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로 (지은이)통일연구원(KINU)2000-

저자 및 역자소개
김병로 (지은이)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럿거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및 북한연구실장을 거쳐, 아신대학교 교수 및 북한연구소 소장, 제22대 북한연구학회 회장, 통일부·국방부·국가정보원·KBS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상임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발 평화학』,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 Two Koreas in Development, 『다시 통일을 꿈꾸다』 등이 있고, 공저서로는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주민 통일의식』, 『평화의 여러 가지 얼굴』,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 『문서로 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한국형 발전모델의 대외관계사』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한국과 조선>,<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한반도發 평화학> … 총 46종 (모두보기)
김병로의 <북한사회의 종교성: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종교양식 비교>에 대한 요약 및 평론입니다.
[도서 요약]
<1. 문제의식 및 연구 배경>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극심한 경제난과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북한 체제가 지속성을 유지한 배경에는 주체사상이 지닌 강력한 종교성이 자리 잡고 있다.
<2. 주체사상과 기독교 종교양식의 구조적 비교>
저자는 종교의 구성 요소를 교리, 의례, 공동체 윤리, 상징체계로 세분화하여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유사성을 도출한다.
교리와 세계관: 기독교의 삼위일체론(성부, 성자, 성령)은 북한의 <수령-당-대중>이 결합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과 일치한다. 육체적 생명은 부모로부터 받지만 영원한 사회정치적 생명은 수령과 당을 통해 얻는다는 논리는 기독교의 영생관 및 구원론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또한 공산주의 유토피아에 대한 확신은 기독교의 종말론적 천국 대망과 상통한다.
의례와 제의: 기독교의 성경과 예배당은 각각 <김일성 교시집/말씀집>과 <김일성혁명사상연구실>로 치환된다.
정기적인 생활총화에서 수령의 교시를 인용하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구조는 성경 낭독, 설교, 그리고 참회 기도 및 회개의 구조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상징과 언어: 기독교인이 십자가를 몸에 지니듯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착용한다.
언어 체계에서도 <은혜>, <사랑>, <믿음>, <구속>, <영생> 등 전통적 기독교 종교 언어가 수령과 주민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어휘로 작동한다. 도덕과 행동규범: 주체사상은 지도적 원리와 각종 실천 운동(좋은 일하기 운동 등)을 통해 금욕적이고 헌신적인 도덕성을 요구하며, 이는 청교도적 계율 및 실천 지향적 기독교 윤리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3. 종교화의 기원과 신앙의 다층성>
주체사상이 기독교적 형태를 띠게 된 배경으로 김일성의 기독교 가문 배경(외가 강씨 집안의 독실한 개신교 전통), 김정일의 성장 환경, 그리고 해방 전 평양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강력한 기독교 부흥 운동의 문화적 잔재가 지목된다.
한편 저자는 북한 주민 전체가 맹목적인 신자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신앙의 깊이에 따라 열렬한 신자, 의심과 신앙을 공유하는 자, 형식적 신자, 내면적 불신자 등으로 다층화되어 있으며, 이들이 수령교라는 거대한 제도 종교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학술적 평론]
<1. 체제 분석의 패러다임 전환>
본 저작은 북한을 단순한 마르크스-레닌주의 변종이나 전체주의적 공포정치 모델로만 바라보던 기존 정치학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했다. 북한 주민의 복종과 결속을 물리적 강제력이 아닌, 내면화된 <신앙적 헌신>과 <초월적 정당화>의 기제로 설명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내구성을 설득력 있게 해석한다. 특히 주체사상을 이데올로기가 아닌 실질적인 <수령교(Suryong-ism)>라는 민족종교로 규정한 점은 북한 사회학 분야에서 중요한 분석 틀을 제공했다.
<2. 비교종교학적 적합성과 방법론적 기여>
외형적 유사성 나열에 그치지 않고, 생명관·구원관·의례체계·상징자본 등 종교학적 지표들을 정밀하게 대입하여 주체사상이 기독교를 어떻게 세속화·정치화하여 흡수했는지 논리적으로 입증했다. 마르크스주의가 종교를 아편으로 규정하고 배격한 것과 달리, 북한은 종교의 형식과 감정을 전유하여 세속 종교로 변모시켰다는 통찰은 사회주의 비교 연구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3. 한계 및 탈북·통일 담론에의 시사점>
기독교적 기원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동아시아 가부장제, 성리학적 충효 사상, 샤머니즘적 현세구복 신앙 등 전통적 종교·문화 요소와의 융합 과정을 다소 부차적으로 다룬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체제 붕괴나 통합의 국면에서 북한 주민들이 겪을 혼란이 단순한 경제·정치적 재편이 아니라 <신(수령)의 상실>에 따른 거대한 종교적·존재론적 아노미(Anomie)일 것임을 예견한 대목은 향후 남북 사회통합과 치유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결정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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