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25, 2026

그루터기 - 북한종교인 가족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찾아서| 김병로 외 2020

그루터기 | 김병로 외 | 알라딘


그루터기 - 북한종교인 가족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찾아서
김병로,윤현기,이원영,천지혁
(지은이)박영사2020-



책소개
‘그루터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걸고 북한 기독교인의 행적을 찾고자 2003년 시작한 연구가 17년 만에 드디어 단행본 형태로 출간되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하나였다.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그 많던 북한의 종교인과 기독교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의 남은 가족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으며 신앙은 과연 유지하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과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목차


제1부 북녘 그루터기 생존 역사

제1장 그루터기 신앙인 가족 연구의 의의󰋯3
제2장 북녘 그루터기 신앙공동체의 역사와 생존 양태󰋯12

제2부 그루터기 가족의 삶의 궤적

제3장 목사 가족 이야기󰋯47
제4장 장로 가족 이야기󰋯74
제5장 무명의 신앙인 가족 이야기󰋯96

제3부 생존, 그 이후

제6장 그루터기 가족 역사로 본 북한교회사󰋯129
제7장 믿음의 후예 그루터기의 부활을 기대하며󰋯151

참고문헌󰋯170
찾아보기󰋯173



저자 및 역자소개
김병로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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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럿거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및 북한연구실장을 거쳐, 아신대학교 교수 및 북한연구소 소장, 제22대 북한연구학회 회장, 통일부·국방부·국가정보원·KBS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상임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발 평화학』,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 Two Koreas in Development, 『다시 통일을 꿈꾸다』 등이 있고, 공저서로는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주민 통일의식』, 『평화의 여러 가지 얼굴』,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 『문서로 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한국형 발전모델의 대외관계사』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한국과 조선>,<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한반도發 평화학> … 총 46종 (모두보기)

윤현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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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 졸업
아신대학교 선교대학원 신학 석사(Th.M.)
아신대학교 신학연구원 목회학 석사(M.Div.), 선교학 박사(D.Miss)
아신대학교 선교대학원 북한선교학 교수
자유시민대학 학장
現 기독교통일학회 부회장
現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북사목) 부회장
現 평화나눔재단 대표

최근작 : <한반도 통일과 평화적 상상력>,<그루터기> … 총 2종 (모두보기)

이원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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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안양대학교 신학사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북한선교학 석사(Th.M.)
현) 평화나눔재단 학술연구소 연구원
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통일교육강사
전) 한반도 평화연구원 인턴연구원

최근작 : <그루터기>

천지혁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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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학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북한선교학 석사(Th.M.)
현) 평화나눔재단 학술연구소 연구원
통일부 인천시 통일교육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원 학교통일교육 전문강사

최근작 :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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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책을 펴내며

이렇게 얇은 책을 내는 데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그루터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걸고 북한 기독교인의 행적을 찾고자 2003년 시작한 연구가 17년 만에 드디어 단행본 형태로 출간되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하나였다.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그 많던 북한의 종교인과 기독교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의 남은 가족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으며 신앙은 과연 유지하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과 궁금증이 그루터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어떤 무거운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이었다. 신앙의 형제자매들이 무참하게 처형되고 짓밟히는 동안 가장 가까이에 있어야 할 우리가 그들의 처절한 고통과 아픔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반세기가 넘도록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웠기 때문이다.
북한연구를 하는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 같은 것이 늘 마음에 있다. 평양대부흥운동의 유산을 물려받은 조국교회가 그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그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돌아보지 못했다는 빚진 자의 심정으로 항상 미안하고, 여유만 된다면 남은 그루터기를 찾아봐야 하겠다는 책무감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하였다. 그러면서 북한에 남은 이 그루터기가 혹시 한국 기독교를 깨우는 도구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눈부신 성장과 부흥을 구가한 한국교회가 풍요로움과 물질주의에 매몰되어 생명력을 잃고 있는 이때, 혹독한 시련과 고난을 통과한 북녘의 남은 자들이 한국교회를 각성하게 하는 광야의 외침이 되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희망 말이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면 한국 기독교는 북한 그루터기 신앙인 가족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한국교회가 통일과 북한선교를 시대적 사명으로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으나, 이 크고 중차대한 사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이다. 바로 북녘 그루터기 가족을 찾아보는 일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신앙인 가족들이 어떻게 믿음을 지켜왔고 또는 버렸으며, 그러한 가정환경에서 그 자녀들이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를 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선교는 교회를 세우는 일이며,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사람들, 즉 믿음의 사람들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믿음의 가족들이 겪은 고난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나누며 격려하는 일이야말로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이고 통일과 선교의 첩경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나님은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북녘의 신앙인들을 고난 속에 두시는지 그 뜻을 헤아리기 참으로 어렵다. 과거 훌륭했던 신앙의 가족들이 3대를 거치며 완전히 짓밟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아픔은 어떠할까. 그루터기 가족이 온 몸으로 겪어온 그 아픔과 눈물은 감히 짐작조차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도 신앙을 계승한 가족들이 있어서 또 놀란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 고난 속에서 믿음을 지켜낸 신앙인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혹독한 시련을 통과하면서도 세대를 넘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믿음의 후예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한없는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을 출간하는 데 참으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북녘 그루터기 가족을 찾는 데 도움을 준 선교통일협의회 상임대표 조요셉 목사님과 포타(FOTA)미션 대표 김영식 목사님, 오픈도어의 김성태 교수님, 모퉁이돌 선교회, 순교자의 소리(VOM), 영락교회 북한선교센터의 동역자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또 과거 두 차례나 북한종교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스콧 플립스(Scott Flipse), 공동연구를 진행한 한동대 원재천 교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신앙과 학문의 동역자로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의 조기연 교수님, 정종기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 연구취지를 듣고 선뜻 연구비를 지원해 주신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이상숙 고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평생 우리 민족의 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해 헌신해 오신 이 권사님의 물심양면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아 드린다.
이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오며 가장 많은 고생을 한 아세아연합신학대학의 윤현기 교수님과 면담에 참여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원영 목사, 천지혁 목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항상 가까이에서 사역과 기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는 평화나눔재단 동역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취지에 공감하여 면담에 응해 준 10명의 그루터기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들의 면담진술이 바로 이 책 자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감사는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아무쪼록 이 책이 북한 신앙인 가족의 살아있는 숨소리를 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기독교가 통일을 시대적 사명으로 깨닫고 북한.통일선교에 온 힘을 쏟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020년 5월
저자를 대표하여
김병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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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개요 및 핵심 내용 요약>

김병로 외 공저의 <그루터기: 북한종교인 가족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찾아서>(2020)는 해방 이전 북한 지역에 존재했던 종교적 전통이 분단과 공산주의 체제 수립, 그리고 극심한 종교 탄압 속에서 어떻게 잔존하고 변용되었는가를 미시사적·구술사적 접근으로 추적한 연구서다. 이 책의 제목인 '그루터기'는 혹독한 벌채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남아 있는 신앙의 남은 자들을 상징하며, 체제의 삼엄한 감시망 아래에서 신앙과 가통을 지켜내거나 혹은 은폐해야 했던 북한 종교인 가족들의 삶을 조명한다.

저자들은 탈북민 심층 면담과 구술 자료를 바탕으로 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지닌 가문들의 생애 궤적을 세밀하게 복원한다. 북한 정권은 정권 수립 직후부터 종교를 '아편'이자 '제국주의의 침략 도구'로 규정하고 성분 분류 사업을 통해 종교인들을 '적대계층'으로 분류하여 탄압과 격리를 지속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종교 조직과 건물이 완전히 소멸된 이후에도, 사적 영역인 가정과 친족 네트워크 내부에서는 종교적 기억과 신앙적 습속이 비밀리에 전승되는 독특한 지하 신앙 지형이 형성되었다.

본서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북한 종교인 가족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첫째, 종교 탄압과 성분 체제 아래에서의 생존 전략이다. 종교인 집안 출신자들은 사회적 상승 이동이 차단되고 지속적인 감시와 차별을 받았다. 이들은 공적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사회주의 규범과 수령 우상화 체제에 순응하는 외양을 취하면서도, 사적 영역에서는 은밀한 기도, 성경 암송, 특정 종교적 관습의 유지 등을 통해 이중적 삶을 살아내야 했다.

둘째, 세대 간 신앙 전승의 딜레마와 단절, 그리고 변용이다. 1세대 신앙인들은 자녀들이 겪을 정치적 불이익과 숙청의 위험 때문에 신앙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자녀 세대는 부모의 행동(식사 전 기도, 특정 서책의 보관 등)을 의문스럽게 바라보며 자라났고, 일부는 성장 후 탈북 과정이나 성인이 된 이후에야 부모의 신앙 정체를 깨닫는 양상을 보였다.

셋째,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와 신앙의 재부상이다. 1990년대 경제 위기와 배급망의 붕괴는 주민들의 생존 방식을 변화시켰고, 국경 지역을 통한 외부 세계와의 접촉 및 지하교회 망과의 연계는 잠재되어 있던 종교적 심성을 자극하거나 새로운 신앙 유입의 계기로 작용했다.

<학술적 의의 및 비평>

<1. 거시적 제도사에서 미시적 생활사로의 방법론적 전환>

기존의 북한 종교 연구는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나 조선불교도련맹 같은 관변 단체의 대외 선전 활동, 혹은 헌법 조항과 정권의 종교 정책을 분석하는 거시적·제도사적 접근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연구는 '공식적 종교의 소멸'이라는 정권의 선언을 역설적으로 수용하여, 북한 내 실재하는 종교성을 평면화하는 한계를 지녔다.

본서는 구술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국가의 공식 통제 영역 이면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인간들의 종교적 실천'을 입체적으로 복원해냈다. 이는 억압적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인간의 내면적 신념과 영적 지향은 완전히 박멸되지 않으며, 일상과 가족이라는 미시적 공간 속에서 끈질기게 잔존함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학술적 진전을 보여준다.

<2. 성분 제도와 종교적 정체성의 상호작용 규명>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북한 특유의 신분 제도인 '성분(토대)'과 종교적 유산이 결합하는 방식을 정교하게 분석한 데 있다. 종교인 가족은 단순한 억압의 수동적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고, 가문의 낙인을 극복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체제 내 노동에 헌신하거나 역설적으로 사회 주변부에서 독자적인 생존 메커니즘을 발전시켰다. 국가의 낙인찍기가 오히려 가족 내부의 유대감과 비밀주의적 결속을 강화하는 역설적 기제로 작동했음을 밝혀낸 대목은 종교사회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통찰을 제공한다.

<3. 자료의 한계와 비판적 성찰>

다만 연구 방법론상 탈북민의 회고적 기억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로 남는다. 면담자의 현재 시점에서의 신앙적 재해석, 과거 기억의 왜곡 또는 과장, 특정 사례의 일반화 위험 등은 구술사 연구가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난제다. 특히 개신교 중심의 증언이 상대적으로 두터워 불교, 천도교 등 타 종교 전통의 연속성과 차별성이 충분히 균형 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측면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론적 평가>

<그루터기>는 북한 사회를 단순히 획일화된 전체주의 공간으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단선적 시각을 교정하고, 감시와 통제의 균열 속에서 숨 쉬어 온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의 자취를 찾아낸 소중한 성과물이다. 한반도 종교사의 단절된 고리를 잇는 동시에, 향후 남북 주민 간의 심리적·문화적 통합과 종교적 대화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필독의 연구서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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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로·윤현기·이원영·천지혁, <그루터기: 북한종교인 가족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찾아서>(박영사, 2020) — 요약 평론

먼저 자료상의 한계를 밝혀둔다. 현재 공개 웹에서 확인되는 것은 책의 상세 목차와 출판사 소개, 저자·연구 프로젝트 정보까지이며 본문 전체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개별 가족의 이름이나 구체적인 일화를 만들어 넣지 않고, 책의 구성과 연구 목적에서 확인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책은 2003년 시작된 이른바 <그루터기 프로젝트>가 17년 동안 추적한 결과를 2020년에 단행본으로 정리한 것이다. 핵심 질문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중요하다. 해방 직후 북한 지역에 존재했던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북한 체제가 수립된 뒤 어떻게 되었으며, 그들의 자녀와 후손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고, 신앙은 얼마나 남아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1. 이 책의 독특한 출발점 ― <교회>가 아니라 <가족>

북한 기독교를 다루는 기존 논의는 대개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해방 이전 평양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기독교의 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정권 수립 이후의 종교 탄압과 공식 종교정책이다. 그러나 <그루터기>는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즉,

<교회가 사라진 뒤 그 교회를 다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책의 주인공은 목사나 유명한 순교자만이 아니라 그들의 아내와 자녀, 손자녀, 장로와 평신도 가족들이다. 목차가 제3장 <목사 가족 이야기>, 제4장 <장로 가족 이야기>, 제5장 <무명의 신앙인 가족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관점은 상당히 중요하다. 종교를 교리나 제도만으로 보지 않고 <가족을 통해 전달되는 생활문화>로 보기 때문이다.

교회당이 없어지고 목사가 사라져도 어머니가 아이에게 가르쳐준 기도, 할머니가 기억하는 찬송가, 제사나 장례에 대한 태도, 술·담배나 생활윤리에 대한 습관, 가족 안에서 전해지는 “우리 집은 원래 예수 믿던 집안이었다”는 기억은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핵심어 <그루터기>는 매우 적절하다. 나무는 잘려나갔지만 뿌리와 밑동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미지다.

2. 제1부 ― 북한 기독교의 <소멸>보다 <생존 형태>를 묻는다

책은 3부 7장으로 구성된다. 제1부는 <북녘 그루터기 생존 역사>이며, 제1장에서는 연구의 의의를, 제2장에서는 <북녘 그루터기 신앙공동체의 역사와 생존 양태>를 다룬다. 제2부에서 가족들의 삶을 추적하고, 제3부에서는 이 가족사를 통해 북한교회사를 다시 해석한다.

여기에서 저자들이 던지는 중요한 문제는 북한 기독교를 단순히

<1945년 이전 번영 → 공산화 → 박해 → 소멸>

이라는 직선적 서사로 보아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적 기독교는 심각하게 해체되었지만 개인과 가족의 기억까지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 틈이 <그루터기>가 찾으려는 공간이다.

이것은 종교사회학적으로 매우 흥미롭다. 종교는 교회에 등록되어 있는가 여부만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에는 신앙, 기억, 가족 전승, 의례, 윤리, 정체성이라는 여러 층위가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공개적으로 “나는 기독교인이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예배에도 참석하지 않더라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종교적 기억이 삶의 깊은 곳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루터기>가 찾으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가시적 종교성>이다.

3. 제2부 ― 종교 탄압의 역사를 <가족사>로 읽는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제2부다.

목사 가족, 장로 가족, 그리고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평신도 가족을 따로 다룬다는 것은 북한 기독교사를 지도자 중심의 교회사에서 생활사로 이동시키려는 시도다.

이렇게 보면 북한에서 기독교가 겪은 변화는 단순한 <신앙 자유의 제한> 문제가 아니다.

한 가족에게는 훨씬 복잡한 선택의 연속이 된다.

아버지가 목사였다는 사실을 숨겨야 할 수도 있고, 자녀들은 부모의 신앙을 존경하면서도 자신의 사회생활을 위해 거리를 둘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기독교는 신앙인 동시에 위험한 가족사이며, 또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비밀스러운 기억일 수 있다.

그래서 세대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신앙 → 무신앙

이라는 전환이 아니다.

오히려

<공개적 신앙 → 은밀한 신앙 → 가족 기억 → 희미한 문화적 흔적>

이라는 여러 단계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이 연구는 포착하려 한다.

바로 이 점에서 <그루터기>는 흔히 주장되는 <북한의 지하교회가 얼마나 많은가>라는 질문보다 흥미롭다. 지하교회 숫자를 계산하려는 것보다 종교가 극심한 정치적 단절 속에서도 어떤 형태로 기억되고 전승되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4. 이 책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분 ― <무명의 신앙인>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제5장의 <무명의 신앙인 가족 이야기>다.

북한 기독교사를 이야기하면 흔히 유명 목사, 평양의 대형교회, 순교자, 월남한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나 실제 기독교 공동체의 대부분은 이름 없는 평신도였다.

그들의 흔적을 복원하는 것은 교회사뿐 아니라 사회사적으로도 중요하다.

교회를 이끌던 목사가 없어져도 평신도 가족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종교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도는 소멸했지만 기억은 소멸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명제라고 본다.

5. <북한에는 종교가 없다>는 명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루터기>를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에도 몰래 기독교인이 많이 살아 있었다”는 식의 증명 자료로 읽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읽으면 오히려 책의 의미를 축소한다.

더 중요한 질문은 북한 사회가 주민들의 과거 종교적 기억을 얼마나 완전히 재구성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국가는 제도를 없애고 교육을 바꾸며 공식적인 종교 언어를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의 기억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그루터기>는 북한 사회의 <종교성>이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공개적인 기독교 신앙이 사라졌다고 해서 인간의 초월적 세계관, 의례적 사고, 구원에 대한 갈망, 가족을 통한 종교적 기억까지 없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북한을 단순히 <무신론 국가>라고 부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6. 그러나 책에는 분명한 신학적 방향성이 있다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지점도 있다.

제7장의 제목이 <믿음의 후예 그루터기의 부활을 기대하며>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저자들은 종교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인 관찰자가 아니다. 연구 대상인 옛 북한 기독교인의 후손들이 다시 기독교 신앙을 회복하기를 기대하는 관점이 연구에 들어 있다.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연구자의 희망>과 <역사적 증거>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가족이 할머니의 찬송가를 기억한다고 해서 그 후손을 자동적으로 <잠재적 기독교인>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가족 기억은 남아 있어도 신앙은 이미 소멸했을 수 있다. 반대로 부모 세대의 종교적 정체성을 거부하는 것 역시 후손이 가진 정당한 역사적 경험이다.

따라서

<기독교 기억의 생존>

<기독교 신앙의 생존>

은 엄격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방법론적 주의점이다.

7. 또 하나의 한계 ― 생존자의 기억

17년에 걸쳐 가족사를 추적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출판사 역시 이 연구가 2003년에 시작되어 2020년에 결실을 맺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가족사와 구술사는 언제나 기억의 문제를 안고 있다.

몇십 년 전 일을 후손이 회상하면 실제 사건과 가족 안에서 반복되어 온 이야기가 섞인다. 특히 분단 이후 남과 북이 서로 적대해 온 상황에서는 기독교 가족의 경험도 <공산주의 박해 서사>나 <반공주의 기억>을 통해 재구성되었을 가능성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증언은 틀렸다고 버려야 할 자료가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와 함께
<그 일이 후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어 왔는가>

를 동시에 읽어야 하는 자료다.

바로 그때 이 책은 단순한 북한선교 자료를 넘어 훌륭한 분단사회 가족사가 된다.

8. 이 책이 보여주는 더 큰 역사 ― 분단은 가족의 정신세계까지 갈랐다

<그루터기>를 더 넓게 보면 한반도 분단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945년 이전에는 평양·평안도·황해도를 비롯한 북부지역에 상당한 기독교 공동체가 존재했다.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그중 많은 사람이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 결과 남한의 기독교는 북한 출신 기독교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북쪽에서는 그들이 남긴 가족들이 전혀 다른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따라서 한 기독교 집안이

<월남한 가족 / 북한에 남은 가족>

으로 갈라졌다면 같은 조상과 같은 종교적 뿌리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전혀 다른 신앙·정치·사회적 정체성을 갖게 된 셈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분단은 영토만 나눈 것이 아니다.

<기억과 신앙과 가족의 계보까지 재편했다.>

<그루터기>가 가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거대한 분단사를 가족이라는 작은 단위에서 다시 보여준다는 데 있다.

종합평가

나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공헌을 <북한에 기독교인이 살아남았는가>를 밝혀내는 데만 두고 싶지 않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한 사회의 종교제도를 국가가 해체한 뒤에도 신앙과 종교적 기억은 가족 속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가?>

이 질문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련과 중국의 종교, 일본 식민지기의 종교정책, 심지어 현대의 급격한 세속화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종교사회학적 질문이다.

동시에 이 책을 북한 기독교의 <부활을 예고하는 책>으로 읽는 데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루터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과 그 나무가 다시 과거와 동일한 모습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이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가 언젠가 크게 변화한다 해도 후손들이 조상의 신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므로 <그루터기>의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은 미래의 선교적 전망보다 과거의 기억을 발굴하는 작업에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그루터기>는 “북한에서 기독교가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을 “교회가 사라진 뒤에도 사람과 가족 속에 무엇이 남았는가?”라는 훨씬 좋은 질문으로 바꾼 책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질문 때문에 이 책은 북한 교회사라기보다 <분단이 한 인간과 한 가족의 신앙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추적한 생활사·기억사>로 읽을 때 가장 흥미롭다.

저는 특히 이 책을 김병로의 <북한사회의 종교성: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종교양식 비교>와 함께 놓아보면 더 흥미로운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그루터기>가 <억압 속에서도 남아 있는 옛 기독교의 기억>을 추적한다면, 전자는 <기독교가 약화된 자리에 북한 체제 자체가 어떤 종교적 형식을 만들어냈는가>를 묻기 때문이다. 두 작업을 결합하면 <옛 종교의 잔존 + 새로운 정치종교의 형성>이라는 훨씬 입체적인 북한 종교사회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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