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15, 2024

알라딘: [박연미 ]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In Order To Live: A North Korean's Journey to Freedom

알라딘: [전자책]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eBook]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박연미 (지은이),정지현 (옮긴이)21세기북스2015-11-23 
원제 : In Order To Live: A North Korean's Journey to 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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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파일 형식 : ePub(31.21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 352쪽, 약 20.7만자, 약 5.2만 단어


책소개
201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One Young World Summit)'에서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참담한 인권유린을 고발한 직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일약 '북한 인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탈북 여대생이 있다. 언니를 찾기 위해 TV 채널A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박예주'라는 가명으로 출연했던 '박연미'다.

연설 이후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등에 '북한 장마당 세대의 의식 변화와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논평을 기고하였고, 다양한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며 영국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책에는 그녀가 직접 보고 경험한 북한의 참상에서부터 인권유린에 노출된 탈북자의 처참한 삶, 인권운동가가 되기까지 23년 동안의 고된 여정이 기록되어 있다. 자유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의 순수한 용기와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담겨 있다.


목차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 연설문
시작하며

Part 1 북한,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
01.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02. 위험한 역사
03. 제비와 까치
04. 피눈물
05. 경애하는 지도자
06. 꿈의 도시
07. 가장 어두운 밤들
08. 조선을 위한 노래
09. 장마당 세대
10. 중국의 불빛
11. 사라진 언니

Part 2 중국, 죽음도 삶도 없는 곳
12. 어둠의 반대편
13. 악마와의 거래
14. 생일 선물
15. 아버지의 죽음
16. 납치되다
17.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18. 별을 따라서

Part 3 남한, 살기 위해 선택한 곳
19. 자유의 새들
20. 꿈과 악몽
21. 헝그리 마인드
22. 이제 만나러 갑니다
23. 어메이징 그레이스
24. 집에 오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앨범
접기


책속에서


P. 28~29 내가 자란 북한은 부모님의 어린 시절인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북한과 달랐다. 부모님이 어릴 때는 옷이나 의료, 식량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나라에서 전부 해결해주었다. 그러나 냉전 이후 북한은 그동안 지원해준 공산주의 국가들에 버림받았고 나라 경제가 무너졌다. 북한은 갑자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어린 나는 우리 집이 1990년대 북한의 막대한 변화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동안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알지 못했다. 언니와 내가 잠든 뒤 부모님은 자리에 누운 채로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이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시름에 잠겼다.
_ 「01.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에서 접기
P. 170 엄마는 북한 업자들에게 중국 돈 500위안, 즉 약 65달러(2007년 환율 기준)에 팔려왔고 지팡에게는 650 달러에 팔릴 예정이었다. 내가 북한에서 팔려온 가격은 약 260달러였고 지팡에게는 1만 5,000위안, 즉 2,000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팔렸다. 이처럼 다음 알선책으로 넘어갈수록 몸값이 올랐다.
나는 사고파는 상품으로 전락해 바로 눈앞에서 몇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가격 협상을 들으면서 느꼈던 모멸감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분노를 넘어서는 감정이었다. 그저 공포와 희망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는 것만 알 뿐이다.
_「12. 어둠의 반대편」에서 접기
P. 239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추워졌고 나는 한 명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막에서 죽을 것이다. 누군가가 내 뼈를 발견하거나 무덤을 표시해줄까?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냥 잊힐까? 세상에서 내가 완전히 혼자라는 깨달음은 살면서 느낀 가장 무섭고 슬픈 일이었다. 그날 밤부터 나는 김정일을 싫어하게 되었다.
_「18. 별을 따라서」에서 접기
P. 263~264 다른 탈북자들도 같은 문제를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나원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업 시간에 자기소개를 하는 일이었다. 차례가 다가오자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나는 ‘취미’가 뭔지 몰랐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는데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나의 유일한 목표는 당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누가, 왜 신경 쓴단 말인가? 북한에서는 ‘나’가 없고 ‘우리’만 있다. 자기소개 연습은 나를 영 불편하고 속상하게만 했다.
_「20. 꿈과 악몽」에서 접기
P. 314 모든 탈북자에게는 남한에 도착하고 5년 동안 담당 형사가 배정되어 안전하게 정착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나의 안전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내가 북한 정부에 의해 긴밀하게 주시되고 있다는 말이 떨어졌다면서.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는 말하지 않았고 위험할 수 있으니 말조심하고 다니라고만 했다.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성공이었다. 북한 당국이 나를 위협이 될 정도로 중요한 인물로 생각하리라곤, 나를 위협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나를 통제하려 하고 있었다. 계속 그렇게 놔둔다면 나는 절대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
_「24. 집에 오다」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박연미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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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 1993년 북한 혜산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탈북에 성공, 2015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 각국을 돌며 북한 인권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스물두 살이 되던 2014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One Young World Summit)’에 참석해 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인권유린 사태를 전세계에 고발했다. 이 연설은 언론과 인터넷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미디어 인터뷰와 연설 요청이 이어졌다.

2014년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되고 국제 사회에 널리 이름이 알려지자 북한 당국이 공식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지금도 세계 각국을 돌며 강연, 방송, 칼럼 등을 통해 더욱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책에 담겨 국내는 물론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서 동시 출간됐으며, 〈그들이 보고 있는 동안(While They Watched)〉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접기

최근작 :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 총 8종 (모두보기)
SNS : http://twitter.com/yeonmiparknk

정지현 (옮긴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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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 남동생의 부탁으로 두툼한 신디사이저 사용설명서를 번역해준 것을 계기로 번역의 매력과 재미에 빠졌다. 대학 졸업 후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 전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타이탄의 도구들』, 『아주 작은 대화의 기술』, 『나는 포기를 모른다』 등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세계에 북한 인권의 참상을 알린 탈북 여대생의 용감한 고백
“살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14년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 선정
★한국 · 미국 · 영국 · 독일 · 프랑스 · 이탈리아 동시 출간

201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One Young World Summit)’에서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참담한 인권유린을 고발한 직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일약 ‘북한 인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탈북 여대생이 있다. 언니를 찾기 위해 TV 채널A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박예주’라는 가명으로 출연했던 ‘박연미’다. 연설 이후 《워싱턴 포스트》《가디언》등에 ‘북한 장마당 세대의 의식 변화와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논평을 기고하였고, 다양한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며 영국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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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없는 인민은 무의미.
살기위해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그 중국에서 탈북자(여성)로서의 삶은
사람이 아닌 노예, 동물, 물건이었다.

그녀를 비롯한 모든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밝은 미래가 가득하길 기원하고
또 항상 응원한다.
칼라제 2016-01-29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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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에 탈북한 탈북 소녀의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과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힘든 여정이 닮겨있고 북한사람들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mswon12 2015-12-1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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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살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한민족이라 하지만 북한은 이제 별개의 나라일 뿐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북한의 도발은 그런 생각을 더욱 굳게 해주었고 그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전 케이블에서 우연히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잠깐 시청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탈북, 북송, 그리고 몇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정착한 탈북자가 2만 7천명의 시대가 되었으며, 지금도 그들은 자유를 찾아 두만강을 건너고 있지만, 6.25전쟁 이후 단절되어있던 민족의 벽과 아직도 그들을 울리는 남한사회의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자 남과 북의 화합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소통 버라이어티였다. 약간의 호기심으로 방송을 시청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던 터라 무심히 채널을 돌렸다. 나는 전혀 관심두지 않았다. 그들이 악몽 같았던 그곳을 목숨을 걸고 벗어났으며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인권 유린에 노출된 탈북자들의 실상을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세계에 북한 인권의 참상을 알린 탈북 여대상의 고백을 담은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을 읽기 전까지는.



참 많이 무심했나보다. 몇 해전 시사 프로그램에서 꽃제비에 관해 방송할 때만해도 그들의 안타까운 실상에 마음이 아팠었던 때가 있었지만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 선정된 바 있는 저자 박연미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북한의 협박에도 목숨을 걸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었다. 이 책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동시 출간되었고, <그들이 보고 있는 동안>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는 점에 부끄러웠으며 내가 당연히 여기며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깨달았고 감사해졌다. 그런 마음 탓인지 책을 읽다가 끝내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2007년 3월 31일, 심각한 장염이었으나 오진으로 맹장 수술로 걷기조차 힘들 만큼 쇠약해진 상태로 엄마와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중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의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강둑을 내려간 그녀의 나이는 열세 살이었고, 몸무게는 27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어린 소녀였다. 그녀가 북한에서 도망친 것은 자유를 꿈꾸기보다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배고픔과 질병, 강제 노동소의 비인간적인 환경이 결국 가족을 죽게 만들리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중국으로 떠난 뒤 소식이 끊긴 언니 은미를 찾으려는 이유도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북한의 실상-배고픔, 강제노동 등-에 대해 참 많이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연줄과 당국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중요하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대가가 보장되지 않으며 힘겨운 노동과 생존을 위한 투쟁만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바로 북한이었다. 형이 감옥에 가면서 집안의 성분이 나빠지자 아버지는 단지 살기 위해 밀수 사업을 해야했고 범법자가 되어야했다. 그녀가 태어난 1993년 무렵부터 북한 경제가 무너지면서 주민들에게 부패와 뇌물, 도적질은 삶의 방식이 되어갔고 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는 이미 기근이 북쪽 지방을 장악했다. 부모님은 굶어 죽는 일만큼은 피하려고 자매만 남겨두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북한 사람들은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광고나 남한 드라마, 1년은 더 지난 레슬링 경기를 보곤 했는데 그것은 지나치게 억압받으며 살기 때문에 일상이 단조롭고 암울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도피가 절실하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인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기운이 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잠자리 잡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우리는 잠자리를 잡으면 먹었다. 동네 남자아이들이 플라스틱 라이터로 잠자리 대가리를 구웠다. 그러면 구운 고기처럼 근사한 냄새가 풍기고 맛까지 있었다. 늦여름에는 매미를 구워 먹었는데, 역시 고급 음식 취급을 받았다. 언니와 나는 하루 종일 들판에 나가 있으면서 조용하고 어두운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대한 배를 채우려 했다. (본문 102p)



범법자인 아빠가 잡혀 수감되면서 엄마는 자매를 외삼촌의 집에 맡겨두고 생계를 책임졌고, 이후 병을 핑계로 수용소에서 나온 아빠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언니가 중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연미와 엄마는 언니를 찾아 아빠에게 말할 시간조차 없이 중국으로 가게 된다.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넜지만 중국은 죽음도 삶도 없는 곳이었다. 인신매매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연미와 엄마는 팔려가게 되었고 성폭행과 노예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야 했으며 언니의 행방은 알 수 조차 없었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모두 끝없는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북한을 탈출한 남자들은 중국 농부들 밑에서 노예와 다를 바 없이 생활한다. 그러나 농부가 공안에 신고만 하면 체포되어 북한으로 돌려보내지므로 감히 불평도 할 수 없다. (본문 163p)

그 사람들에게 엄마는 사람이 아니라 집에서 기르는 가축과 다를 바 없었다. (본문 171p)



연미는 나만 생각하고 죽느냐, 가족을 살리느냐에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인신매매 브로커 중의 하나인 홍웨이의 사업을 돕게 되고, 홍웨이의 도움을 받아 팔려간 엄마를 되찾고, 북한에 홀로 남은 아버지를 탈출시킨다. 연미는 그렇게 아기 냄새는 없어지고 진한 화장을 한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암으로 아버지를 잃고, 홍웨이에게 벗어나려다 후왕이라는 남자에게 납치되는 등 온갖 시련을 겪게 되지만 홍웨이의 배려로 자유를 얻게 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인 모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성인 채팅방 뿐이었다. 쌀밥을 배불리 먹고 매일 밤 겁탈당할까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었지만 채팅방은 또 다른 감옥이었다. 그러던 중 남한에 대해 잘 아는 해순을 통해 중국을 탈출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칭다오에 있는 기독교 선교단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몽골을 거쳐 2009년 한국으로 오게 된다. 탈북자에 대한 편견으로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공부에 전념하여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엄마가 한국에서 사귄 남자친구의 폭력을 목격한 뒤 진로를 결정하여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합격하였으며 잘하지 못하리라는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내게 된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며 살았지만 언니를 찾기 위한 방송 출연을 계기로 그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북한은 그런 그녀에게 공식적인 위협을 가했고, 친인척을 동원하여 '인권 모략극의 꼭두가시'로 그녀를 몰아세웠으며 국내 일부 언론 역시 그녀의 증언에 대해 거짓, 과장된 이야기라며 논란을 부추겼지만 드러내고싶지 않은 자신의 과거를 말할 수 없어 그녀는 침묵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희망을 되찾았고, 자신의 과거를 당당히 밝히며 북한의 독재와 세뇌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되찾기까지 과정을 가감 없이 담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을 위해 여자로서 이야기 힘든 부분까지 담아내고 있었다. 그녀의 용기, 용감한 행보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로 인해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의 북한의 실정에 대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선택은 없고 복종만 있는 북한의 실상은 학창시절에 반공을 심어주기 위해 학교에서 가르쳤던 내용보다 더 참혹했다. 눈을 감고 있었던 그들의 삶에 조금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은 내게 한동안 잊혀지지 않는, 오래 기억될 책이 될 듯 하다.



(이미지출처: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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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세상 2015-12-02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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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이 참상을 낱낱이 밝힙니다《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차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참상에 관한 다큐, 드라마, 영화, 강연, 책등을 접했지만 잔혹한 인권유린을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게 되다니.. 어떻게 위로와 격려를 아니, 어떤 감정을 품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참으로 숙연해지더군요.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는 어느 탈북자의 극적인 탈출 과정과 (생각해 왔던 것보다 더) 열악한 북한 인권을 알리고자 한 여대생의 자전적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 하지만 철저히 은폐되고, 왜곡된 북한이라는 또 다른 나라를 들춰봅니다. 손에 잡힐 듯 보이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나라 북한. 자유와 인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죽을 수도 있는 나라. 모든 것이 출신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나라. 죽을힘을 다해 탈북한 박연미씨는 현재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면서 북한에 남겨진 주민들을 위해 그 어두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스물두 살이 되던 2014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One Young World Summit)'에 참석해 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인권유린 사태를 전 세계에 고발하게 되는데요. 그 이후 SNS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2014년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 국제 사회에 널리 이름을 알립니다. 곧 <그들이 보고 있는 동안(While They Watched)>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나는 시작 인사도 저버리고 나 자신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곧바로 나는 영어를 잊어버렸고 심호흡을 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북한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라고 나는 첫마디를 뗏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북한은 불법으로 국제전화를 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할 수도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했다. 어릴 때 엄마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발은 쥐가 듣는다며 말조심하라는 이야기도 했다.

"북한을 탈출한 첫날, 엄마가 나를 노릴 중국 브로커에게 나 대신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이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얼마나 취약한 위치인가도 이야기했다.

P 316




참 용기 있는 고백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삼엄한 경계와 죽을 고비를 여럿 넘기고 한국에 온 것도 대단한데,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북한의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고 전 세계인들에게 북한의 참상을 알리려는 박연미씨.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그녀의 강단과 절박함, 그리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중국에서의 인신매매 위기, 어머니가 당한 몹쓸 짓, 날카로운 추위로 무장한 고비 사막에서의 여정을 지나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남한이었지만 남한은 기회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굶주림과 자유를 찾아 선택해야 했던 남한. 하지만 사람들의 차별의 눈빛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었죠. 탈북 당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었던 연미씨는 현재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오직 살기 위해서 이들은 한국의 경쟁 사회에 뛰어들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을겁니다. 북한에서 악마라고 교육받았던 미국의 언어 영어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게 된 연미씨는 중국에서 행방이 묘연했던 언니도 찾고 지금의 인권운동가가 되기까지 영화와도 같은 인생을 산 사람이기도 합니다. 1993년생인 연미씨에게 북한은 참 가혹한 인생을 짊어지게 한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북한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연미씨의 고백이 가슴 아파지면서도 한편으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난 것과, 북한을 탈출한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의 북한을 들여다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인권이란 것을 보장받지 못하는 북한에서 굶주림과 추위와 싸우며 취미가 무엇인지도 꿈이 뭔지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을 떠올리니 제가 무척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이 지어집니다. 앞으로 연미씨의 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미씨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겠다는 연미씨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북한까지 돌볼 여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실상을 외면하지 말고 알려고 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저는 북한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내일의 태양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맞이할 수 있는 당연한 호사도 굉장한 사치로 느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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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09 2015-12-06 공감(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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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만들어내는 빛의 틈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다. 6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같은 나라였다. 물론 일본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로 합쳐지기에 너무 멀어진 게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과연 통일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통일이 되는 과정 중에는 우리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더 힘들어질까 겁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북한 땅의 개발이 이뤄지느라 건설 붐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는 하는데, 이게 무슨 습관 같은 바람이다. 그냥 북한의 땅이 원래는 우리 땅이었기에 바라는 것이고, 지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기에 그들이 그나마 나은 대한민국의 일원이 되길 바라기에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은 요원한 일이기에 그저 희미한 바람만 품고 있을 뿐이지만 최근 탈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그게 또 그리 멀지만은 않은 일 같아서 우리가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역시 탈북한 아가씨의 수기이기 때문이지만, 자신의 모습을 커다랗게 박아 넣은 표지에서 강한 의지가 돋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탈북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시선 받는 것을 두려워 한다던데 이 책의 저자는 그 점을 인지하고도, 어쩌면 일부러 자신의 모습을 표지에 넣은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이 책은 먼저 영문판으로 출간되고 그것을 번역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다. 2014년에 저자가 아일랜드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 북한 대표로 참석해 북한의 실상을 알린 바가 있어 해외 출판사 측에서 책을 내자고 제안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저자가 영문으로 책을 내고, 그게 한글로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출간되다니 희한한 과정을 거쳤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책이 조명을 받는 것도 같아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2월에 유엔은 처형, 성폭행, 고의적 굶주림 등을 비롯해 북한의 인권 남용을 기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들은 인권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 기소 위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보고서에 협조한 약 300명 중 대부분은 익명으로 남기를 원했고, 그나마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침묵과 억압의 벽에 갇힌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을 대변할, 영어를 할 줄 아는 탈북자가 필요해졌다.

첫 연설 후 다른 곳에서도 연설을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까지 받았다. 5월에는 케이시 라티그 주니어와 <워싱턴포스트> 사설을 공동 집필하게 되었다. 작년 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인권운동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북한 인권 문제의 얼굴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북한 주민은커녕 아직 그 누구의 대변인이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부터 내 삶은 마치 달리는 기차처럼 흘러갔다. 뛰어내릴 수도 없었다. 빨리 달리면 내 과거가 나를 쫓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p. 313)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은 그동안 TV나 신문 등지에서 접한 적이 있어 무척 끔찍하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지저분한 흙바닥에 떨어진 음식 쪼가리를 주워 먹는 아이의 영상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팔다리는 깡마르고 배만 둥글게 부푼 아이들의 사진도 본 적이 있다.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참혹한 상황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마음 아파하곤 하지만 그때뿐, 나와 관련이 없는 얘기는 곧 잊혔다. 하지만 이렇게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책으로 읽으니 마음에 훨씬 더 가깝게 와 닿았다. 길바닥에서 곡식 낟알을 주워먹는 아이라면 당연히 머릿속에 온통 먹을것 생각뿐이겠지만, 가족과 함께 살았던 저자 같은 일반인들까지 항상 먹을것에 대한 생각만 한다는 게 놀라웠다. 이러니 왜 북한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지 못하는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에 대한 충성으로 세뇌를 당한 데다 늘 굶주림을 면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는 게 아닐까?




북한은 자기네가 사회주의 낙원이라고 칭한다는데, 진정한 사회주의 낙원이면 국민들이 돈 걱정 없이 살게 해줘야 한다. 돈 걱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해야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책 속에 드러나는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워낙 먹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 돈을 받지 말아야 할 사람들마저 뒷돈을 요구하고, 주민들은 부족한 배급으로는 모든 것이 모자라니 겉으로는 사회주의 사회를 찬양하면서도 뒤로는 이런저런 물건을 내다파는 거래를 통해 돈을 벌려 애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드러내놓고 하는 일을 들키지 않게 숨어 하려니 그건 또 얼마나 힘들는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은 현재 사회주의가 갈 수 있는 타락의 끝을 달리는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폐해까지도 내포하고 있어 두 개의 폭탄을 발 밑에서 굴리는 형편이다.







북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평행한 선로를 달리는 기차 같은 두 가지 생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주입된 믿음이고 또 하나는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나는 남한으로 탈출하여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나서야 그런 상태를 가리키는 이중 사고라는 단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것을 알면서도 동시에 알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한마디로 머릿속에 모순적인 생각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로 용케 미치지 않고 살아간다. (중략) 어쩌면 나도 마음속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의 달인이 될 수 있다. 굶주린 엄마들이 버린 아기들의 시체가 골목길에 꽁꽁 얼어 있는 모습을 보지만 머릿속에 제대로 입력할 수가 없었다. 내가 주입받은 세계관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쓰레기더미 속 시체나 강가에 떠 있는 시체를 보는 일은 흔했고 도움을 청하며 울부짖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는 것도 정상이었으니까. (p. 71)







도무지 먹고 살 길이 없으니 북한의 거의 모든 주민들이 자본주의 활동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저자의 부모님도 먹고 살기 위해 금지되어 있는 무역업(?)에 손을 댄다. 이런 무역을 통해 한동안은 북한 주민치고는 그나마 풍족하게 먹고 살았으나 그게 걸리는 바람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다. 그리고 그때 이후 저자의 짧았던 행복한 시절은 끝이 나버린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부모님의 안위를 걱정하며 항상 먹을것을 구해야 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나쁜 성분 때문에 이어질 수 없어 마음앓이 해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 중국과의 거리가 가까운 곳에 살았던 터라 한국을 비롯해 외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들을 접할 수 있었고, 마침내는 중국으로 탈출할 수도 있었다. 아마 국경 지역이 아니라 북한 내륙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었다면 어딘가로 탈출할 수도 없이 그냥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했을 게 분명하다.







2002~2003년의 길고 어둡고 배고픈 겨울이 지나자 내 얼굴에는 통증을 동반한 홍반이 나타났다. 햇빛을 받으면 갈라지고 피가 났다. 거의 하루 종일 어지럽고 배가 아팠다.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가 많았다. 나중에야 니아신과 미네랄 결핍으로 생기는 펠라그라임을 알게 되었다. 고기를 먹지 못하고 주식이 옥수수인 기근 식단으로 발생할 수 있고 몇 년 동안 영양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 남한에 와서 북한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봄의 꽃봉오리와 초록 새싹이 새로운 생명과 부활을 상징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북한에서 봄은 죽음의 계절이다. 비축해둔 식량이 바닥나고 이제 막 곡식을 심은 터라 농장에서는 아무것도 생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의 봄은 굶어 죽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계절이다. 거리에서 굶어 죽은 시체를 본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차면서 "여름까지만 버티지. 안됐네"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p. 101)







중국은 기회의 땅이 아니라 북한에서 갓 넘어온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인신매매하며 사고 팔며 등쳐먹는 곳이었다. 고작 열세 살이었던 저자와 저자의 엄마도 매매의 대상이자 성적 도구로 전락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저자는 하얀 쌀밥과 겨울에 볼 수 없는 채소인 오이로 만든 절임 반찬을 눈앞에 두고 중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기아가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저자의 엄마는 시골에 사는 남자에게 팔리고 저자는 중국 인신매매 브로커의 여자가 된다. 비록 배부르게 먹고 살게 되긴 했으나 행복할 수는 없었다. 저자는 브로커의 마음을 얻어 시골에 팔려 노예처럼 취급받던 엄마를 되사오고, 북한에 남아 있던 아빠까지 데려오게 만든다. 그러나 인신매매처럼 끔찍한 일이 잘 굴러갈 리 없었다. 아빠는 암으로 사망하고 여러 일이 있은 후 모녀는 브로커를 떠나 중국 칭다오의 한국 선교단에 접촉해 한국으로 오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한겨울의 황량한 몽골 사막을 머나먼 곳의 불빛만을 의지해 건너야 했고, 강제 북송에 대한 위협을 견디면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야 했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한국 땅에 발을 디뎠고 이제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저자의 이야기들이 마치 머나먼 곳의 옛날 옛적 일인 것처럼 느껴지다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깜짝 놀랐다.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을 연다고 호들갑이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바로 그 시기에 저자와 가족들은 중국에서 노예 생활이나 다름없이 살고 있었다. 우리가 어제 같은 오늘처럼 살던 그 시기에 중국 땅 어딘가에서 이렇게 고통받던 사람들이 있었다니, 세상 어느 귀퉁이에는 항상 무섭고 서글픈 일들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당장 북한을 어떻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타국에서 고생하는 탈북자들을 안전하게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이 나라에 오기 위해 고생한 사람들을 깔아뭉개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안타깝다. 우리 사회는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배타적이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말투가 다르다고,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트집을 잡고 괴롭힌다. 경쟁만 부추기는 사회며 학교에서 인성을 제대로 가꾸지 못한 탓이다. 점점 더 인간성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두렵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선호하는 백인들에 대한 태도가 개방적인 것도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사는, 한국에 귀화해 한국에서 오래 살아온 백인들조차도 한국인으로 취급받지는 못한다. 그들은 언제나 '한국인 다 됐네'의 언저리를 맴돌 뿐이다. 말로만 글로벌 시대니 글로벌 사회니 하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을 인간으로서 바라보고 대하는 자세가 너무나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저자 박연미는 세계의 무대에서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그럴 만하다. 한국에 들어온 이후 그 어떤 한국사람보다도 치열하게 삶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백지처럼 새로운 세계의 온갖 지식을 받아들이고 성장해나갔다. 북한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겪었던 고된 일들이 그녀가 더욱 멀리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탈출한 것은 그녀가 말하듯 감사할 일이었다. 그녀가 알리는 북한의 실상은 북한 정부의 거짓말에 의해 반박당하고 있으며, 그녀는 북한 정부의 무서운 시선을 받고 있다. 세계의 시선을 받는 쪽도, 북한의 시선을 끄는 쪽도 모두 겁이 날 법 한데 저자는 당당하다. 그녀가 북한에서 태어나 탈출한 것, 북한의 모습을 세계에 알려주는 것이 고맙다. 그러면 언젠가는 그녀가 만들어낸 작은 틈으로 북한이라는 어두운 세계에도 빛이 새어들어갈는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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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쯔 2016-03-0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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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이야기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박연미 / 21세기북스











1. “2007년 3월 31일, 칠흑같이 까맣고 추운 밤 나와 엄마는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의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강둑을 더듬더듬 내려갔다.” 북한과 중국의 경계를 이루는 압록강은 탈북자들이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할 생명의 강이자, 죽음의 강이다. 이 책의 저자 박연미는 열세 살 어린 몸이다. 영양실조에 걸려 체중이 27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상태다. 그나마 최근 심각한 장염으로 몸이 더 쇠약해졌다. 연미는 엄마와 함께 탈북을 강행한다. “우리가 북한을 탈출한 데는 생존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 중국으로 떠난 뒤 소식이 끊긴 언니 은미를 찾으려는 것이었다.”











2. 북한주민들의 실상과 탈북자들의 겪는 고통을 대략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은 미처 몰랐다. 연미는 엄마와 함께 다행히 국경을 넘어서긴 했으나 중국인 브로커가 나이 어린 연미를 겁탈하려하자 모녀사이라는 사실을 숨겼던 엄마는 이모라고 둘러대면서 결국 딸을 지켜주기 위해 스스로 그들에게 몸을 연다. 딸은 자신의 눈앞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엄마를 봐야했다.















3. 이 책의 저자 박연미는 인권운동가로 소개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교에 재학 중이다. 1993년 북한 혜산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탈북에 성공한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 각국을 돌며 북한의 인권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22세 때 2014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인권유린 사태를 전 세계에 고발했다. 이 연설은 언론과 인터넷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미디어 인터뷰와 연설 요청이 이어진다.















4. 책은 북한 -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 중국 -죽음도 삶도 없는 곳 그리고 남한 - 살기 위해 선택한 곳으로 구성된다. 저자 박연미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너무나도 많은 어둠의 이곳저곳을 보고 겪는다. 어떻게 같은 하늘 밑 남과 북이 달라도 이렇게 환경이 다를 수 있나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중국에는 약 30만 명에 다하는 탈북자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탈북 여성과 10대 소녀들 중 70퍼센트는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단돈 200달러에 팔려가고 있습니다.” 박연미가 강연을 다니다보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나요?” 여러 가지 많은 방법이 있지만 그녀는 특히 세 가지를 요청한다. 첫째, 여러분이 자신을 돌보듯이 북한에서의 인권유린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둘째, 자유를 향해 탈출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을 돕고 지원해주셔요. 셋째, 중국 당국이 탈북자 송환을 멈추도록 청원을 넣어주세요.















5. 박연미. 나이는 어리지만 참 지혜롭고 용감한 여성이다. 어린나이에서부터 겪지 않아야 할 여러 고통을 견뎌내며 지금 당당히 두발로 땅을 디디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난 것과, 북한을 탈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고뇌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특히 존 디디온이라는 작가가 한 말을 마음에 담고 그 고통의 흔적과 상처를 드러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북한 동포 그들을 살려주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북자를 외국인으로 대하는 마음을 지워야한다. 그들이 이곳에서 정착하기까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넘어온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차라리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갖지 않도록 보듬어 안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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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15-12-05 공감(1)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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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한 탈북 여대생의 고백



"이것은 내가 살기 위해서 해야만 했던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 아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이력은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력만으로도 한 사람의 고단한 인생에 조마조마해진다. 물론 지금은 북한 인권 운동을 하며 한국에서 대학교도 다니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언니도 찾는 등 상황이 나아져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연미. 인권운동가,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다. 1993년 북한 혜산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탈북에 성공,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 각국을 돌며 북한 인권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스물두 살이 되던 2014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인권유린 사태를 전세계에 고발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책에 담겨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동시 출간됐으며, <그들이 보고 있는 동안>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맨 앞에는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 연설문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나요?"

여기에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세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여러분이 자신을 돌보듯이 북한에서의 인권유린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둘째, 자유를 향해 탈출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을 돕고 지원해주세요.

셋째, 중국 당국이 탈북자 송환을 멈추도록 청원을 넣어주세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춰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모두의 인권을 위한 일입니다. (8쪽)



소설보다 더 소설같고, 지금도 이런 현실이 있을까 막막해진다. 북한에서의 삶과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아슬아슬한 느낌에 손에 땀을 쥐며 읽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도 있구나, 이런 삶도 있을 수 있구나.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북한에서 태어난 것과, 북한을 탈출한 것이다. 둘 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기에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12쪽)



이 책을 손에 쥐고 집중해서 읽게 되는 힘은 진정성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지독했던 현실, 그리고 탈출과 새로운 적응으로 이어지며 일어났던 일들을 놓치지 않고 읽게 된다. 또한 섬세한 감성이 펼쳐지기에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나는 사람들이 재미로 쇼핑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프린터, 스캐너, 샐러드, 햄버거, 피자, 클리닉 등 그밖에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수없이 많다. 이럴 것들은 단순히 새로운 어휘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암호와도 같았다. (261쪽)' 라든가 '예전까지만 해도 자유란 체포될 걱정을 하지 않고 청바지를 입고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유란 항상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너무 지치고 힘겨운 일이었다. 끝없는 굶주림만 아니라면 모든 생각과 선택이 저절로 결정되는 북한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265쪽)'를 보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힘든 북한을 탈출했지만 한국에서 적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그녀 만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는 책을 집필하는 것으로 힘든 시절을 잘 털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프고 힘든 기억은 빨리 잊는 편이 좋겠지만, 치유의 한 과정으로 펜을 집어들고 글을 적어내려갔으리라 짐작된다. 한 단계 더 성숙된 모습으로 인생길을 걸어가리라 생각하며 그녀를 응원한다. 살기 위해, 살고 싶어서 글을 썼을 것이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리라.

우리는 살기 위해 이야기를 한다. _존 디디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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