 수탈대상이 됐을까.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고 강수량의 계절별 편차가 심해. 식물생장 조건으로 보면 까다로운 지역이지. 바로 이같은 기후환경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아서 우리의 자생식물은 내성(耐性)이 강하고 꽃색깔도 선명해. 자원식물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것이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식물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전에 자생식물 대부분은 외국으로 밀반출되었어. 그중 상당수가 신품종으로 개발되어 역수입되고 있는 실정이야. 지금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비싸게 팔리는 백합은 유럽인들이 수탈해간 우리의 하늘말나리와 털중나리를 교배한 것이야. 그렇게 이들은 신품종을 개발하고 품종등록을 해서 특허권을 보호받고 있어. 전 세계 자생종 나리 130종 중 10%가 우리나라산이고 유럽산은 단 2종류야. 대부분을 우리가 수입하고 있는 현실이지.
우리 식물자원의 해외반출은 놀랍게도 1980년대에도 행해졌어. 1984년부터 1989년까지 3차례에 걸쳐 미국의 홀덴 수목원과 듀퐁사에서 후원하는 롱우드 가든, 미 국립수목원, 모리스 수목원에서 온 사람들이야.
이들의 식물채집은 탐험대를 방불케 했는데 1984년 1차 원정로는 강화도-소청도-대청도-백령도-태안반도였고 때죽나무 등 관상용 식물 240여종이 유출되었어. 1985년 2차원정때는 내장산-변산반도-목포-진도-대흑산도-소흑산도 등지를 누비고 다녔고, 특히 소흑산도에서는 나도풍란, 겨울딸기, 콩짜개덩굴 등 희귀식물을 채집해 갔어.
1989년 3차원정때는 용문산-설악산-치악산-울릉도 등지에서 원추리, 비비추, 섬바디, 고추냉이, 향나무 등을 채집했지. 이들이 다닌 곳들은 한결같이 생장조건이 열악한 지대에서 살아남아 강한 내성이 검증된 섬지방이나 고산지대였고 특히 울릉도는 40여종의 한국 특산종이 밀집한 곳이었어.
그렇게 유출된 식물자원은 무려 950여종, 6,000여가지였고, 상품화된 것은 목본류가 225종, 초본류가 56종입니다. 95년 미국과 캐나다의 11개 식물원과 21개 식물자료집, 1,200개 종묘회사를 상대로 한 조사결과, 총 407종의 한국산 자생식물 중 260여종이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고 하는구나.
자생식물중 외국에 유출되지 않은 것은 교목(큰키나무) 119종 가운데 망개나무, 왕개서어나무, 긴잎팝나무 단 3종뿐이고 관목(작은키나무)이나 만목(덩굴나무) 142종 중 10종을 제외한 나머지도 모두 미국-캐나다에서 재배되고 있어. 가히 ‘싹쓸이’ 수준이었지.
놀랄 일은 그뿐이 아니란다. 미국의 식물자원사냥을 직간접적으로 도운 국내의 삼림 관련 기관들이 있었다는거야. 이 모든 일들이 식물자원에 대한 우리의 인식부족과 무지 때문이었어. 우리나라는 1994년에야 ‘생물종다양성협약’에 가입했고 그나마 ‘국제신품종보호협회’에 가입하지 않아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의 신품종을 사오지도 못한다는구나.
2010년대 이라크전쟁 당시 바그다드에서 인류의 문화유산이 약탈 당하는 일이 있었어. 이라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야. 수많은 유적과 돈으로 따질수 없는 많은 유물들이 있지. 세계인들은 무고한 인명의 살상은 물론 미영동맹군의 폭격으로 이같은 유물들이 훼손되는 것을 걱정했어. 그런데 미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한후에 박물관에 보관된 17만여점의 유물들도 약탈당했다니 정말 기가 막힌 일이었지.
초기에 언론들은 후세인의 학정에 분노한 이라크 사람들이 분풀이로 저지른 일처럼 보도했어.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미군이 왜 약탈행위를 방치했는가야. 과연 약탈된 유물은 모두 이라크 사람들에 의한 것일까?
보물과 문화유산의 질과 양은 그 나라의 제국주의 역사와 비례해. 고대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과 그리스 신전의 기둥과 조각상들은 왜 대영박물관에 있을까. 루브르 박물관이 따가운 눈길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250여년의 짧은 건국역사에도 박물관의 규모와 소장된 보물 규모가 상상을 초월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경우 제대로 구경하려면 1주일은 걸리니까. 이런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뉴욕에만 여러 개 있는 것은 물론, 어지간한 도시마다 웅장한 박물관이 있고 수많은 세계의 유물들과 예술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어.
구한말이래 약탈당했거나 불법반출된 우리의 문화재와 보물들은 수십만점에 달해.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사자성어가 있어. 본래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는 뜻이지. 우리가 잃어버린 많은 것들이 환지본처하는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접기
P. 26 중요한 건, 어느 쪽이 옳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느냐야. 남북 공동 AGI 윤리 프레임은 이 둘을 억지로 섞는 게 아니야. 공통분모를 찾는 거지... 통일을 말하지 않아도, 가치 체계는 서서히 닮아간다는 것. 윤리가 비슷해지면, 결정의 기준도 비슷해지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닮아가. 이게 바로 민족적 가치 체계의 재형성이야. 굳이 이념의 깃발을 흔들지 않아도, 조용히 마음의 좌표가 맞춰지는 거지.
- 통합형 AI인재를 양성하자  접기
P. 28 AI 기반 평화체제는 “싸우지 말자”고 약속하는 게 아니야. 싸울 수 없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거지. 생각해 봐. 전력망이 AI로 연결돼 있고, 농업 생산이 공동 데이터에 의존하고, 기후 예측과 재난 대응이 함께 돌아가고, 보건 시스템이 서로 연결돼 있다면? 전쟁을 시작하는 순간, 전력도 흔들리고 농업도 멈추고 병원도 영향을 받아. 이건 현실적인 계산이야. 그래서 이걸 ‘사실상 평화체제’라고 부르는 거야.
- 어떻게 하면 평화가 안깨질까  접기
P. 39 남한은 반도체, 데이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에서 강하고, 북한은 수학과 기초과학, 소수정예 중심의 집중 교육에 강점을 가져왔어. 여기에 에너지와 대규모 연구 인프라가 결합되고 AI, 반도체, 로봇, 우주, 바이오 분야에서 남북 공동 프로젝트가 추진된다면 한머리땅은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 클러스터가 될 수 있어.
- 통일코리아가 여는 미래의 풍경  접기
P. 43 남북관계가 얼어붙을수록 나는 이 오작교 이야기가 자꾸 떠올라. 까막까치는 닮았지만 조금 다른 남과 북일수 있고 군사분계선과 이념의 거대한 은하수 다리를 놓아줄 또다른 까막까치들들일수도 있어. 나는 그 답이 해외동포라고 생각해. 남과 북이 서로 반목해도 해외동포들만큼은 예외지. 남에서도, 북에서도 그들은 똑같이 동포잖아.
- 남북의 오작교를 찾아라  접기
P. 53 이미 전 세계를 사로잡은 K팝도 NK팝, 그러니까 북한의 대중예술이 더해지면 전혀 새로운 깊이와 결을 갖게 될 거야. 리듬과 춤, 창법과 미학이 섞이면서 지금까지 없던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수도 있지. 사실 이런 일은 역사상 처음도 아니야. 미국의 힙합도, 영국의 브릿팝도 서로 다른 거리 문화가 섞이며 폭발했거든. 경계가 허물어질수록 문화는 강해져.
- 두배로 넓어지는 ‘청춘’지도  접기
P. 64 트럼프는 지금 세계의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어. ‘돈로주의’로 불리는 미치광이전략에 우군도 적군도 헷갈리는 상황이야. 한마디로 기존의 공고한 질서를 깨고 거대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라는거야. 트럼프가 눈을 크게 뜨고 반색할 만한 제안을 하는거야.
- 트럼프의 마지막 시나리오
P. 71 미국 원주민과 한민족은 인종과 혈통의 유사성, 역사와 문화, 언어에 대한 강한 자부심, 그리고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겪은 상처까지 닮은게 많아. 원주민이 백인의 침탈로 희생되고 거주지에서 ㅤㅉㅗㅈ겨난 고난의 역사와 우리 민족이 근세에 겪은 고통과 시련의 역사는 정서적으로 통할 수 밖에 없어. 그런 이들이 시공을 뛰어넘어 크레이지 호스의 작업에 함께 참여한다는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어.
- 바위를 깎아 꿈을 이루자 상상을 현실로  접기
P. 87 우리의 통일은 단순히 남과 북의 통일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한단계 도약을 위한 통일이 되어야 해. 그런 위업을 달성하라는 민족사적, 인류사적 이유가 있었기에 우리 민족은 그토록 혹독한 시련을 겪은거야. 더 큰 일을 하라는 하늘의 뜻, 땅의 뜻이라는 말이다. 너희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글로벌하고, 훨씬 다양성을 존중하며, 훨씬 창의적이고, 유연하다. 통일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뛰는 가능성이야.
- 청년에게 띄우는 편지  접기
P. 97 이재명 대통령이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그러나 지금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파격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해. 더해서 문재인정부가 왜 참담한 실패를 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구. 문재인정부도 임기 초반 지지율이 80%를 넘었어. 지지율로만 보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큰 힘을 갖고 있었지. 결정적 미스는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는거야.
- 이재명정부가 청사靑史에 남으려면  접기
P. 108 12세기말 일본의 승려가 지은 <산가요약기(山家要略記)>에 “대마도는 고려가 말을 방목해 기른 곳이다. 옛날에는 신라 사람들이 살았다”고 기록했고 심지어 풍신수길(豊臣秀吉)이 조선 침략을 위해 만든 지도인 <팔도전도>에는 독도는 물론, 대마도도 조선 땅으로 표기해 ‘공격대상’으로 삼았어. 세상에 자기 땅을 공격하는 정신나간 자들이 있겠니? 대마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을 다름아닌 일본이 입증하고 있는거야.
- 일본은 우리땅 대마도를 반환하라  접기
P. 147 한자는 한글과 함께 자랑스러운 우리 글자야. 한글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백번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한자를 소홀히 하고 남의 나라 문자로 취급하는 것은 커다란 망발이야. 백보 양보해도 한자는 우리 한민족을 비롯, 한(漢)족 만주족 몽고족 등이 함께 발전시킨 공동의 문자야. 우리 민족의 역사는 단기(檀紀)로 따져도 4300년이 넘고, 동이배달 역년으로 환국 배달국 단군조선 등 9천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이야.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남의 나라의 문헌이라고 취급해야 할까?
- 한글날을 한국어의 날로  접기
P. 164 모름지기 시간은 그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체리듬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야. 정오(낮 12시)가 되면 태양은 머리 위 중앙에 위치해.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의 표준시로 태양이 정중앙에 있을 때 우리의 태양은 비스듬히 동쪽에 있어. 우리가 점심 식사를 관행적으로 12시30분 정도에 한 것은 사실 대단히 정확한 ‘배꼽시계’ 였던 셈이야.
- ‘시간주권’ 되찾기  접기
P. 194 일제의 식민지배 기간은 고작 35년이고 그들의 속박에서 벗어난지 어언 80년이 넘었지만 일제 잔재의 그늘은 아이들의 놀이문화에까지 깊게 드리우고 있어. 언어는 그 민족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지. 두 번 다시 국권을 찬탈(簒奪) 당하는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고 우리의 말과 글을 소중히 보듬어야 할 이유 아니겠니.
- 오... 더보기
P. 198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아 처음 출발했던 골인점으로 돌아가는거야. 거리가 줄어들 듯 나이 또한 줄어드는 것이 어울리지 않겠어? 그래서 환갑을 지낸 다음해는 진갑(62)이 아니라 육순(60)이 되고 다음해는 59세, 또 다음해는 58세가 되는거야. 난 이것을 ‘만(滿) 나이’가 아니라 ‘감(減)/감(甘) 나이’로... 더보기
P. 201 두음법칙은 해방후 남북이 갈라지면서 남한은 따르고 북한은 폐지하면서 오늘날 남북간 언어 이질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어. 물론 남북간 오랜 단절로 서로 다른 낱말도 생겼지만 남북이 같이 사용하는 수많은 단어들이 두음법칙으로 외형상 달라져버린거야.
- 왜 성(姓)에 두음법칙을 강제하나
P. 253 해니야, 글로벌 시대에 혼자만의 요새에 갇혀 잘 살 수 있는 나라는 없어. 우리가 누리는 부와 안락은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땀과 희생 위에 서 있어. 미국이 계속 세계의 리더이고 싶다면 왜 사람들이 그토록 미국에 오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부터 겸손하게 돌아봐야 해.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하며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삶을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미국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과연 정당한지 말이야.
- 미국을 살리자  접기
P. 277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게 하지 말라.” 쏘로우의 경구(警句)는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 스님을 연상케 해.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함께 한 법정스님의 글과 쏘로우의 글을 보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쏘로우는 법정스님의 전생이 아니었을까. - 쏘로우의 월든에서 법정스님을 만나다  접기
P. 277 미스김 라일락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조국의 무관심속에 한 미국인에 의해 강제 입양되었고 20여년만에 고국 땅을 밟은 기구한 운명의 여인과도 같아. 원래 이 땅에 살고 있던 시절엔 수수꽃다리라는 아름다운 본명이 있었지...미스김 라일락처럼 우리의 식물자원들이 수탈된 역사는 백수십년이 되었어.
- ‘미스김 라일락’의 애달픈 환향還鄕  접기
P. 317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로 부르지. 미국 건국이념도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온 ‘필그림 파더즈(Pilgrim Fathers)’에 뿌리를 둔 것이기도 해. 하지만 오늘의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한낱 불법 이민자에 불과해. 누가 아메리카의 진짜 주인인 원주민의 허락을 받고 들어왔던가. 원주민에게 대지란 걷고 뛰고, 내키는대로 갈 수 있는 공유의 개념이지, 배타적 소유의 개념이 아니었어. 유럽의 불법체류자들이 추위와 기근으로 절반 이상이 사망하자 먹을 것을 갖다 주고 농사 짓는 법도 가르쳐 준 생명의 은인이었지.
- 아름다운 나라 미국? 이름값 못하는 미국  접기
P. 337 도리없이 뉴욕의 가을에 빠져드는 시간은 11월 중순부터야. 더 이상 자신을 태울 수 없는 단풍이 차가운 대지의 기운에 사위어 그만 떨어지는 장면은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을 못할만큼 애잔하고 아름다워. 그깟 낙엽들이 뭐길래 그러냐고 말할 수 있어. 하지만 바람이 한번 불 때마다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부우우~” 파도소리를 내며 마른 잎파리들을 눈송이처럼 장렬히 쏟아내는 정경을 상상해보렴.
- 11월과 사랑에 빠지다  접기
P. 340 해니야 우리나라엔 산타클로스보다 훨씬 중요한 조왕신(竈王神)의 전통이 있었단다. 주로 충청도를 중심으로 부엌 부뚜막에 조왕단을 만들고 정화수를 담은 종지를 놓아 조왕신을 모셨지. ‘조왕각시’ 혹은 ‘조왕할망’이라고도 했고 정겹게 ‘부뚜막신’ ‘부엌신’이라고도 불렀어... 재미있는 점은 조왕신이 산타클로스 마냥 붉은 옷을 입고 있다는거야. 크리스마스 전야에 굴뚝을 통해 들어와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와 하늘에 다녀와 복을 내리는 한국의 조왕신이 희한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 맨해튼에서 꿈꾸는 제야의 종소리  접기
P. 344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막막함은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어. 부와 기회의 불평등, 여전히 남아 있는 분단과 경쟁의 상처들 말이야.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세상을 바꿀 힘이 내 안에서 싹트게 된다는 사실이야. “내 삶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과 공감, 그게 바로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이유 아닐까... 청춘이 아픈 것은 청년이 ‘살아있는 존재’이자 ‘공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야.
- 다시 청년에게 사람을 살리는 글과 말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로창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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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동포신문방송언론인협회 회장 | ‘글로벌웹진’ 뉴스로 대표
·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 뉴시스통신 뉴욕특파원
· 美국무성 외신기자협회(FPC)(2003~2020)
· UN본부 출입기자(2004~2018)
· 『뉴욕문학』 신인상 시인 등단 (2015)
· UN NGO 국제리더스연맹재단(ILEF) 고문(2023~)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자문위원(2021)
·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2023~2025)
·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정책자문위원(2024~)
· 북한 단독 취재(2018~2019 4회 방북)
· 국내외서 100여회 ‘北바로알기’ 통일강연회
·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 출간(2020) 접기
최근작 :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 … 총 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남북관계가 역대급 빙하기에 처한 지금,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는 분단 80년을 넘어서는 통찰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저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40년 경력을 쌓아온 대기자(大記者)로 가장 최근의 북한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몇 안 되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저자의 제안은 관념적 통일 담론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통일의 언어와 전략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역발상의 지혜’다. 북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며 통일과 민족 개념을 지워가는 이때 해외동포는 우회로이자 적극적 교섭의 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22년 「해외동포권익옹호법」을 제정하며 해외동포에게 전례 없는 권리와 특혜를 명문화했다. 동포를 매개로 한 교류·방문·사업·문화의 새로운 공간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저자는 ‘평화도시 삼각 네트워크’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안한다. 해외동포를 연결고리로, 남녘 도시와 북녘 도시를 잇는 실질적 협력 구상이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의 담대한 결단과 트럼프 정부의 마지막 시나리오, 하노이의 천재일우를 재현하기 위한 저자의 제안은 실로 파격 그 자체다.

통일을 말하지 않으면 통일은 사라진다. 통일과 평화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동반자다. 우리의 통일은 남북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넘어, 인류 문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는 통일을 ‘과거의 구호’가 아닌 ‘현재의 과제’로 다시 불러낸다. 언어를 바꾸고, 시선을 바꾸고, 길을 새로 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한 울림을 줄 것이다. 분단 80년, 얼어붙은 남북의 극적인 반전을 가져올 담대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간이다.

“통일이 왜 나랑 상관이 있죠?”

취업은 불안하고, 집값은 아찔하고, 내일을 계획하기도 버거운 시대. 청년 세대에게 남북관계와 통일은 ‘너무 먼 이야기’로 들린다.

38년 경력의 국제전문 언론인으로 코로나 팬데믹 직전, 네 차례 북녘을 단독 취재한 저자가, 통일을 관념적 ‘정치 구호’가 아닌 청년의 현실 문제로 끌어온 책을 펴냈다.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는 제목만 보면 인공지능(AI) 전문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년 세대의 삶과 기회,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를 연결하는 통일·평화 교양서에 가깝다. 저자는 오래된 질문을 전혀 다른 언어로 다시 꺼내 든다. ‘민족’도, ‘이념’도 아닌 바로 AI다.

이 책은 통일을 감성이나 역사 담론이 아니라, 청년의 진로와 일자리, 기술 경쟁, 그리고 생존 전략의 문제로 재정의한다. 더 이상 ‘통일’이라는 말이 작동하지 않는 시대라면, 이제는 ‘미래의 언어’인 기술로 말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 왜 통일과 ‘청년의 삶’인가

책은 오늘의 2030세대가 통일에 무관심한 이유를 정면으로 다룬다. 취업난, 주거난, 불안정한 미래 앞에서 ‘통일’은 너무 멀고 어려운 주제처럼 보인다. 저자는 통일을 ‘민족의 숙명’이라는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의 확장, 여행과 문화의 새로운 시장, 청년 교류와 창업 기회의 확대, 인구 절벽과 성장 한계의 돌파구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와 연결해 설명한다. 남북 교류만 재개되더라도, 북녘 지역 개발, 문화·관광 산업, 교육·의료, 콘텐츠 산업, 인프라 구축 등에서 젊은 세대가 주도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직업 시장과 프로젝트 무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청춘 지도가 무한대로 확장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 이 책의 중심은 ‘AI’가 아니라, ‘막힌 관계를 여는 방법’이다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에서 AI는 주인공이 아니다. 남북관계가 멈춰버린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언어다. 저자는 지금의 남북관계를 “말은 있지만, 언어는 사라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통일, 민족, 화해라는 단어 자체가 더 이상 북측에게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과거의 정치 언어로는 대화의 문을 다시 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이 바로 ‘AI 협력’이다.

■ AI가 통일과 연결되는 진짜 이유

AI를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AI는 이념도, 체제도, 정치적 선언도 요구하지 않는다. 저자는 AI를 남북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비정치적이면서도 가장 실질적인 협력 영역으로 본다. 즉, AI는 ‘통일을 말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통일을 말하지 않아도 협력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AI는 남북이 처음부터 정치와 체제를 건드리지 않고도 현실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제시된다.

■ 그래서 AI는 ‘청년 세대의 기회 플랫폼’이다

AI 협력은 곧 청년들의 진로와 직결된다. 남북이 공동으로 데이터 분석, 농업·환경·의료 AI, 위성·기후·재난 대응 기술, 스마트시티와 에너지 시스템 같은 분야에서 협력하게 될 경우, 현장은 곧 청년 연구자와 개발자, 기획자, 창업가들의 무대로 자리매김한다. “남북 협력이 청년에게는 곧 글로벌 커리어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 이 책이 동시에 말하는 것은 ‘역사·정체성·분단의 시간’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축은 ‘기술’이 아니라 ‘기억’이다. 저자는 독도 문제, 일제 잔재, 분단의 형성과정, 그리고 청산되지 못한 과거를 짚으며 “미래 기술만 이야기하면서 과거를 외면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한다. AI를 포함한 모든 미래 전략은 결국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역사를 겪어왔는지, 어떤 공동체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다.

■ 통일은 이상이 아니라, 한반도의 생존 전략이다

책은 남북 화해와 협력이 가져올 변화도 매우 현실적으로 그린다. 8천만 인구 규모의 경제권,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의 전환, 북방 물류망과 유라시아 철도 연결, 관광·문화·콘텐츠 산업의 폭발적 성장, 반도체·2차전지·희토류 자원과의 가치사슬 구축, 통일과 평화가 대한민국과 청년 세대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 ‘이재명의 담대한 결단’과 ‘트럼프의 마지막 꿈’

저자는 민족의 생존을 좌우할 마지막 기회의 창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상상력과 결단에 있음을 강조한다. 해외동포를 활용한 우회 협력, 역사·문화·인권·인프라를 아우르는 10개의 담대한 제안은 남북관계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전환의 대상으로 바꾸는 로드맵이다. 트럼프의 ‘인정 욕구’와 ‘딜의 본능’을 활용한 한반도 평화 빅딜 구상은 실로 파격적이지만 한머리땅 문제가 다시 세계 정치의 중심 무대로 돌아올 수 있는 현실적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청년에게 보내는 연서”

『AI, 다시 남북의 봄을 말하다』는 저자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을 빌려, 분단의 역사, 삶의 태도, 인연의 법칙,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차분히 풀어낸다. 이 책은 지금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한머리땅의 미래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부드럽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진짜 메시지는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사라질 민족의 시간에 대한 간곡한 당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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