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2기, 북핵 협상의 향방(向方)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로 용어를 바꾼 것은 정책 변화의 신호일 가능성 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2025/02/23 [11:03]
트럼프 미 대통령 2기 출범(2025년 1월 20일) 이후, 북한의 강경한 핵 무력 강화 기조와 미국의 유화적 이면서도 현실적인 접근이 맞물리며 한반도 정세는 다시금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북한은 핵 무력을 실전 배치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비핵화 협상 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간주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공식적인 인정은 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새로운 협상 국면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뉴시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북한의 공식적인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은 핵 비확산조약(NPT) 체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은 핵 무력 강화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은 강경책과 유화책을 혼합하여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양측이 불필요한 긴장 고조를 자제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며 실질적인 협상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는 북미 관계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다자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회담 개최의 전제조건과 관련하여 양국의 입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의 초점을 ‘한반도 비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로 변경하면서 정책 기조를 조정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 개념 차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반도 비핵화’는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개념으로, 한반도 전체에서 핵무기와 핵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여기에는 주한미군의 핵 전략자산 전개 금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철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북한은 이를 미국이 제공하는 핵 위협까지 제거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해석해 왔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과 한국이 강조하는 개념으로, 북한의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완전히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일방적 비핵화를 의미하며,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고수한다면,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이 확보되지 않는 한 핵 포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정책 기조를 전환한다면, 북한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협상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제3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로 용어를 바꾼 것은 정책 변화의 신호일 가능성이 크며, 이는 향후 북핵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북한은 이에 강하게 반발할 것이며,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 없이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북한 간의 비핵화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양측 모두 공세적 수사(修辭)를 자제하고,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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