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보여주기식 처벌로 인식…지방발전 정책 어려움을 간부 문제로 돌리려는 포석이란 해석도 By 이채은 기자 -2025.02.06 7:55 오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29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가 지난 2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디”면서 “김정은 동지가 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지방 간부들의 비리에 대한 엄중 처벌 방침을 밝히며 간부 기장 잡기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주민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전언이다.
6일 복수의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이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가 열렸으며, 이 회의가 남포시 온천군 당위원회 간부들의 당 규율을 위반 행위와 자강도 우시군 농업감찰기관 감찰원들의 반인민적 행위로 인해 소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온천군의 경우 당의 각급 지도 간부들이 봉사기관들에서 음주 접대를 받아 당내 규율을 난폭하게 위반했고, 우시군의 경우에는 농업감찰기관 감찰원들이 신성한 법권을 악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재산을 마구 침해하면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거리낌 없이 감행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특대형범죄사건’이라고 지적하면서 간부들의 비리 행위를 공개적으로 질타했는데, 이는 주민들의 민심 이반을 차단하고 내부 기강을 다잡으려는 대내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국의 이런 의도와 달리 실제 주민들은 간부들에 대한 형식적인 처벌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지방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강력히 비판하며 조직을 해산하고 사건 가담자에 대한 엄정 처리 방침을 밝히는 등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이 같은 당국의 조치를 보여주기식 처벌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함경남도 소식통은 “비서국 확대회의 내용에 대해 함흥시 주민들은 ‘솔직히 우리나라(북한)에서 간부들이 술대접받고 이런 일은 흔하디 흔한 일인데 이게 어떻게 특대형 범죄가 될 수 있나. 그저 본보기로 간부들에게 경고를 주려는 것인데 운 나쁘게 걸린 사람만 불쌍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남포시와 우시군 지역 주민들 속에서도 이번 사안이 ‘특대형범죄’라 불릴 정도의 심각한 사건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실제 남포시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는 주민들은 지방공업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면서 간부들이 수고했다는 의미로 술자리를 가졌다가 적발된 것일 뿐이라며 중앙에서 밝힌 것처럼 특대형범죄 사건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자강도 소식통 역시 “우시군 사건에 대해 아는 주민들은 우시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와 자금을 마련하려다 탈이 난 것이지 개인적으로 쓰려던 것이 아니었다면서 이렇게 까지 사건화될 정도의 일은 아니라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북한 당국이 지방 간부들의 비리와 부정을 공개하며 강하게 질타한 것을 두고 “지방 발전 정책의 추진이 어려운 원인을 간부들의 문제로 돌리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방에 공장을 건설해 놔도 당장 전기나 자재가 없어 운영되지 않아 발전이 어려운 것인데, 간부들의 부패와 무능 때문에 지방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해서 간부들에게 책임을 씌우려는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북한읽기] ‘黨간부 부정부패’, 온천군·우시군만의 문제인가? By 조현 기자 -2025.02.05 12:37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당중앙위원회 비서국 확대회의를 열고 법권을 악용해 주민 재산을 침해하는 ‘반인민적 행위’를 저지른 우시군농업감찰기관을 해산, 새로 조직하고, 이를 조장·묵인한 우시군당위원회 책임비서와 감찰원들을 엄정 처리하기로 했다고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의 노동당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주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평안남도 소식통에 의하면 중앙에 보고하는 도당위원회 조직부 내부 자료에 언급된 유급당 간부들의 부정부패 수위가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일단 도(道) 농촌경리위원회 비서는 딸을 시켜 평안남도 안주에 있는 남흥 화학공장 비료 직장에서부터 도내 각 농장을 대상으로 비료를 팔아 엄청난 이윤을 보았다. 양이 넉넉지 않은 도내 농장 공급용 비료였는데도 불구하고 서류를 가짜로 꾸며 현금을 챙겼다는 것이다.
또한 평안남도 성천군의 농장 리(里) 당비서는 2024년 농장에서 가축 사육사 건설용으로 가져다 놓은 시멘트 5t과 막돌 2㎥을 자기 집 꾸리는 데 전용하는 것은 물론 농민들을 자기 집 꾸리기에 동원했다.
소식통은 당 관료들의 부정부패 사례는 이뿐이 아니라면서 노동당 말단 부원부터 도 당위원회까지 대다수의 당 간부들이 부정과 사기를 자행하고 있고, 이것이 하나의 사회적 풍조로 굳어졌다고 개탄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 사회에서 공동 물자를 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확실히 줄어들고,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착복하려고 한다. 심지어 최고 권력기관인 노동당이 앞장서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실상 부패에 찌든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속임수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거기에 붙어 부스라기라도 얻어먹어야 살 수 있다’는 인식도 팽배해지고 있다.
북한에서 당 간부가 부패를 저지르는 건 결코 어렵지 않다. 아래 사람들이 모두 눈감아 주고 도우려고 애써주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비판하면 그 사람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다. 이는 북한에서 부정부패가 법, 행정, 근로단체 등 모든 권력 계층에서 고루 발생하고 있는 원인이다.
하지만 북한의 노동당 독재 사회는 ‘이데올로기’만을 중요시하고 지난달 27일 당 중앙위 비서국 확대회의를 통해 ‘온천군(음주접대)·우시군(인민재산 침해) 당조직 해산’을 결정한 것처럼 목을 베는 행태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패 척결 방식은 그 예전 김일성 때부터 해 온 낡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손자인 김정은 위원장도 이미 집권 이래 10년 넘게 부패 척결을 외쳐대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지 않은가.
그러면 해결 방도는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변화’에 답이 있다고 판단한다. 흐르는 물은 절대로 썩지 않는다. 시장을 개방하고 활성화하여 누구나 다 시장에서 분배받게 해야 한다. 그 길이 노동당과 같은 특수 집단의 부패로 국민 전체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막고 보다 건전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남북의창] 北, 부정부패와의 전쟁…‘규율조사부’ 신설 입력 2021.01.29 (11:10)수정 2021.01.29 (11:23)
북한은 최근 노동당 내에 전문부서로 '규율조사부'를 신설했습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내부를 통제할 목적과 함께 사회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기구로 추정됩니다. 당 조직기구로 신설한 만큼 북한에서 '부정부패' 문제가 화두인 것은 최근 공개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차 노동당 대회 폐막일에 단상에 올라 "전당적, 전 국가적, 전 인민적으로 강력한 교양과 규율을 앞세워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 행위와 온갖 범죄행위들을 견결히 억제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앞으로 5개년 계획을 구상하는 노동당 대회에서 내부의 비위 문제를 다룬 건 그만큼 북한 사회의 부정부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더불어 당 차원에서 간부들의 사소한 규정 위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평양의대에서 무슨 일이?..."평양 의대 간부들 직위해제"
1948년 설립돼 북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수련기관으로 꼽히는 평양의대 최근 북한사회 내 부정부패로 손꼽히는 건 평양의대 입시 비리 사건입니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평양 의과대학에서 입시비리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 기숙사 신청 과정에서도 주민들에게 강제 모금이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평양의대 간부들이 직위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48년 설립된 북한의 가장 권위 있는 의학 수련기관에서 비리가 발각되면서 북한사회 내에서도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북한 제7기 20차 정치국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됐습니다. 당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이 질책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한 평양 의과대학 당 위원회와 해당 부서들, 사법 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태만 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했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공개적으로 비리 간부 해임…"민심 다독이기 속내"
앞서 지난해 2월 열렸던 정치국 회의에서도 당 고위간부의 해임안을 다뤘습니다. 리만건, 박태덕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을 비리 책임을 물어 현직에서 해임했습니다. 당 간부 양성체제에서 엄중한 부정부패 현상이 발생했다며 북한 매체를 통해 고위 간부의 해임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입니다.
자칫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 흠이 될 수 있는 비리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룬 건 부정부패로 인해 경제적 고충을 겪는 일반 주민들의 민심을 다독이려는 속내로도 분석됩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부정부패 행위를 가만히 놔두면 간부들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고 결국 국가 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나아가 체제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것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통치자까지 나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식 배급 중단...장마당서 검은 거래 싹터
북한 사회의 부정부패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차원의 공식 배급이 중단되자 주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장마당에 뛰어들었고, 상인들과 관리 간부들 사이에 검은 거래가 싹트기 시작한 것입니다.
장마당 가판대를 확보하려 하거나 단속을 피할 때는 물론, 중국을 통해 들여오는 밀수품에 대해서도 단속 면제를 명분으로 한 뇌물이 오갔다고 탈북민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월급이 턱없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뇌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습니다. 2015년에는 형법까지 개정해 뇌물죄 형량을 최대 10년까지 늘렸고, 2016년에는 당 7차 대회를 통해 부정부패 근절을 다시 주문했습니다.
전담 부서까지 신설해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다시 내부 전쟁에 나선 북한. 백성을 하늘과 같이 섬긴다는 '이민위천'을 강조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 내에 고질적인 문제를 척결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내일(30일) 오전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전략 채택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어떤 접근법을 가져야 하는 지, 그리고 남북관계 분수령이 될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의 향방을 짚어봅니다. 또, 최근 확대되고 있는 북한의 비대면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2017년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북한 규찰대가 길 가던 주민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당과 대중의 혼연일체를 파괴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침식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의 크고 작은 행위들을 짓뭉개버리기 위한 투쟁의 열도를 높여야 하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부정부패 근절을 강조했다. 이후 평안북도에 당 중앙검열위원회 검열단이 파견돼 관료들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이뤄졌고, 군 내부에서도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부패 근절에 대한 김 위원장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6년 12월 사상 처음으로 전국 규모의 초급당위원장 대회가 열렸을 당시에 하부 당 조직까지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을 강하게 질타한 바 있으며, 2017년 신년사에서도 “일심단결의 화원을 어지럽히는 독초인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드세게 벌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서는 ‘김 위원장이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구조화돼있는 부정부패 행위를 근절하는 것에 진정성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현 북한의 체제에서는 근본적으로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간부들을 처형하기 위한 명목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북한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부패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도는 과연 있는 것일까.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최근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과의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대담에서는 북한 사회 내 부정부패 실태와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북한 사회발전에 부정부패가 미치는 영향과 척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에 데일리NK는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사회편(Part 1)’의 핵심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태 전 공사와 윤 소장의 대담 전체 영상은 국민통일방송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 윤 소장의 대담 일문일답.
태영호(이하 태): 현재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정치구호 중 하나가 부정부패 척결이다. 김정은 본인도 북한 사회를 위협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부정부패를 보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보는데.
윤여상(이하 윤):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부정부패 척결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부정부패는 먹고 살기가 힘들 때, 특히 정치적 권력의 정당성이 약할 때 발생한다. 정치권력의 권위가 약하고 특히 배급을 주는 사회에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기본적 생존이 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심화되고 그 과정에 권력이 참여하기 때문에 권력적 부정부패로 번지면 더 큰 규모의 문제가 발생한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부정부패로 인한 문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도 그런 측면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태: ‘북한은 뇌물의 백화점이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김정은 집권 이후에 부정부패를 없앤다면서 당적으로 회의도 많이 했다. 그러나 부정부패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윤: 일차적으로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한 권력, 정당한 권위가 없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확산되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을 다른 형태로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권력은 반드시 통제받아야하는 것인데, 북한에서는 당이 가진 권력, 최고통치권자가 가진 권력을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통제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최고통치권자를 제외하면 북한의 웬만한 간부들도 당이나 국가로부터 받는 월급으로는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다. 뇌물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는 것이다. 북한에서의 부정부패는 실질적으로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고 충분하게 국가의 배급체계가 작동해야 단속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경제적 문제, 통제받지 않은 권력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북한의 부정부패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
태: 군부 내에서의 부정부패도 조명하고 있다. 도덕 기준인 군대에도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인데.
윤: 북한의 군대는 우리(한국)와 상황이 다르다. 외화벌이 일꾼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회사가 군부 내 회사들이다. 외화벌이 회사가 군부 산하라, 군이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다. 군부가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왔는데, 그것을 직접 사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이를 내각이 직접 관리하기 위해 부정부패라는 명목으로 군부 장교들을 처형했다. 실제 군부 내에 부정부패도 있겠지만, 군부가 벌어들인 달러를 내각으로 회수하는 과정을 부정부패로 선전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태: 북한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생계형 부정부패’, ‘권력형 부정부패’라는 이야기도 있다.
윤: 북한에서 생계형 부정부패와 권력형 부정부패는 구분할 수 없다. 북한 사회 전체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뇌물을 받아야 하는데, 거기에도 낮은 권력은 있어야 한다. 조금 더 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돈주의 뒤를 봐준다. 북한이 계획경제라고 하고 배급제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배급도 주어지지 않고 계획도 안 된다. 돈을 가진 전주들이 공장도 운영하고 시장에서 매대도 운영하는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뒤를 봐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력이 큰 사람은 더 많은 힘을 가지고 더 많은 뇌물을 받는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부패가) 북한 사회를 활발하게 바꾸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생계형이든 권력형이든 모두 바람직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사실 정치범수용소에 가야할 사람도, 교화소에 가야할 사람도 뇌물을 주고 빠져나온다. 인권 측면에서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면이 있다. 또 시장에서 뇌물을 주고 장사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주민들의 시장 접근성이 강화되고 있다. 북한에서 부정부패가 완전히 없어져서 깨끗한 사회가 된다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아사에 빠지게 되고 사회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정부패가 갖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그것이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태: 실제로 북한에서는 권력이 없는 사람들도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머리를 짜내서 뇌물을 받곤 한다.
윤: 주는 사람도 잘못됐다 생각하고, 받는 사람도 불법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그것이 뇌물인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주는 사람도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받는 사람도 당연하게 받기 때문에 이것이 불법이라거나 부정부패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이다.
태: 부정부패가 만연한 지금의 현상이 앞으로 북한 사회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윤: 북한 사회가 붕괴된다면 부정부패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일반 농민부터 고위 관료까지 부정부패를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 지금은 내가 벌어서 내 것을 가지고 있다. 내가 돈을 벌어 내 집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북한 사회가 변화됐는데, 부정과 부패로 인해 나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권력으로 사유재산을 빼앗아가고 뇌물이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면 엄청난 저항과 반감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것을 막으려면 중앙 배급제가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배급을 주지 못하니 부정부패를 막을 수도 없다. 부정부패가 심화될수록 주민들의 충격이나 상실감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 체제의 최대 위협은 부정부패가 될 것이다.
태: 부정부패 없앨 수 있는 현실적 방도가 있을까.
윤: 지금의 북한 사회 구조에서 부정부패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권력이 정당성을 갖고 이에 따른 통제와 감시, 견제가 가능한 자유 민주주의 사회로 체제가 변화돼야만 지금의 부정부패 연결고리를 자를 수 있다. 배급제 사회에서 배급을 줄 수 없는데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하면 거기에 반드시 부정부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에서 도덕과 법률, 규정을 지키라고 한다? 성인군자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 2400만 명이 먹고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고, 배분도 정당하게 이뤄진다면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로 전환될 때 가능하다. 그 외 지금 북한 체제에서 부정부패를 끊을 방법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편집자 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외에는 평화와 관계 개선을, 내부적으로는 경제개발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진전과 내부적인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상국가 건설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유화적 태도도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꼼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정상국가와 우리가 바라보는 정상국가 개념이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前)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각 분야(정치, 사회, 경제, 인권, 통일 등)별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북한이 개혁해야 할 문제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법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정은 공개 경고장에도… 北부패인식지수 또 최하위권 강유빈 기자 입력 2021.01.29 15:20 0 0
"뇌물 강요 만연…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도" 기강 잡기·민심 다독이기 방편 이미지 확대보기
북한 조선중앙TV가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4차회의에서 새로 임명한 내각 성원들과 기념촬영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이 지난해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공공부문 청렴도 조사에서 180개국 중 170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른 국제기구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북한에선 각종 비리 사건과 이에 따른 고위 간부 해임이 잇따랐다.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런 사실을 공개 지적했을 정도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IT)가 28일 공개한 지난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북한은 100점 만점에 18점을 받아 17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17점, 172위)보다 점수와 순위 모두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 국가 중 꼴찌다. 전 세계적으로도 북한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리비아와 수단,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8개국 뿐이었다. CPI 조사는 국가별 공공ㆍ정치부문 부패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100점에 가까울수록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 사회의 폐쇄성을 고려할 때, 비정부기구(NGO) 등 제3자가 자료나 정보를 검증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부정부패 실태는 탈북민 등을 통해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 박지현씨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에선 뇌물이 만연해 당연히 여기기까지 한다. 신고 체계도 없다”고 말했다. 조나단 코라도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 담당 국장은 “2019년 탈북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8%가 수입의 10~30%를 뇌물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며 “특히 비공식적 시장 경제에 참여하는 주민에 대한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당 간부들에게 부패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리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얼마전 끝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비사회주의적 현상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 온갖 범죄 행위를 견결히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 당내에 이를 전담하는 규율조사부와 법무부를 신설했다. 지난해 11월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선 “평양의과대학 내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가 있었다”며 입시비리 사건을 직접 언급했고, 지난해 2월 정치국 회의에서도 당 고위간부 해임안을 다뤘다.
부정부패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책임 간부들의 기강이 흐트러지는 것을 다잡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전 주민들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뇌물이나 부정청탁에 대한 주민 불만이 고조되면 김 위원장 리더십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