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목사의 북한관 유감
전국의 좌파 우파여, 화합하라
기자명 김기환
승인 2006.08.1
<중앙일보>에서 김진홍 목사의 칼럼을 읽고 늦게나마 몇 자 적고자 한다. 김 목사는 올해 우리 나이로 66세다. 일흔은 앞두고 일하는 의욕은 40대보다 더 열정적이다. 김 목사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전국의 우파여, 단결하라”고 외치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와 주요 정치인을 만나는 등 노령에도 목회와 정치 그리고 전국 뉴라이트 상임의장까지 맡아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김 목사의 평소 성향과 주장은 대략 알려져 있지만 언론을 통한 그의 입장을 한번 보자. “반북을 하는 게 아니라 반독재하는 것이다”, “민족 공조의 기본도 북한 2200만 동포들과의 공조가 기본이다”라고 하며 북한 동포와 정권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인민들은 300여만 명이 굶어죽었는데 이는 북한 자신의 권력 기반 강화와 체제를 지키려다가 굶어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뉴라이트 동지들과 총궐기를 하여 전국의 우파를 단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과 같이 300여만 명을 굶겨 죽인 무자비한 자를 민족 법정에 세워 재판을 해야 하고 대화나 협상이나 공조의 대상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아울러 북한에 필요한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고르바초프나 덩샤오핑 같은 개혁자이고 체제 붕괴가 아닌 체제 변화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철저한 반공주의와 북한에 대한 적개심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은 70년대 전후가 아닌 2006년이다. 일초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제 남북은 60년이 넘는 오랜 기간의 반목과 대립의 시대를 끝내고 화해 협력을 통한 신뢰 구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 동북아의 중심 국가와 세계 속에서 우뚝 서기 위한 '국가 비전'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16년 전, 노태우 정권은 김 목사가 그렇게 싫어하는 공산주의와 그 종주국 소련에게 30억 달러를 퍼주고 국교를 맺었다. 북한의 혈맹인 당시 중공(중국)과 국교를 맺고 자유중국(대만)과는 국교를 단절하였다. 게다가 동구권은 물론 공산주의로 통일된 베트남과도 수교를 맺었다. 과거 36년간 한반도를 강탈하여 그토록 악랄하게 식민 통치한 일본과 국교를 맺은 지도 어언 40년이 넘었다. 김 목사의 평소 논리라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인 대한민국이 마르크스-레닌주의 공산 국가와 수교를 맺을 수 있겠는가? 대일본제국 천황의 신민이라 하여 태평양전쟁 등에 강제로 끌고 가고 갖은 수탈과 만행을 자행하고도 반성은커녕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는 또 어찌 수교를 맺을 수 있단 말인가?
김 목사는 민족 공조의 기본은 2200만 북한 동포들이지 김정일 정권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감스럽지만 북한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김정일이 가지는 영향력이란 거의 절대적이다. 진정으로 2200만 동포들을 생각한다면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김정일 정권과 대화하고 화해 협력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김 목사가 말하는 북한 동포 2200만을 하루 속히 구하는 일이자 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변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북한도 중국과 러시아처럼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아다시피 7·1조치를 통해 부분적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외자 유치, 경제 특구 건설 등에도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잘 안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요구하고 원하는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과 체제 변화일 수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개방과 체제 변화는 바로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생존의 문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국가의 체제 변화는 그리 간단치가 않은 게 문제다. 특히 북한에 대한 고립 압박과 무시 정책은 그들이 ‘고슴도치 전략’을 쓰도록 돕는 측면이 없지 않다.
“300여만 명이 굶어죽었다.” 이는 북한 정권의 체제 유지 때문으로 주장한다. 100만 인지 300만인지 알 수 없으나 김정일 혼자만이 호의호식하면서 인민을 굶어 죽게 하는가? 북한의 식량난은 자연 재해와 농업의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고 아울러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전반적인 난맥상에서 오는 문제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고의로 국민을 굶겨 죽이는 일은 드물다. 김 목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누가 우파이고 누가 좌파인가
그가 말하는 우파는 누구이고 좌파는 누구인가? 북한에 대해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고, 6·15선언을 폐기하며 남북 교류 협력을 중단하고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세력이 우파인가? 화해 협력과 신뢰 그리고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하여 먼저 마음 문을 여는 사람이 좌파란 말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의 편 가르기가 아니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 자유민주주의는 다양한 가치와 세력이 공존한다. 친미, 반미도 있고 친북, 반북도 있다. 중요한 것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설득하며 조정과 타협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민 통합과 일체감 회복, 나아가서 남북의 통합과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더 건강한 자유민주주의다. 모든 것을 이분법적 잣대로 보고 적대감만 가지진 채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한다면 우리 앞에는 고통과 불행밖에 없다.
몇 개 국가들이 표면상 '세계 체제' 편입을 거부하는듯 하지만 이미 자본주의체제에 편입되어 있다. 구소련을 비롯한 중국과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진정한 인간의 해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본가 계급을 타파하고 일당 독재를 통한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서 사회주의국 가의 일당 ‘독재’는 자유민주주의에서 말하는 ‘독재’와는 전혀 다른 철학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우리가 사회주의를 반대하되 사회과학적 접근과 이해도 필요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건강하다. 그것은 모든 것이 개방되고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복음은 더 건강하다. 복음에는 좌도 우도 없고 좌우를 초월한다. 오로지 주님만이 있다. 복음을 가르치고 전하는 목회자는 누구보다도 화해를 원하고 용서하며 평화를 사랑하고 몸소 행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이 사탄이라면 중국 공산당과 일본제국주의는 무엇인가? 사탄은 멀리 있기보다 오히려 내 안에 그리고 우리 가까이에도 있다. 한국교회가 북한의 부자 세습과 독재도 비판해야 하지만 일부 교회의 목사 세습과 부패 그리고 목사의 독재도 우리의 치부로써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회개해야 한다. 끝으로 김 목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전국의 우파여, 단결하라”보다 ‘전국의 좌파와 우파여, 화합하라’라고 외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김기환/ 통일교육문화원 소장
<중앙일보> 본문 전문이다.
(<중앙일보> 2006년 2월 15일)
[중앙시평] 민족 공조의 바른 길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한 젊은이가 "목사님 민족 공조가 더 중요합니까, 한·미 공조가 더 중요합니까"하고 물었다. 내가 답하기를 "물론 한·미 공조보다 민족 공조가 더 중요하지. 흔히 하는 말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이 지난날 우리에게 고마운 나라였고 지금도 중요하고 필요한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민족 공조와 한·미 공조를 굳이 비교한다면 민족 공조가 더 중요한 것이지"하고 답해 주었다.
(<중앙일보> 2006년 2월 15일)
[중앙시평] 민족 공조의 바른 길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한 젊은이가 "목사님 민족 공조가 더 중요합니까, 한·미 공조가 더 중요합니까"하고 물었다. 내가 답하기를 "물론 한·미 공조보다 민족 공조가 더 중요하지. 흔히 하는 말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이 지난날 우리에게 고마운 나라였고 지금도 중요하고 필요한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민족 공조와 한·미 공조를 굳이 비교한다면 민족 공조가 더 중요한 것이지"하고 답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젊은이가 "그렇다면 목사님은 왜 반북. 친미를 주장하시는지요"하고 다시 물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일러 주었다. 나는 반북하는 게 아니라 반독재하는 것이다. 내가 1970년대 남한의 유신체제 시대에 반독재운동, 인권운동, 민주화운동 하던 때와 같은 마음으로 지금은 유신체제보다 몇 배나 더 나쁜 북한의 수령체제를 반대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에서 수령제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벌어지고 있는 가혹한 인권 유린, 개인 숭배, 극한적인 굶주림에 내가 침묵한다면 나는 한 인간으로서는 물론이려니와 겨레를 사랑하는 한 국민으로서,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 실현에 헌신해야 하는 한 성직자로서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내 생각은 민족 공조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하지만 다만 그 실천에 있어서는 올바른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 공조의 기본은 북한 2200만 동포들과의 공조가 기본이다. 그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고 사람 대접받고 살게 함을 민족 공조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 기본을 삼아야 한다. 그런데 그들을 억압하고, 죽음의 자리로 몰아넣게 만들면서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유지. 강화하는 데 열중하는 무리들과 공조하면 그런 공조는 공조가 아니라 민족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굶주림이 국민에게 얼마나 무서운 적인가. 간디가 "최악의 폭력은 굶주림이다"라고 말한 바 있거니와 북한 동포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300여만 명이나 굶어 죽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단군 이래 그런 재난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그렇게 굶어 죽게 만든 원인에 있다.
능히 죽지 않게 할 수 있었음에도 단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켜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죽게 만들었다. 수령제일주의라는 터무니없는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천금같이 소중한 백성들이 속절없는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들이 죽은 것은 그냥 굶어 죽은 것이 아니다. 체제란 이름으로, 수령님이란 명목으로 그들을 죽게 만든 타살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죽지 않아도 될 백성 수백만 명을 죽게 만드는가. 나의 뉴라이트 동지들의 생각은 그런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권력자와 동조하는 것은 동조가 아니라 반역행위란 것이다.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민족법정에 세우고 재판을 해야 할 대상이지 협상이나 공조의 대상이 아니란 점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민족 공조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로되 그 대상이 분명해야 한다. 당연히 북녘의 인민들과 공조해야 하고, 인민들을 아끼고 지지를 받는 정당성 있는 정부와 공조해야 한다. 북녘에 그런 지도자가 없다면 국민 스스로의 손으로 그런 지도자를 뽑아 세울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지금 북한에 먼저 필요한 것은 핵무기가 아니다. 고르바초프나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개혁자다. 그리고 체제 붕괴가 아니라 체제 변화다.
한·미 공조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부시와 공조하는 것도 아니요, 공화당 정권과 공조하는 것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열린 세계관을 지닌 가치관과 공조하는 것이요, 그런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워진 정부와 공조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얼마 뒤 평양에 간다는 소문이다. 우파진영에선 이를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반대만 할 것이 아니다. 북녘에 가서 앞으로 바른 민족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초를 닦는 평양나들이가 되기를 기대하고 부탁드릴 일이다. 그리고 바른 민족공조를 바탕으로 평화롭게 통일 한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할 일이다.
능히 죽지 않게 할 수 있었음에도 단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켜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죽게 만들었다. 수령제일주의라는 터무니없는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천금같이 소중한 백성들이 속절없는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들이 죽은 것은 그냥 굶어 죽은 것이 아니다. 체제란 이름으로, 수령님이란 명목으로 그들을 죽게 만든 타살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죽지 않아도 될 백성 수백만 명을 죽게 만드는가. 나의 뉴라이트 동지들의 생각은 그런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권력자와 동조하는 것은 동조가 아니라 반역행위란 것이다.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민족법정에 세우고 재판을 해야 할 대상이지 협상이나 공조의 대상이 아니란 점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민족 공조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로되 그 대상이 분명해야 한다. 당연히 북녘의 인민들과 공조해야 하고, 인민들을 아끼고 지지를 받는 정당성 있는 정부와 공조해야 한다. 북녘에 그런 지도자가 없다면 국민 스스로의 손으로 그런 지도자를 뽑아 세울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지금 북한에 먼저 필요한 것은 핵무기가 아니다. 고르바초프나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개혁자다. 그리고 체제 붕괴가 아니라 체제 변화다.
한·미 공조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부시와 공조하는 것도 아니요, 공화당 정권과 공조하는 것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열린 세계관을 지닌 가치관과 공조하는 것이요, 그런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워진 정부와 공조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얼마 뒤 평양에 간다는 소문이다. 우파진영에선 이를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반대만 할 것이 아니다. 북녘에 가서 앞으로 바른 민족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초를 닦는 평양나들이가 되기를 기대하고 부탁드릴 일이다. 그리고 바른 민족공조를 바탕으로 평화롭게 통일 한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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