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 미국에 미련을 버린 북한과 공포의 균형에 대하여
정욱식 (지은이)서해문집2023







































미리보기
책소개
김여정은 왜 갑자기 남한·남조선을 ‘대한민국’이라고 칭하기 시작했을까? 김정은은 왜 미국의 비핵화 협상 요구에 수년째 묵묵부답일까? 북한은 왜 남한의 인도적 지원 제안을 10년 이상 거절하고 있을까? 냉전 시대에도 없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은 정말로 벌어질까? ‘북핵 vs. 미핵’이라는 불가역적 핵시대가 도래한 한반도에서 ‘공포의 균형’은 가능할까? 국내 최고의 한미동맹·북핵문제 연구자 정욱식이 2019년 이후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판이한 행보를 걷고 있는 북한을 들여다보고, 그에 따른 남북·북미 관계의 변화, 나아가 동아시아 질서의 지각변동을 내다본다.
목차
● 프롤로그: 한국의 독자를 위하여
1. 북한, 미국에 미련을 버리다
○북핵에 관한 30년의 동상이몽
○김정은의 두 가지 결심
○‘새로운 북한’을 안내하는 27통의 친서
2. 2019년 여름의 파국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두 가지 약속
○김정은의 최후통첩
○미국의 속내와 북한의 ‘새로운 길’
3. 남북, 역대급 환대에서 근친증오로
○‘문재인 패싱’을 요구한 김정은
○부도수표가 된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우리는 남쪽의 바보들을 약간 놀라게 했다”
○탈냉전적 사고와 냉전적 국방정책
○노무현의 유산과 문재인의 집착
4. 이어달리기와 담대한 구상
○대북정책에서 보수가 유리한 까닭
○‘담대함’도 ‘구상’도 없는 윤석열의 자가당착
○한반도 위기의 뉴노멀
○반복되는 ‘사상 최초’의 대결
○닮아가는 한미와 북한
5. 한반도, 불가역적 핵시대로 접어들다
○북핵의 9가지 특징
○북핵, 한반도의 변수에서 상수로
○북한의 핵 독트린 vs. 한미의 확장억제
○핵 독트린의 진화가 가리키는 것
○워싱턴 선언과 이중 억제
○42년 만의 기항
6.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을 보는 다른 눈
○김정은이 통신선을 복원한 까닭
○새로운 북한과 관성에 빠진 남한
○북한의 경제성장률 -0.9% vs. 5.1%
○제재 해결에서 제재와 더불어
○아사자가 속출한다고?
○여전히 퍼주고 있다는 착각
7. 병진노선은 망국의 길일까?
○아이젠하워와 덩샤오핑의 선례
○병진노선의 세 가지 경제성
8. 북핵 인플레이션과 대북 억제 결핍감
○북핵 인플레이션
○대북 억제는 부족한가?
○과잉 억제의 대가
9. 핵공유는 왜 나라마다 다를까?
○나토와 한미동맹의 차이
○일본이 핵공유를 마다하는 까닭
10. 한반도에서 ‘공포의 균형’은 가능할까?
○냉전보다 위험하다
○중재자가 없다
11.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이 진짜 온다
○1950-1997, 각자도생과 이합집산
○1998-2018, MD가 잉태한 한미일 대 북중러
○남북이 현실화한 한미일 대 북중러
12. 다시 친해질 수 없다면
○관계가 사라진 자리에
○가드레일과 대화의 재구성
13. 그래도 대안을 찾는다면: 사즉생의 해법은?
○비핵화를 살리려면 비핵화를 포기해야
○동결과 융합의 하모니
● 에필로그: 북한의 독자를 위하여•
● 주
접기
책속에서
P. 25 새로운 북한이 온다면,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근본적이며 파급력이 큰 변화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미련을 접은 것이라고 본다. 우리에게 ‘익숙한 북한’이 그 과격한 언사와 별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면, ‘새로운 북한’은 이를 내려놓고 국가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게임의 법칙’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접기
P. 27 대북 관계 개선에 별 매력을 느끼지 않는 미국과 그런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하는 북한.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핵 카드다. 미국은 냉전 초기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1957)를 창설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1970)을 주도하는 등 핵무기에 대한 국제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 그런데 북한이 여기에 반기를 든 것이다. 제국의 뜻을 거스른 북한의 목표는 아이러니하게도 제국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접기
P. 28 북핵이 북한만의 카드는 아니었다. 북한이 핵개발을 지렛대 삼아 대미 관계 정상화를 노렸다면, 미국은 북핵을 명분으로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강화하고자 했다. 미국이 바라는 한반도의 현상이란 정전체제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북미·북일 간의 긴장관계다. 그런데 북핵문제의 해소는 곧 한반도 현상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 북핵은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로 남겨두는 게 유리한 문제’였던 셈이다. 접기
P. 33~34 클린턴의 말처럼 김정은은 달랐다. 그는 (…) 북한을 핵보유국이냐 미국과의 담판이냐는 운명의 갈림길에 세웠다. (…) 미국을 상대로 ‘힘의 균형’을 이룬 만큼 비핵화까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담판에 나선다는 ‘결심’으로 풀이된다. (…)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를 자극했다. 마침내 그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김정은이 제안한 협상에 호기롭게 응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북미 간 역사적 담판의 중재자로 나선 또 하나의 주역은 문재인 정부였다. 이제는 아련한 일장춘몽으로 남은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시작이다. 접기
P. 46~47 김정은은 친서에서 “각하께서 해주신 것이 무엇이며, 나는 우리가 만난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인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라고 따졌다. 그는 “각하께서 우리의 관계를 오직 당신에게만 득이 되는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주기만 하고 아무런 반대급부도 받지 못하는 바보처럼 보이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가리켜 ‘바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아울러 조바심을 보이던 이전과는 달리 “우리는 그때와 다른 상황에 처해 있고, 서두를 이유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접기
P. 34~35 김정은의 변심을 하노이 회담 실패 하나로만 바라보는 것은 게으른 분석이다. (…) 하노이 노딜이 김정은에게 ‘충격’이라면, 판문점 번개팅 이후 일련의 흐름은 김정은을 변심을 넘어 또 다른 ‘결심’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두 번째 결심이란 북한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미련을 접고 핵무력을 정치·안보·경제·외교를 아우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체(國體)’로 삼은 것이다. 접기
P. 56~57 “나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하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9월 21일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낸 친서의 한 대목이다. (…) 평양 남북정상회담 종료 하루 뒤에 작성된 친서다. 당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방북단에 ‘역대급 환대’를 베풀었다. (…) 김정은은 왜 트럼프에게 ‘문재인 배제’를 요구한 것일까? 접기
P. 76~78 윤석열 정부에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길의 시작은 대한민국에서 보수 정권이 중도·진보 정권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대북정책만 놓고 보더라도 보수 정권은 전향적 입장이나 노선을 추진해도 종북이니 친중이니 하는 정치적 시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 2022년 5월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 대북정책은 ‘이어달리기’가 되어야지, 이전 정부를 완전히 무시하고 새롭게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후 (…) 윤석열 정부는 이어달리기는커녕 되돌아서서 전임 정부를 두들겨 패고 있다. ABM(Anything But Moon, ‘문재인이 했던 것 빼고 모두 다’)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접기
P. 78~81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보수 정권 입장에서 대북정책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정치적 위기 또는 수세에서 북한이나남북관계를 이용하고픈 유혹을 이겨내느냐가 대북정책의 관건이라는 뜻이다. (…) ‘자신과의 싸움’에 실패한 보수 정권은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매번 걷어찼다. (…) ‘담대한 구상’으로 명명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북한이 핵을 차례차례 내려놓으면 크게 쏘겠다’는 것이다. (…)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의 평화정책을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것이라며 싸잡아 폄훼해왔다. 그런데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야말로 ‘나의 선의를 믿어달라’며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접기
P. 116~117 북한과 미국의 핵 정책은 싸우면서 닮아가고 있다. 이를 말리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윤석열 정부는 북미 간 ‘공포와 종말의 공방전’에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 물론 목적은 상대의 적대 행위를 억제하려는 것이겠으나, 그 방식 —한반도식 공포의 균형 —은 매우 취약하고 불안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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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정욱식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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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연구자 겸 활동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평화’라는 믿음으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핵과 전쟁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 왔다. 2021년부터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군사안보 전공)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를 연구했다. 20여 년간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 체제에 천착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에 제8회 리영희상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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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이 감정, 삭제 불가입니다>,<조선 소녀 탐정, 비야의 사건일지>,<[큰글자도서] 이병한의 대한민국 탐문>등 총 554종
대표분야 : 역사 8위 (브랜드 지수 480,316점), 청소년 인문/사회 13위 (브랜드 지수 90,164점), 고전 17위 (브랜드 지수 253,943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마침내 도래한 불가역적 핵시대 ―
‘공포의 균형’을 넘어, ‘진짜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리터러시
2023년 7월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김여정 명의로 두 개의 담화를 발표한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대미·대남 비난 담화가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남한에 대한 당연한 듯 낯선 지칭 때문이다. 담화에서 김여정은 남측·남조선이란 표현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네 차례에 걸쳐 사용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전까지 북한이 성명 등 공식입장을 내며 남쪽을 대한민국이라 지칭한 사례는 없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한 이래 남북은 서로를 정식 국호인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남측과 북측 또는 남조선과 북한으로 불러왔다. 양측을 오갈 때 ‘출입국’이란 말 대신 ‘출입경’으로, 여권 대신 방문증명서를 사용해온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남북의 ‘기본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김여정의 행보에 대해,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축으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에 천착해온 평화 연구자·활동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달라진 북한’의 한 시그널로 해석한다. 나아가 이를 일회성 제스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탈바꿈한 북한의 대외 전략구상의 일각으로 규정한다. 무슨 의미일까? 때마침 내놓은 책에 자세한 이야기를 담았다. 주제는 2018-2019년 비핵화 협상의 결렬 이후 본격화한 북한의 변화와 그런 북한이 뒤흔들고 있는 남북·북미 관계, 나아가 동아시아 6개국 판도의 격변이다. 요컨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우리가 알던 북한은 없다. 새로운 북한의 4가지 시그널
① 미국에 미련을 버리다
변화의 핵심은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를 비롯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한 이래 30년간 북한의 일관된 대외정책 기조는 미국과의 수교, 그리고 평화체제 수립이었다. 핵개발은 체제의 동아줄인 동시에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비장의 카드였다. 2018-2019년 세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 간 협상은 그런 흐름의 정점이었고, ‘하노이 노딜’ 즉 비핵화 협상의 결렬은 그 기조의 폐기로 이어졌다. 이후 핵무기는 체제를 위한 거래수단에서 체제 그 자체, 북한의 ‘국체’로 거듭났다. 저자는 이 기간 김정은-트럼프가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를 포함한 각종 문헌을 통해 미국에 대한 김정은의 기대와 환멸, 미련과 변심을 복기한다. 이후 북한의 입장 변화는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주변 역학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② 민족제일주의에서 국가제일주의로
두 번째는 남북관계의 밑그림이 바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가짜평화’에 취해 안보를 등한시했다고 공격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다져놓은 남북의 우의를 후임 정부가 망쳐놓은 것처럼 푸념한다. 저자에 따르면, 둘 다 거짓말이다. 윤석열의 말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안보, 특히 군비증강에 올인하다시피 한 정부였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안보 강박, 다시 말해 첨단무기 도입과 군사력 증강에 집착하면서 정작 북한더러 핵포기를 요구하는 ‘내로남불’ 행보가 북한을 질리게 만들었다. 2018년 북한의 ‘역대급 환대’가 격렬한 ‘근친증오’로 바뀌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2019년 남북의 공동 외교공관격인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사건, 2023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불허하는 성명을 대남부서(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에서 발표한 것, 그리고 김여정의 ‘대한민국’ 발언―은 모두 민족제일주의에 입각한 ‘남북한 시대’의 끝과 ‘국가 대 국가’ 시대의 시작을 가리킨다. 이를 통해 저자는 지난 30년간 대북정책의 양대 패러다임인 포용정책(경제-평화의 교환이라는 진보의 희망고문)과 압박정책(붕괴 후 흡수통일이라는 보수의 희망회로)의 시효가 끝났음을 알린다.
③ 경제난이라는 오해, 퍼준다는 착각, 지원을 바랄 거라는 망상
세 번째는 북한 내부의 변화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간 형용모순이라며 조롱받아온 ‘경제-핵무력 병진노선’(병진노선)에 대한 재평가다. 핵무기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비대칭 전력으로, 핵개발로 아낀 재래식 군비를 경제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아이젠하워의 뉴룩(new-look)정책, 덩샤오핑의 양탄일성(两弹一星) 등의 선례가 효과를 입증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상식처럼 통용되는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 사정에 대해 추정치가 아닌 유엔의 공식 보고서를 검토하며 조심스럽지만 다른 견해를 밝힌다. 무엇보다 북한이 지난 10여 년간,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절해온 사실을 짚으며 ‘가난한 북한’이라는 고정관념이 새로운 북한을 상대하는 걸림돌임을 지적한다.(실제 문재인 정부는 임기 후반 한미연합훈련을 양보하지 않은 채 인도적 지원 카드만을 고집하다 남북관계 회복의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린 바 있다.)
④ 한미일 대 북중러,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
네 번째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판도, 즉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부상이다. 오래된 통념과 달리 한반도와 그 주변 6개국은 냉전 시대부터 진영 대결보다 각국의 이익에 따른 합종연횡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MD)에 일본과 한국을 포섭하며 북중러를 공통의 적으로 설정한 이래, 2019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깨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패권 경쟁국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반도가 동아시아 최대의 화약고로 부상한 것이다.
달라지는 게임의 법칙과 ‘공포의 균형’에 대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패, 그로 인해 달라진 북한은 결국 ‘불가역적 핵시대’를 가져왔다. 이에 일부에서는 냉전 시대 미소 간의 ‘공포의 균형’을 언급하며 한미 간 핵공유나 아예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을 떠들어댄다. 그러나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전문가로서 저자의 견해는 냉정하다. NPT(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으로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어불성설이며, 핵공유론 역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한 까닭을 조목조목 짚는다. 오히려 저자는 민주화 이후 진보-보수를 막론한 모든 정부의 대북·평화 정책 실패의 원인을 과도한 친미주의(한미동맹 의존)와 함께 ‘힘에 의한 평화’ 추구에서 찾는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한미동맹의 군사력만으로도 북핵은 충분히 억제 가능하며, 그 이상의 군비증강은 미국의 비싼 청구서와 북한의 도발만 부르는 정치적·전략적 악수다. 결국 답은 ‘공포의 균형’이 아니라 상호주의에 바탕한 군축에 있다. 사상 최대의 한미연합훈련이 수십 일간 이어지고 거기에 북한이 ‘미사일쇼’로 맞불을 놓는 오늘날 그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반세기 전 미국과 소련이 해냈고, 오늘날 중국과 미국이 부분적으로 이뤄내고 있음을 상기하며 남북의 ‘새로운 평화 프로세스’를 촉구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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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고 1시간 조금 지나 다 읽었다.. 세상 물정을 좀 알게 됐달까.. 북한과 한국과 미국.. 이들간의 애증을 삼각함수처럼 잘 풀어준 책!
after80 2023-07-23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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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북한이 온다 - 북한의 정책 변화에 대하여
그동안 북한은 미국과의 오랜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는 것을 국제전략의 핵심 목표로 잡았다. 곡절과 부침이 있었지만, 2019년까지는 이러한 기대와 목표를 접지 않았다. 북한이 핵개발을 지렛대 삼아 대미 관계 정상화를 노렸다면 미국은 북핵을 명분으로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강화하고자 했다. 미국이 바라는 한반도의 현상이란 정전체제와 한미동맹, 남북·북미·북일 간의 긴장관계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실패와 6월 30일 이루어진 남북미의 소득 없는 정상회동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한 미련을 접고 핵무력을 국가의 중심 정책으로 삼게 되었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김정은과 트럼프 간에 주고받은 27통의 친서가 2022년 9월 25일 한미클럽(전·현직 주미 특파원 모임)을 통해 전문이 공개되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기조를 엿볼 수 있다.
2018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 합의와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결과로 종전선언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안보 관료들은 종전선언 이전 북핵문제에 진전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협정은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서 체결한다는 구상이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라 말했지만 김정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기대했으나 한미 연합훈련 실시 방침이 발표되자 김정은은 8월 5일 트럼프에게 다음과 같은 친서를 보낸다.
"나는 도발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실무회담에 앞서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 이 훈련은 누구를 겨냥한 것이냐. 나는 미군이 이러한 남한의 편집광적이고 매우 과민한 행동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 미국과 골칫거리로 인식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핵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과 남한의 군사적 행동들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 P45~46
2019년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깜짝 정상회동에서 트럼프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약속하고 김정은은 북미 실무회담에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7월 3일자 친서에서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 기술 전문가들의 방문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9월 6일에 보낸 답장에서 김정은은 "핵무기 연구소의 전면 가동 중단과 핵물질 생산시설의 불가역적인 폐쇄"를 제안하며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줄 우리 주변 환경의 변화를, 약간만이라도 느낄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 정도로 한 발 이상 대화에 진전된 행보를 보여줬다. 그러나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 해결'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문재인 정부의 중재는 통하지 않았다. 이후 2019년 10월 열린 실무회담은 미국의 대북 제재의 변화 없음으로 성과 없이 끝났다.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남북관계 악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좌초가 단계적 군축 합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음에도 3축 체계를 비롯한 군사력과 한미연합훈련의 강화 정책을 이어가는 중이다.
우리는 북한=경제난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팩트가 아니다.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할 정도로 예전의 고난의 행군 때문만큼은 아니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2023년 5월 직접 만나본 중국의 관계자들은 '북한이 식량난을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식량 사정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북한을 지원의 대상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돕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중단된 대북 지원을 또다시 중단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이런 괴리가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김정은 정권은 핵과 미사일에만 매달린다'는 인식을 부추기며 새로운 대북정책 수립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내가 볼 때 가장 문제는 국내 언론과 정부의 과도한 북핵 공격 조장 행위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과연 핵무기를 앞세워 우려하는 적화통일에 나설까. 이는 북한에도 자충수일 뿐더러 국내에도 과도한 군사력 강화 태세, 정쟁을 키우기만 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이 결핍감에 시달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과도하게 억제하려고 할수록 정작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억제가 힘들어진다는 역설을 이해해야 한다. 한미, 혹은 한미일이 대북 억제 강화를 이유로 군사력과 준비태세를 강화할수록 북한도 마찬가지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미일의 군사적 결속은 북한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을 겨냥한 군사적 조치로 간주하며 맞대응에 나서서 한중·한러 관계에 큰 부담과 위험을 야기한다. 한국이 이미 충분히 강력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더 강화해달라고 매달릴수록 미국은 한국에 부담금 청구를 들이밀 것이므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이 부분이 나는 꽤나 중요하다 생각한다).
1954년부터 유럽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한 미국은 1966년에 나토 회원국들과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면서 평시에는 접수국 기지에 배치된 핵무기를 미군이 관리·보호하다가 유사시 접수국의 전투기에도 탑재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회원국은 '핵기획 그룹'에 참여해 나토의 핵 정책 발전과 실행에 관여했다.
미국은 한국에 1950년대 후반부터 핵무기를 배치했고, 1970년대 초반에는 그 수가 1000개에 육박했음에도 한국과 핵공유를 하지 않은 것은 1953년 정전협정의 '신무기 반입 금지' 조항을 의식해서다.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인 것이다. 동시에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주한미군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고 했기 때문에 한국과 협의도 없이 몰래 핵무기를 배치했다. 한미가 '나토식 핵공유'를 추진할 수 없을까 생각하지만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때문에 불가능하다. NPT에 따르면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직간접적으로 양도하지 않고 양도받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나토는 핵공유 협정을 1966년 체결하여 1970년 NPT 조약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고 동맹의 핵보유국들이 그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핵무기 통제 이전을 금지한 NPT 조항에도 부합한다 보았다.
2023년 4월 한미 간 체결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이 NPT와 한미원자력협정을 준수한다는 내용을 통해 독자적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더불어 그 어떤 핵공유는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에 반해 일본은 핵공유 논의는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미국과의 반도체 합작에 나섰다.
북한은 2013년 핵독트린에서 '적대적인 다른 핵보유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그를 격퇴하고 보복타격을 가하기 위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었다. 그러나 2022년 핵독트린에서는 '핵무기 사용 결정권을 김정은에게 독점 부여하면서도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 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사용조건을 명시했다. '공격하는 경우 ->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발 더 나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안정성이 결여된 억제 관계는 무력충돌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한반도형 3C'를 제안한다. (한미동맹과 북한이 군비경쟁보다는) 군비통제를 통해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려는 접근, (보복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적대적 신뢰보다는) 서로가 선제공격하지 않고 우발적 충돌 발생 시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우호적 신뢰 구축의 노력, (두려움 주기식의 전달을 지양하고) 상호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으려는 대화와 소통 방식의 마련 이다.
더불어 최대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최소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저자의 말에 가장 공감했다. 지금까지 남북 대화를 포함한 각종 회담의 목표는 '최선의 시나리오'에 맞춰져 왔다. 많은 것을 얻으려다 보니 어느 하나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우선은 대화와 협상의 목표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는 데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최소한 전쟁을 방지하고 긴장 완화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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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09 공감(22)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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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의견을 내놓는 저자의 신작. 이번에도 최근의 상황을 속도감 있게 정리했다. 미국과 한국 정부(문재인, 윤석열 모두), 즉 한미동맹의 심각한 호전성에 대해 가감 없이 비판하는 그의 장점은 여전하다. 2022~2023년의 남북미 군사 공방(모의전쟁을 방불케하는)을 묘사한 부분은 현실과 유리되어 발생하는 ‘전쟁 불감증’을 극복하고 현 시국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를 잘 알려준다.
이번 책에서는 특히 ‘북한의 변화’를 감지해야 할 이유를 짚고 있다. 2018~2019년 대화 국면에서 북한이 당한 ‘배신’이 지금의 ‘정면돌파전’ 방식의 국력 강화 노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과 함께 이러한 노선(경제와 핵을 병진시키는)은 역사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이며, 이 과정 속에서 북한의 경제마저도(이미 핵과 ICBM을 보유한 북한의 국방력은 계속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성장 또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저자의 이전 저작들에서는 잘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른바 한미동맹에 의한 ‘과잉 억제’의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전쟁을 부르는 행보에 불과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에도 불구하고, 또한 달라진 북한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새로운 제언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기에) 저자의 아쉬운 점 역시 여전하긴 하다. 결국 결론적으로는 양비론 비슷하게 정리하면서 다들 잘해야 한다는 식의(예를 들면 현 정부의 무책임하고 전략 없는 친미 일변도 및 자가당착 행보를 그리 비판해놓고 마지막엔 ‘그린 데탕트’에 기대를 해보자는 등) 다소 맥 빠지는 결론이 반복되는 것. 한미는 ‘약자’로서의 북한을 존중하고, 북한도 자기 ‘분수’를 파악해서 그만하라는 마무리는, 저자가 계속해서 해오던 이야기로, “뉴룩”이라고 하긴 어려워 보이며, 지금의 급변하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평가 또는 문제를 해결해낼 방도로 보기에도 다소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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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flow 2023-08-29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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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반도 문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할 때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박근혜 시절 억울한 여론몰이로 강제추방 당했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인 신은미 씨가 한 말이다. 운동권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시기 나는 이 말을 크게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소위 우리가 아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너무 과장되고 각색되며 최소한의 사실조차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서 보자면 한국 일반인들이 아는 북한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한국은 윤석열 당선을 통해 다시 한번 자칭 보수세력(물론 나는 이들을 극우 꼴통들이라 생각한다.)이 다시 집권하게 됐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위태롭던 한반도 평화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더욱 악화 일로다. 거기다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현재 심화 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서방세력과 비서방세력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이런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동맹을 통한 집단서방세력의 편에 전적으로 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현실상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반대하는 주장이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문제는 냉철해야 한다. 한국의 이익에 미국이 해가 된다면 당연히 반대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우리에겐 항상 부족하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화됐지만, 사실 자칭 진보 정권(난 민주당도 우익 정권이라 생각한다.)인 문재인 정권도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권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국방비를 투자하여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했으며, 역으로 문재인 정권이 강조하던 남북관계 개선은 실패했다. 냉철하게 판단해보자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성공시킨 정책은 한미동맹과 국방력 강화고, 가장 실패한 정책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다. 물론 문재인 정부 또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했다. 그런 노력을 개인적으로 나쁘게 보지는 않으며, 그 당시 나 또한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를 수행했고 일방적으로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면 이런 것을 들어줄께”라는 태도로 임했다. 거기다 미국은 2019년 하노이 회담이 있기 5일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소위 북한인권운동을 전개한다는 자유조선이라는 단체가 주도했는데, 남 나라 대사관에 가서 대사관 직원들을 총칼로 위협하고 거기 있는 노트북과 USB를 탈취해간 사건이다. 거기다 자유조선 측에서 이 자료를 미국 FBI에게 넘겼다는 사실에서 미국이 무고하다는 말 자체가 성립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북한이 다소 과격 내지는 강경하게 상대방 측을 비난하는 것과 미사일 발사나 열병식을 통해 군사적인 대응을 하는 것에는 바로 이러한 이유들이 있다. 그러나 항상 우리나라나 미국 주류 언론의 보도는 이런 사실은 생략하고 북한의 도발만 강조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나 미국은 지난 회담에서 이와 같은 이중적인 면모를 보였으며, 우리 사회 또한 “우리가 관계를 개선하면 북한이 일방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겠지.”와 같은 나이브한 태도로 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즉, 이러한 태도와 대응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읽은 정욱식 선생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북한이 온다』는 여러모로 읽어볼 가치가 높은 명저다.
앞서 언급한 우리들의 나이브하고 안일한 태도 그리고 미국의 태도에는 도데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나는 이 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바로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점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 초기부터 올해까지 뉴스에서 보도했던 북한의 식량난 혹은 제2의 고난의 행군과 같은 보도들을 생각해보자. 이런 기사들을 보면, 주장하는 것이 항상 일관됐다. 북한은 굶고 있고, 아사자가 속출하며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기에 망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들이 바로 그렇다. 이런 뉴스의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100번은 망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망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인프라 발전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식량 난의 출처도 문제다.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왔다는 가장 큰 근거는 한국 농촌진흥청과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추정치다. 국내 언론이 자주 인용하는 농촌 진흥청 추정치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2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51만 톤, 482만 톤, 455만 톤, 464만 톤, 440만 톤, 469만 톤, 451만 톤이다. 국제기구인 FAO의 추정치도 이와 비슷하며, 이를 근거로 북한이 매년 100만 톤 안팎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보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2021년 7월 유엔에 제출한 <VNR>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자체적으로 추계한 곡물 생산량은 농촌 진흥청과 FAO보다 많다.
2016년부터 2020년 생산량을 보면, 585만 톤, 550만 톤, 485만 톤, 665만 톤, 552만 톤이다. 또 2022년 2월 15일자 북한의 『조선신보』는 2021년의 곡물 생산량을 550만 톤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통계 작성 역량의 부족을 감안하더라도 유엔에 제출한 <VNR> 보고서는 엄연한 1차 자료다. 즉, 한국 정부와 서구 언론들은 이 자료를 감안하지 않는다. 반면 동국대 DMZ평화센터의 김일환 연구위원은 FAO 추정치의 허점을 지적했다. FAO는 2016년부터 개인텃밭에서의 생산량을, 2018년 이후에는 경사지에서의 생산량을 통계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개인텃밭과 경사지에서의 생산을 독려한다. 또 FAO는 수확 후 손실량을 2016년 75만 톤에서 2021년에는 100만 톤으로 올려 잡았는데, 이에 대해서 김일환 연구위원은 북한이 영농기계화, 운반능력, 도정 및 보관 시설을 꾸준히 개선해온 점을 들며 “손실분이 감소하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북한이 식량이 부족하지 않다거나 식량난이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제2의 고난의 행군이나 대량의 아사자 속출 같은 보도는 분명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거기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먹거리의 다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도 외면받고 있다. 2019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탈북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고기 섭취를 얼마나 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6.6%가 ‘일주일에 한 두 번’. 15.5%가 ‘거의 매일 먹었다’고 답했다. 탈북자들이 북한이 취약계층이라고 평가받는 점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북한 사람들이 아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정책 면에서도 북한은 축산 시설의 신축과 현대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수산물과 그 가공품의 섭취량도 증가했다. 북한 무역수지의 효자 노릇을 하던 수산물이 2017년 유엔 안보리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자, 북한 당국은 수산물을 내수용으로 돌리는 한편, 젓갈 등 가공식품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채소, 과일, 기호식품 생산도 마찬가지며, 먹을거리 다변화는 과거 현저히 높았던 곡물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있다. 따라서 식량난 운운하는 일각의 뉴스는 이러한 사실들을 철저히 외면한 비약이 만들어낸 참사다.
이처럼 북한을 단순히 사람이 굶어 죽는 국가로 판단하는 것은 30년 전 고난의 행군 시절 당시의 인식이 만들어낸 나이브한 오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 김정일 시대의 북한 상황과 김정은 시대의 북한 상황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1990년대 위기 속에서 외부의 지원을 받으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정은 시대는 더욱더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거기다 북한은 핵무장에 성공했다. 재래식 전력에서 남한 군사력에게 밀린다 해도,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쉽게 무시당할 수 없다. 북한의 ICBM은 충분히 미국 본토를 타격할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전쟁 시 미국을 공격하면 북한도 상상을 초월할 보복을 받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핵을 먼저 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고, 핵 우위에서 당연히 남한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것에 대해 우려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 내에서도 자체 핵 개발 얘기가 나오는데, 남한의 기술력이 있지만, 미국이 허용해줄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실현 불가능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제재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미국과 한국이 가하는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또한 현실 외면이다.
북한은 대북제재를 받으면서도 핵을 만들었고, 지금도 사회가 굴러가고 있다. 거기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2022년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관계는 미국에 맞서 보다 강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 7월 러시아의 쇼이구 국방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는 사실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일극체제냐 다극체제냐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과거 1990년대 당시 북한의 상황으로 보는 것 또한 이제는 낡은 생각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개혁개방을 원한다고 판단하는 것도 과거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1990년대 그 어렵던 시기에도 개혁개방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버텨오고 있다. 개혁개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현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 사람들도 물질적으로 남한이 자신들 보다 잘산다는 거 안다. 그리고 남한 드라마 보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가 경쟁하는 사회라는 점 그리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무상주택을 하지 않는 점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은 동유럽 사회의 자본주의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안보며, 체제 전복당한 리비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외면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에 근거하여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거나 과거의 생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닌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남북정책과 한반도 국제 정세 파악 방식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를 생각해본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해 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 물론 북한 사회가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북한을 알기 위해선, 현실을 인정하고 단순히 편견만 가지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은 70년이 넘게 미국과 적대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미국은 1970년 기준으로 이미 수백개의 핵탄두를 한반도 인근에 배치한 적이 있으며, 1960년대에는 일본 오키나와에 무려 1,200개의 미국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북한은 1968년 이후에도 미 해군의 영해 침범 사례를 수백 건이나 보고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 북한은 해마다 7,900건 이상의 도발 행위를 집계했다. 1970년대 후반 기준으로 미국은 한반도에 최소 4만 명 이상의 지상군과 700개 이상의 핵탄두 그리고 항공모함의 지원을 받는 해공군을 배치하고 있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소위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과장되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점도 우리 사회가 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3년 들어 한반도 정세 관련한 책을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여러모로 많은 공부가 됐다. 또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2020년대 코로나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까지 해서, 세계가 바뀌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집단서방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이에 대항하고 있는 세력들의 다극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초기에 대러제재를 가했지만, 러시아의 경제가 안정화되는 반면, 서구가 휘청거리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보는 관점도 1980년대 후반 자칭 동유럽 민주화 흐름이나 1990년대 북한 고난의 행군 시절의 관점으로 한반도 정세와 북한을 파악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것이 정욱식 선생의 책이 주는 훌륭한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많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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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3-10-27 공감(8)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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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 정욱식
프롤로그
1 북한, 미국에 미련을 버리다
# 북핵과 미 안보 전략 간의 긴장
1. 1992년 북한의 비밀 핵무기 개발 의혹과 이에 따른 북한의 NPT 탈퇴 선언
2. 1990년대 중반 미사일방어체제(MD) 설치의 명분으로 '북핵 위협론' 제기
3. 2010년대 미중 전략경쟁의 여파로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 실시
※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미국이 핵실험 등 북한의 움직임에 직접 반응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협력과 대북 제제에 주력한다는 방침
"김정은의 '결심'에 변화가 포착된 것은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톱-다운' 방식의 남북·북미 협상이 허망하게 끝난 뒤부터다. 많은 전문가는 그 가운데서도 2019년 2월에 일어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패, 즉 '하노이 노딜No Deal'이 김정은의 변심에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여기에 같은 해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번개팅'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하노이 노딜이 김정은에게 '충격'이라면, 판문점 번개팅 이후 일련의 흐름은 김정은을 변심을 넘어 또 다른 '결심'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두 번째 결심이란 북한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한 미련을 접고 핵무력을 정치·안보·경제·외교를 아우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체國體'로 삼은 것이다. 이후 김정은의 두 번째 결심은 미국의 정권교체 소식에도 흔들림이 없다." "그는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대미 장기전'의 결의를 다졌다."(34-5)
2 2019년 여름의 파국
"이른바 '판문점 번개팅' 자리에서 트럼프는 그해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약속한다. 김정은은 북미 실무회담에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볼턴은 자신이 북핵 동결안의 제안자로 지목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정책 결정과정에서 소외시키려고 했다. 북한이 판문점 회동 이후 북미 실무회담을 8월로 제안했는데 정작 회담 파트너인 비건이 미국의 대북정책 결정에서 소외된 셈이다." "또 하나의 합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약속이다. 그런데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연기를 발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볼턴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2019년 7월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안보실장과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합의했다. 대통령의 약속을 참모가 뒤집은 셈이다." "정상 간의 합의를 뒤집고 2019년 8월에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는 대신 북미 실무회담이 열렸다면 상황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때마침 9월에 훼방꾼 볼턴이 경질되었기에 더욱 그렇다."(43-7)
3 남북, 역대급 환대에서 근친증오로
"2018년 8월, 종전선언을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지난 6월에 나온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순서로 구성되었다. 무엇보다 평화체제는 평화협정 합의안의 이행 과정에서 구축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최종단계에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구상이었다." "또한 북한은 당시 공동성명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트럼프 행정부가 말한 〈동시적·병행적 이행〉에 당연히 제재 완화가 포함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다음날 정상회담의 후속 협상 테이블에서 폼페이오는 제재 완화는 비핵화가 완료될 때 고려할 사안이라며 〈동시적·병행적 이행의 예외〉라고 못 박았다." "북한 입장에선─한국 대통령이 회담 상대거나 중재자로 나선─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합의가 공수표가 되는 걸 지켜본 셈이다."(58-62)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김정은이 트럼프의 의중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 폐쇄와 대북 제재 완화를 골자로 하는 1단계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절했고 회담은 결렬되었다. 트럼프가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중단을 약속한 한미연합훈련도 2019년 3월부터 '축소된 형태'로 재개되었다. 한국 정부의 첨단 무기 도입도 이때부터 본격화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는 한미연합훈련 예고에 이어 '2020-2024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5년간 29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군비증강 사업으로, 이 또한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단계적 군축'을 뒤엎는 정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은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을 따라잡자'는 메시지(2019년 광복절 경축사)를 던졌고,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남조선과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끝끝내 남북관계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62-5)
"이 책을 쓰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이라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전시작전권 환수와 종전선언은 모두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다가 무산된 정책이다. 문재인은 임기 막바지까지 종전선언과 전작권 환수에 공을 들였다." "문재인 정부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정치적으로는 종전인데, 법적·체계적으로는 정전'이다. 또 한국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인지, '끝내자'고 선언하자는 것인지도 불분명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와 미국의 합의에 따르면, 한국이 전작권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대규모 군비증강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연합훈련을 통해 한국군의 작전권 행사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그대로 계승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연합훈련 및 대규모 군비증강이 양립 불가능한 노선임이 분명해졌을 때도 후자를 선택하고 말았다. 요컨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문재인은 자신의 평화정책을 전작권 환수의 조건에 종속시킨 셈이다."(70-2)
4 이어달리기와 담대한 구상
"한미 양국은 2023년 3월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Freedom Shield, 자유의 방패)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 중후반에 전구戰區급, 즉 전면전을 상정한 대규모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지휘소 연습으로, 실기동 훈련은 대대급 이하에서 주로 실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정상화'를 내걸며 실기동 훈련도 전구급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북한 역시 '압도적 대응'을 공언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3월 16일에는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ICBM 화성 17형을 시험발사했다. 딸 김주애를 데리고 참관한 김정은은 〈우리 공화국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며 조선반도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연습을 번번히 벌리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에 그 무모성을 계속 인식시킬 것〉을 다짐했다." "이처럼 한미동맹과 북한은 갈수록 닮은꼴이다. 한미가 '압도적 대응'을 공언하면 북한도 똑같이 응수하고 '김정은 정권의 종말'이라는 위협엔 '남조선 괴뢰정권 종말'로 되받아친다. 말뿐이 아니다. 행동도 닮고 있다."(91-3)
5 한반도, 불가역적 핵시대로 접어들다
"한국전쟁 때부터 미국이 북한에 가한 '지속적이고 계획적이며 반복적인' 핵위협은 상수다. 변수는 북한의 핵무장 여부였다. 그런데 길게는 30년, 짧게는 2년간의 비핵화 협상 끝에 북한이 내린 결론은 '부질없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을 '국체'로 삼기로 했다. 김정은 정권은 핵이 재래식 군비 절감과 군민융합, 그리고 군수-민수 전환을 촉진해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적대국인 한미일을 상대로는 '억제력'이 되고 우방국인 중러를 상대로는 '자주의 무기'가 될 수 있다며, 핵무장을 통해 전략국가─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모두 갖춤으로써 미국 본토를 실제 타격할 수 있는 국가─가 되리라 자신한다.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를 채택한 것은 그 결정판이다. 김정은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이 되었다〉라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무장도 사실상 상수가 된 것이다."(102-3)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본격화한 이후, 한미 대응의 초점은 '맞춤형 억제'였다. 주목할 점은 북한 역시 핵무력의 다종화 및 핵 정책 법령화를 통해 '맞춤형 억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전술핵 강화를 통해 유사시 핵무기 사용 의지를 과시하고 다양한 작전에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전술핵 보유 논리는 미국의 입장과 판박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전술핵 개발을 공식화한 이후 핵무력의 '효과성과 다각화'를 강조했다. 작전 목적과 타격 대상에 따라 다양한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비슷한 표현을 쓰면서 전술핵 개발·보유를 정당화해왔다. 전술핵이야말로 핵능력과 전략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증대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자신들의 핵무기 사용 옵션이 허풍이 아님을 전술핵을 통해 증명하려고 한다. 전략핵무기(전략핵)에 견줘 폭발력을 크게 낮춘 전술핵은 언제든 실전에 동원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104-7)
6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을 보는 다른 눈
"북한은 2021년 7월 유엔에 5개년 계획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2015~2019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1%〉라고 보고했다. 5개년 계획 당시 북한은 미국이 제재로 경제발전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음을 호소하며 제재 해결을 강력히 요구하는 입장이었다. 제재의 고통을 강조하려는 북한으로선 유엔에 거짓으로 높은 성장률을 써낼 이유가 없다." "경제제재는 비핵화를 비롯한 대북정책의 강력한 도구였다. 경제난에 빠진 북한으로선 제재 해소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런 북한이 제재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물론 제재 해결이 여전히 '불감청고소원'이겠지만, 핵 포기를 압박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없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남북 경제협력 재개를 위해서는 제재 해결이 필수다. 그럼에도 북한이 '제제 해결'에서 '제제와 더불어'를 선택했다는 것은 남북경협에 대한 미련도 버렸다는 의미다.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128, 133-4)
7 병진노선은 망국의 길일까?
"병진노선의 핵심은 '안보의 경제성'이다. 그리고 이는 재래식 군비를 축소하면서 핵전력의 증강으로 이를 상쇄하려고 한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뉴룩New Look', 이를 그대로 모방한 소련의 흐루쇼프,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수소탄과 인공위성)을 완성함으로써 경제발전을 꾀한 중국의 덩샤오핑 등의 맥을 잇는 유서 깊은 논리다. 가까이는 경제발전과 자주국방을 동시에 추구한 박정희 정권이 핵개발을 시도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런데도 유독 북한의 병진노선에 대해서만큼은 비관적 견해가 절대다수다. '북한의 핵무장과 경제발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게 상식으로 통용된다. 여기에 경제난의 원인이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진단과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핵개발에만 매달린다'는 비난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북한의 병진노선의 핵심 기조 역시 핵무력 건설을 통해 '자위적 억제력'을 추구하고 재래식 군비 부담을 줄여 경제건설과 인민 생활 향상에 쓰겠다는 것이다."(147-9)
8 북핵 인플레이션과 대북 억제 결핍감
"북핵 인플레이션, 즉 북핵 위협을 과장하는 언동의 최고봉은 북한이 핵무기를 앞세워 남벌南伐, 즉 적화통일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런 주장의 논리 구조는 대략 이렇다. 1단계로 북한이 파괴력이 낮은 전술핵무기를 동원해 남한에 기습적인 핵공격을 가하거나 위협한다. 2단계로 북한이 전략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의 대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한다. 3단계로 북한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주요 기지에 핵미사일 공격을 가해 한미연합 전력을 무력화하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남한의 주요 시설을 장악한다. 끝으로 북한이 지상군을 투입해 한반도 무력통일을 완성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앞세워 남벌을 시도하는 순간 지구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할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될 것이다.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만든 북한이 한반도를 공산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핵전쟁을 선택할 리 없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이다."(161-5)
"대북 억제는 '결핍'이 아니라 차라리 '과잉'이다. 한미는 1970년대 후반부터 '팀 스피릿' 연합훈련을 통해 강력한 대북 억제를 추구했다. 얄궂은 사실은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이유 중 하나가 이 훈련에서 느낀 공포감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결핍감에 시달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과도하게 억제하려고 할수록 정작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억제가 힘들어진다는 역설을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미, 혹은 한미일이 대북 억제 강화를 이유로 군사력과 준비태세를 강화할수록 북한도 마찬가지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한국이 이미 충분히 강력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더 강화해달라고 매달릴수록 미국은 한국에 부당청구서를 당당히 내밀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준 돈이 남아도는데도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는 요구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이기적 행태는 절제를 모른다."(170-2)
9 핵공유는 왜 나라마다 다를까?
"1953년에 체결된 정전협정에는 '신무기 반입 금지'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대규모의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싶었다. 그 대안이 핵무기 전진 배치다. 그럼 미국은 정전협정과 한국 내 핵무기 배치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었을까? 한국과 협의 없이 몰래 갖다놓는 방식이다. 당연히 한미 핵공유 협정도 없었다. 미국은 핵무기 배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를 고수했다.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 배치 사실을 인정한 것은 1975년이다. 박정희 정권의 핵개발을 눈치챈 미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2023년 4월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는 한국이 NPT와 한미원자력협정을 준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는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름없다. 여기에는 어떤 식이든 핵공유는 불가하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178-80)
10 한반도에서 '공포의 균형'은 가능할까?
"한반도는 여러 차례 전쟁 위기를 맞았지만, '끝이 보이는' 위기가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이런 양상은 크게 바뀌었다. '갈등의 중재자'가 사라졌고, 무엇보다 북한이 대화와 관계 회복에 흥미를 잃은 상황에서 한미를 상대로 대화에 나서라는 조언 자체가 먹히질 않는다." "한반도 위기가 남북관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과거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는 주로 북미관계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북폭론과 북한의 전쟁 불사론이 맞선 1994년 상반기, 아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김정일 정권의 핵개발 재개가 충돌한 2003년, 2017년 초 김정은-트럼프의 드잡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갈등의 진앙은 남북관계로 바뀌었다. 그해 6월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개성공단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남북관계의 파국을 상징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는 시계 제로에서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192-5)
11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이 진짜 온다
"'한미일 남방3각 동맹 대 북중러 북방3각 동맹'이라는 이분법적 오해는 오랫동안 '흥미로운 허상'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한반도에서 이 같은 대결 구도가 실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3년 들어 미국이 추진한 MD는 북한을 명시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잠재적 적으로 삼았다. 요컨대 애초부터 한미일 대 북중러의 갈등 구조를 잉태한 전략인 셈이다. 미국이 한일은 포섭 대상으로, 북중러는 위협으로 삼으면서 양진영 간 갈등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이때 동북아시아 질서의 강력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 북한이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맞서 2003년부터 핵무기 개발을 본격화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한미일은 물론이고 중러도 바라는 바는 아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협상 테이블이 6자회담(2003~2008)이다. 미국 주도의 MD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을 잉태했다면, 북핵은 사상 처음으로 동북아 주요국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회담을 낳았다."(199, 203)
"6자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를 추구했다. 하지만 2008년 청와대의 새로운 주인이 된 이명박 정부는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그해 8월 김정일이 뇌질환으로 쓰러지자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 실현이 눈앞에 잡히는 듯했다. 이명박 정부는 기다리기로 했다. 이러한 이명박의 '통일몽'은 2008년 12월 6자회담 결렬로 이어졌다. 곧 망할 북한과의 협상을 부질없는 짓으로 간주한 것이다. 2009년 1월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이 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어땠을까? 당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2008년부터는 금융위기가 미국과 서방세계의 경제질서를 강타했다. 반면 중국은 빠르게 부상하고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은 6자회담 재개가 아닌 한미일 군사협력이었다. 6자회담은 의장국인 중국의 위상에 이로운 일이고,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일의 결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이다."(203-4)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대북 규탄과 제재에 동참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엔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급증하는데도 추가 제재 불가를 외치고 있다. 왜 그럴까? 전통적으로 북핵문제는 미중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력적 의제였다. 이견이 있을지언정 비확산이라는 국제규범의 규정력은 확실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신냉전의 기운이 확연해지면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비확산보다 세력균형이 훨씬 중요해진 것이다. 이는 중러가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인할 수는 없어도 세력균형의 관점에서 북핵을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러로서는 미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국이 동맹을 규합하자 북핵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이 중동의 세력균형을 위해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의 핵무장을 묵인한 것처럼 말이다."(208-9)
12 다시 친해질 수 없다면
"싸우지 않는 남북관계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미중관계에 힌트가 있다. 두 나라는 치열한 전략경쟁을 벌이며 험한 소리도 주고받지만, 경쟁과 갈등이 무력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가드레일(안전장치)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을 이루고 있다. 두 나라는 한반도-동중국해-대만해협-남중국해 등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면서도 무력충돌이 가져올 재앙을 의식하면서 대화에 임하고 있다." "사실 남북한에도 거대한 가드레일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 양쪽 155마일에 걸쳐 2km씩 설정된 비무장지대DMZ가 그것이다. DMZ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북접경지역을 완충지대로 만들어 무력충돌을 예방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무장지대로 바뀌었고 수차례 충돌도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비무장지대의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이를 인근 지역으로까지 확대하자는 복안을 담은 것이 바로 9·19 남북군사합의다."(220-1)
13 그래도 대안을 찾는다면: 사즉생의 해법은?
"놀랍게도 '한반도 비핵화'는 합의된 정의가 없다. 우선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미국이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달랐다.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 포기뿐만 아니라 미국 핵위협의 근본적인 해결까지 요구했고, 미국은 자신이 핵에는 손을 대지 않고 북핵만 폐기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경우에는 정권에 따라 달랐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하면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 반면,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대체할 용어인 '한반도 비핵지대'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남북한은 핵무기를 개발·생산·보유·실험·접수를 하지 않고,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 또 핵보유국들은 남북한에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가하지 않고 핵무기 및 그 투발수단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형태로 보장한다.〉"(230-1)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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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35 2024-05-27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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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클레스의 칼날 아래 놓인 한반도
출처 : 부산노동권익센터 <부산 노동자와 동행하다>
vol 24 2024.12
다모클레스의 칼날 아래 놓인 한반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 정욱식 / 서해문집 / 2023년7월17일
양솔규 노동사회교육원 운영위원
난데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다행히도 군인들이 국회를 완벽하게 봉쇄하기 전에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국회에 몰려갔고, 결국 계엄령을 해제했지만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미스테리하고 반헌법적인 계엄령 선포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은 12월14일 국회에서 탄핵되었다. 명태균이 본인이 구속되면 대통령이 한 달 안에 탄핵되거나 하야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그의 말대로 얼추 한 달 되는 날에 탄핵되고 만 것이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3중 중독(극우 유튜브중독, 알코올중독, 권력중독)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위험한 사고를 가진 대통령으로부터 국군 통수권을 포함한 국정 운영 권한에 대한 접근을 하루라도 빨리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 와중에 12·3 비상계엄사태의 핵심인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장관관사에 숨어있다가 은근슬쩍 검찰에 출두해 구속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선에서 후퇴한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도, 최병혁 사우디 대사를 국방부장관에 임명하려다 실패했고, 군 출신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다시 국방부장관에 임명하려다 본인의 고사로 실패했다. 제2 계엄령 선포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12월12일 윤석열 대통령은 네 번째 대국민담화를 통해 일선후퇴 약속을 번복하고 끝까지 ‘항전’할 것을 선포했다. 탄핵 직전까지 군 통수권자의 권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방부장관은 공석(空席) 상태이다.
사실 79년의 계엄령 이후 45년만의 계엄령에 국민 대다수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계엄령을 경험해보지 못한 국민이 다수인 상황이었다. 심지어 계엄군도, 경찰도 계엄령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이렇게 생소한 계엄령이라니. 그러니 북한의 남침 같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계엄령이 내려질 이유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이 쳐내려 왔는 줄 알았다”는 얘기를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보면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한다고 적시했고,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제1호에는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했다. 마치 북한의 남침이 엄습한 것으로 과장한다. 여전히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전쟁이 잠시 중단된 정전 상태의 한반도에는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두 개의 세력이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독재와 극우보수 세력은 언제나 분단을 고리로 야당을, 반대파를, 소수자를, 불온세력으로, 반국가세력으로, 종북세력으로 낙인찍었다. 좁게 보면 남북한, 넓게 보면 남북, 미일, 중러까지 분단을 고착화하고 분단을 관리하며 교묘하게 현상유지의 공모를 해왔다. 그것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이든, 아들 부시의 “북핵위협론”이든 현상유지를 위한 전술일 뿐이었다.
탄핵정국에 잠깐 잊혀졌지만, 지난 9월 광주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소동이 있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통일하지 말고 대한민국과 북한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했다.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고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빼자”고 말했다. 즉각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에서는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것에 반하는 반헌법적 주장이며 김정은의 주장에 동조한다면서 종북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평생의 신조였던 ‘통일’을 왜 이처럼 ‘놓아’버린 것일까? 거기엔 북한의 근본적인 전략적 입장변화가 놓여 있다.
소련과 동구권 등 공산권 블록이 건재한 상태에서 냉전의 체제경쟁 시기에는 북한도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또한, 부족한 자원은 사회주의 블록 내 원조와 협력 하에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블록이 몰락한 이후 경제블록도 해체되고 만다. 노태우 정권은 북방외교를 통해 소련, 중국과 연이어 수교를 맺었지만, 북한은 고립되었다. 고립과 해체 속에서 북한(그리고 쿠바)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이래 지금까지 북한이 추구해 온 바는 단 하나 “북미 적대 관계의 평화 관계로의 전환” 이었다. 이를 통해 세계경제에 편입하고, ‘체제 위기’ 상황을 벗어나고자 했다. ‘핵’은 이러한 전환에 있어서 지렛대였다. 벼랑끝 전술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30여 년 간 이어져 온 전략을 북한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내던져 버렸다. 안보는 북미관계 수립을 통해서가 아니라 ‘핵’을 통해서, 경제는 체제보장 후 이어질 개혁개방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력갱생으로, 외교는 북미, 북일관계 개선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해 나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는 이러한 새로운 북한의 전략적 변화에 대한 고찰이자 그동안 보수와 진보가 공유해오던 북한에 대한 인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업그레이드 패치이다.
2023년부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남한·남조선을 ‘대한민국’이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우리민족끼리’라는 명칭도 버렸고 평양의 남쪽관문에 서 있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도 철거해 버렸다. 북한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통위)를 폐지하고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삼천리금수강산’, ‘8000만 겨레’와 같은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 아니라 ‘적’일 뿐이라는 것을 선포한 것이다.
이 책에는 잘못된 편견을 지적하는 사실들로 넘쳐난다. 예를 들어 진보적 진영의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가 잘 다져놓은 남북관계를 윤석열 정부가 망쳤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2018년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최고조일 때부터 이미 문제가 있었고 근본적 변화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일어났다고 지적한다. 문재인은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일 뿐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지위에 영향이 없다고 했지만, 북한에서 보기엔 종전선언과 유엔사 해체는 연동된 문제였다. 문재인은 ‘완전한 비핵화’ 이후 ‘평화협정’이라는 최종단계를 두었지만, 김정은은 평화협정은 비핵화 이전에 체결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가장 많이 경험한 정부이기도 하지만, 1971년 이래 가장 오랫동안 남북 대화가 단절된 정부이기도 하다. 2018년 12월 이후 2022년 5월 임기 만료까지 남북대화는 ‘제로’ 상태였고 2021년에는 1989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으로 남북 간 왕래 인원이 0명이었으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사상 최대의 군비증강을 했다. GDP 대비 2.4%였던 국방비는 2.9%로 뛰었고, 2017년 세계 12위로 평가받던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위로 뛰어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ABM(Anything But Moon)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의 흔적을 지웠지만, 문재인의 군비증강과 한미연합훈련 재개 등은 충실히 이어받았다.
전 통일부장관 인제대 김연철 교수의 『70년의 대화』(창비)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방위원장 간 협상의 마스터플랜이었다면, 정욱식 소장의 이번 책은 말하자면 임종석 전 실장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전환의 배경에는 날로 다가오고 있는 ‘신냉전’이 있고, 본격화 되고 있는 ‘한미일 남방 3각 동맹’ vs ‘북중러 북방 3각 동맹’의 대결 구도가 있다. 저자는 ‘당분간 다시 친해질 수 없다면 싸우지나 말자’고 주장하며, 통일은 미래 세대에 맡겨 두고 적대성의 완화와 해결을 도모하는 데에 ‘두 국가론’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책 출간 이후 저자의 생각은 계간지 『황해문화』 2024년 여름호에 실린 「탈북한의 상상력」에서 볼 수 있다. 트럼프2기, 윤석열 탄핵,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참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도전은 계속된다.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과연 평화를 지킬 수 있는가?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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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선 2024-12-13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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