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16, 2019

[인터뷰]‘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소장 조헌정 목사 “분단은 하늘 향한 범죄” - 민중의소리



[인터뷰]‘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소장 조헌정 목사 “분단은 하늘 향한 범죄” - 민중의소리




[인터뷰]‘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소장 조헌정 목사 “분단은 하늘 향한 범죄”

“분단을 고난으로만 끝내선 안 돼… 대화 통해 세계에 희망이 될 새로운 체제와 주의 만들 수 있다”
권종술 기자 epoque@vop.co.kr
발행 2019-03-03 07:53:21
수정 2019-03-03 08: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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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연구소장 조헌정 목사ⓒ민중의소리


“현재 한국 사회는, 촛불혁명에서 비롯된 사회·정치적 변화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거대한 격변의 시기 한 가운데 있다. 옛 시대와 새 시대가 교차하는 이 시기에 한국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모색하면서,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를 창립하게 되었다.”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연구소장인 조헌정 목사(전 향린교회 담임목사)가 지난해 11월 29일 밝힌 연구소 창립 취지문의 첫 구절이다. 새롭게 변화하는 한반도에서 교회의 사명을 다하겠다면서 맡은 일이지만 많은 이들은 조 목사를 걱정했다고 한다. 지난 2월 26일 열린 연구소장 취임예배에서도 참석자들은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도 “과연 축하할 수 있는 일일까”라고 농담을 던지며 우려와 함께 격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많은 이들이 조 목사를 걱정한 건 바로 연구소 이름에 등장하는 ‘주체사상’이라는, 우리 사회에선 결코 입에 떠올려선 안 되는 금기어 때문이다. 더구나 ‘그리스도교(기독교)’가 보수 개신교 세력들이 ‘악의 축’으로 여기는 북의 ‘주체사상’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니 개신교 내에서도 폭넓은 동의를 얻어내기는 다소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험난하고, 어려운 길이지만 조 목사는 “작금의 통일시대를 맞아, 1980년대부터 주체사상과의 대화를 모색해온 신앙 선배들의 뒤를 이어, 화해 협력 선교의 지평을 넓히고 상호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 2월 28일 조 목사를 만나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를 만들게 된 계기와 이후 사업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대화하려면 사상과 철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 없이 어떻게 상대를
깊이 이해하는 대화를 할 수 있겠나.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가 아니라
독백에 불과하다.
대화는 만남을 통해서
서로가 변화하는 과정이다”

“지난해 한신대에서 문익환 목사와 관련한 강연을 했다. 당시에 주체사상 대화 연구소를 한신대에 세우자고 제안했다. 결국 한신대에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후 뜻을 같이하는 후배 목사들과 함께 연구소를 직접 세우고, 제가 연구소장이란 중책을 맡게 됐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이 급속한 속도로 가까워지는데 목사 입장에서 문화 분야 등에서만 교류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정말 다뤄야 할 북의 핵심 사상체계인 주체사상과 사상적 교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선 것이다.”

올해는 문익환 목사가 분단의 장벽을 넘어 평양으로 날아가 김일성 주석을 만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1989년 분단 장벽을 넘었던 문 목사뿐 아니라 개신교 안에선 지난 1980년대부터 주체사상과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1988년 12월 한국기독교사회운동연합 주최로 ‘주체사상에 대한 기독교 입장 토론회’가 열려 북의 주체사상과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내부 토론 등을 거쳐 ‘기독교에서 본 주체사상:대화의 모색을 위하여’라는 책을 1993년 펴내기도 했다. 1989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북미주기독학자회가 북한학술원주체사상연구소 박승렬 소장을 비롯한 주체사상가와 북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남의 여러 신학자들이 함께 수차례 대화를 통해 기독교와 주체사상의 공통점을 찾아 나서는 등 노력을 이어왔다. 1980년대 미국 유학을 떠나 1988년부터 메릴랜드주 벨츠빌 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북미주기독학자회 부회장을 지낸 조 목사는 이런 과정에 함께 했다. 조 목사는 “연구소 설립은 이런 과거의 역사, 20여 년 넘게 끊어졌던 노력이 다시 복원되는 일”이라며 “남에서 ‘주체사상’은 금기다. 1980년대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북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학문적, 종교적으로 접근하고 노력했던 의의가 컸다. 그런 노력은 결코 북을 찬양하는 행위가 아니다. 서로를 알아나가는 과정이다. 대화하려면 사상과 철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 없이 어떻게 상대를 깊이 이해하는 대화를 할 수 있겠나.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가 아니라 독백에 불과하다. 대화는 만남을 통해서 서로가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북을 향해 증오의 말을 던진다.
예수께서 강조한 기독교의 황금률이 있다.
예수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고 했다.
그런 가르침을 받은 이들이
상대와 싸우면 어쩌겠다는 건가.
전쟁하면 모두가 죽는다.”

‘배타적’인 우리나라 개신교 현실을 볼 때 기독교가 다른 사상 또는 종교와 만나 대화하고 이해를 모색하는 것이 낯설게 여겨질 수 있지만 기독교는 자신을 ‘아편’이라 부르며 대립했던 마르크시즘과도 대화에 나선 전통이 있다. 독일의 신학자 한스 이반트는 1958년 체코의 신학자 요셉 로마드카와 함께 기독자평화회의 만들어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와의 대화에 나선 바 있다. 이런 노력은 냉전을 극복하려는 평화운동과 기독교 사회주의 등 새로운 대안을 낳기도 했다.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창립보고 및 조헌정 목사 연구소장 취임감사 예배’에서 취임인사를 하고 있는 조헌정 목사ⓒ민중의소리

하지만 주체사상과 대화에 나서기에 개신교 내부의 분위기는 만만치 않다. 개신교 보수세력 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의 제25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전광훈 목사가 지난 2월 15일 열린 취임식에서 남북정상회담 등 문재인 정부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향해 “이승만 대통령이 세울 때 저항했던 남로당 찌꺼기들하고, 북에서 날아온 주사파 찌꺼기들이 붙어서 청와대를 점령하고, 대한민국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막말을 던진 건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심지어 한기총의 탄생 이유도 ‘반공’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통해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종교적인 신념처럼 우상화하여 북한 공산정권을 적대시한 나머지 북한 동포들과 우리와 이념을 달리하는 동포들을 저주하기까지 하는 죄를 범했음을 고백한다”며 분단 극복과 통일을 다짐한 것에 반대하며 만들어진 것이 바로 한기총이다. 보수 개신교 세력들에게 북의 ‘주체사상’은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박멸’의 대상인 것이다.

“남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북 정권과 사람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형성됐다. 한국전쟁 전에 소련의 반기독교정책으로 기독인들 가운데, 특히 땅을 가지거나, 부자들은 남으로 많이 피신했다. 그러나 가난한 기독교인들은 북에 남았다. 오히려 경작할 땅을 받고 정착해 살기로 결심한 이들이 많았다. 남으로 내려온 기독교인은 북의 정권에 증오심이 컸고, 한국전쟁으로 증오심은 더욱 극대화됐다. 그리고 지금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북을 향해 증오의 말을 던진다. 예수께서 강조한 기독교의 황금률이 있다. 예수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고 했다. 그런 가르침을 받은 이들이 상대와 싸우면 어쩌겠다는 건가. 전쟁하면 모두가 죽는다.”

“북의 교회가 가짜?
뭐가 신앙인이냐를 판별하는 기준이냐?
다른 이의 진정성을 자기 기준으로만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

모든 대화는 서로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독교와 주체사상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남의 기독교에게 북의 주체사상과의 대화가 도전이듯이 북도 마찬가지다. 북에서 기독교는 한동안 ‘외세’의 또 다른 이름처럼 여겨졌다. 황해도 신천군에선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10월 신천군 전체 인구 14만 2,786명의 약 25%인 3만 5,383명이 학살당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신천 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두고 여러 분석이 있지만, 분명한 건 미군이 학살에 상당한 책임이 있었고, 개신교와 천주교의 우익 기독교 세력이 학살에 상당수 가담했다는 것이다. 황해도 신천에 만들어진 ‘신천박물관’엔 십자가와 성경 등이 학살의 증거로 전시돼 있을 정도다. 이런 역사적 경험은 북의 주민들이 기독교를 경계하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이런 속에서도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등이 북에서 기독교의 뿌리를 이어왔다. 또한 김일성 주석의 친가와 외가 모두 기독교와 인연이 있어 기독교와 주체사상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고리가 되고 있다.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인 김형직이 개신교 계열 학교인 숭실중 출신이고, 교회에도 열심히 다녔다. 김일성 주석이 소년시절 일제에 의해 투옥되었다가 손정도 목사에 의해 출옥된 인연도 있다. 김 주석도 어린 시절 어머니인 강반석 집사를 따라 교회에 다녔다. 양강도에 김형직을 추모하는 포평교회가 세워져 있고, 평양엔 강반석 집사를 추모하는 칠골교회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 세력들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위장 종교단체로, 북의 교회와 목사는 ‘가짜’라고 주장한다. 조 목사는 이런 질문에 대해 “뭐가 신앙인이냐를 판별하는 기준이냐?”고 오히려 되물으며 “물론 여러 갈래의 기준을 댈 수 있겠지만 만약 세례가 기준이라면 북의 신자들 모두 세례를 받았다. 성경을 아냐 모르냐가 기준이라면 북의 신자와 목사들도 성서를 잘 아는 분들이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인 강명철 목사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에게 성경을 배우며 자라서 그런지 만나면 성경을 줄줄 외울 정도로 해박하다”고 강조했다.

북의 강명철 목사는 할아버지 강량욱 목사, 아버지 강영섭 목사에 이어 대대로 목회자를 지낸 집안이다. 지난 2014년 방북한 NK Vision 2020 대표이자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장인 최재영 목사는 강명철 목사와 대화를 나눈 내용을 소개한 글에 그의 집안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할아버지는 련맹(조선기독교연맹)에서 일하시고 부주석을 지내셨기 때문에 평소에도 몹시 바쁘셨고 나가 계실 때가 많았으며 출장을 많이 다니셨습니다. 최 목사님이 질문하셨듯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부모님을 비롯한 온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에는 가정례배를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성경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으실 정도로 신앙심이 깊으셨고 기도를 많이 하셨습니다.”

지난 2011년 평양 봉수교회에서 봉수교회 성가대와 함께 통일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조헌정 목사ⓒ조헌정 목사

조 목사는 남과 북의 차이를 교회에서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의 목사는 국가로부터 녹을 받는다. 그런 시스템이 바로 사회주의다. 전 인민이 국가로부터 돈을 받는다. 우리와는 다르다. 북의 목사님들이 노동당 당원일수도 있다. 어떻게 말하면 남쪽의 눈으로는 정부 관료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이들이다. 이런 차이를 알아야 한다. 북도 초기엔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다 1982년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명시됐다. 다만 사회주의 체제의 성격상 포교의 자유가 폭넓게 허용되진 않는다. 종교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크진 않다. 다른 이의 진정성을 자기 기준으로만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

“솔직히 남의 교회는 북의 교회를 향해
뭐라 말할 자격이 없을 정도로 부패했다.
그런 기독교를 북에 전파하자는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교회’를 인정하지 않고 해방 전에 남쪽으로 내려오기 전에 자신들의 교회를 다시 세우겠다며 공격적인 선교를 주장하고 있다. 조 목사는 이런 태도에 대해 “서구의 제국주의적 선교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그런 선교는 가능하지도 않고, 또 일어나서도 안 된다. 서로 대화를 통해서 북의 교회는 우리의 민족의 부흥과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남의 교회는 북의 교회를 향해 뭐라 말할 자격이 없을 정도로 부패했다. 희망도 별로 없다. 지금 남에 있는 기독교인이 가진 신앙의 핵심은 부자가 되는 거다. 이 땅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나가는 신앙이 아니라, 오로지 부자만을 꿈꾼다. 목사도 마찬가지로 교회가 커지는 꿈만 꾼다. 잘못된 신앙이다. 교회의 부패가 폭로되고 하는 속에서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도 많다. 그런 기독교를 북에 전파하자는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조 목사는 ‘분단’을 “하늘을 향한 범죄”라고 말했다. 취임예배에서도 조 목사는 휴전선에서 근무했던 군대 생활과 그곳에서 절망하며 자살했던 동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분단은 인륜에 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그리고 분단이라는 고난을 겪은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함석헌 선생과 김교신 선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함석헌 선생은 1962년 츌간된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이 늙은 갈보의 겨드랑에서, 이빨사이에서, 내장 갈피에서, 자궁 틈어리에서, 뼈 속에서, 세포 속에서, 박히고 끼우고 물들고 스며든 더러움, 늙음 짖어짐을 말갛게 뽑아내자는 것이 이 전쟁이었다”면서 “이 늙은 갈보, 거렁뱅이 처녀, 수난의 여왕이 새날의 임금을 낳으려고 하는 산통의 부르짖음이 6·25”리고 말했다. 지리교사였던 김교신은 일제강점기였던 지난 1934년 성서조선에 쓴 글을 통해 “낭림산 머리 위에 하늘을 향한 왼팔을 백두산 저편까지 높이 뻗치고 장산곶 끝까지 오른팔을 드리워 어루만지려는 듯, 오른 다리인 태백산은 거제까지 굽혀 올리고 왼 다리인 소백산은 진도까지 뻗쳐 디딘 듯. 지구대는 허리에 잘록하고 금강산은 가슴에 드리운 노리개인 듯 몸을 가리운 비단이 동풍에 나부끼며 녹색 평야를 이루었으니 엷고도 가볍도다. 선녀가 바야흐로 구름 위로 솟아오르는 자태인가 아니면 자유의 여신이 대륙을 머리 위에 이고 일어서려고 허리를 펴는 형상”이라고 한반도를 묘사했다. 조 목사는 “우리에게서 고난의 역사를 통해서 세계를 구원할 창의력이 나올 것을 믿는다. 하느님의 뜻하심을 볼 때 남북이 이어온 수치스러운 70년의 역사를 고난으로만 끝내선 안 된다. 함께 만나서 양국민이 동의 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와 주의로 나아가고, 세계를 이끌고 갈 새로운 사상 길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서 고난의 역사를 통해서
세계를 구원할 창의력이 나올 것을 믿는다.
함께 만나서 양 국민이 동의 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와 주의로 나아가고,
세계를 이끌고 갈 새로운 사상 길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 희망을 여는데 그리스도교와 주체사상의 대화가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조 목사는 강조한다. “그리스도교는 종교지만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를 떠받드는 이념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는 경쟁하는 체제다. 이로 인해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극심한 빈부격차로 고통받고 있다. ‘헬조선’,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로 맹점이 크다. 반면에 사회주의는 평등을 내세우지만, 인간의 자유에선 맹점이 있다.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집단의 평등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또 다른 제3의 사회체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세계가 직면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진다.”

조헌정 광복 70돌 서울준비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2015년 5월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광복 70돌 6·15공동선언발표 15돌을 맞아 개최한 '평화통일 서울시민 1000인 원탁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아울러 조 목사는 기독교와 주체사상의 대화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기독교는 종교이고, 주체사상은 철학의 영역을 다루지만 종교적 성격도 가진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북의 헌법 서문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영생론을 언급하고 있다. 영생은 종교적 언어이자, 신앙적 차원의 고백이다. 종교적 관점에서 상관관계가 되는 부분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또 주체사상의 많은 주장이 기독교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그리고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인간관을 공통점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주체사상은 인민대중을 역사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이런 부분은 예수와 기독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말과도 통한다.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라고 하는 고백은 내가 땅의 권력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속한 사람이라는 자의식이다. 그리고, 이런 고백을 통해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삶을 살겠다는 고백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주체사상과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

“북도 잘하는 것이 있고,
우리도 못하는 것이 있다.
북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흑백논리에 젖어선 안 된다.
진리는 절대적일 수 없다.
진리는 대화와 비판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이것만이 진리라 말하는 순간,
이미 진리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굳건한 상황에서 주체사상과의 대화는 대화자체만으로도 위험한 도전이다. 지난 1991년 당시 일흔을 바라보던 신학자 박순경 선생은 그해 7월 동경에서 있었던 ‘제2차 기독자 동경회의’에서 ‘기독교와 민족통일의 전망’이라는 제목의 주제강연을 통해 한국의 서양 기독교 선교의 유산을 물려받은 반공기독교가 반통일세력이 된 것을 비판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것이 민족해방, 민족통일의 길이라면서 북의 주체사상에서 주장하는 인간개조론, 수령론 등도 민족복음화의 관점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문제가 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3번이나 만났고, 언제 일지 모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의 논리를 따르자면 북은 나라가 아니다. 그런 논리에 의하면 정상회담이라는 말도 쓸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부르지만 국보법의 논리에 의하면 반국가단체 수괴일 뿐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민과 민이 만나는 것을 국보법으로 막아선 안 된다. 북이 잘한다고 하면 고무찬양이라 한다. 북도 잘하는 것이 있고, 우리도 못하는 것이 있다. 북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흑백논리에 젖어선 안 된다. 진리는 절대적일 수 없다. 진리는 대화와 비판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이것만이 진리라 말하는 순간, 이미 진리가 아니다.”

위태로운 도전이지만 조 목사와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는 사명감을 가지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한 달에 1번 세미나, 6개월에 한번 공개 세미나가 있고, 이걸 기반으로 책을 내려 한다. 그 외에도 필요에 따라서 부정기적으로 강연회도 개최하는 등 통일의 기운을 민중 사이에 승화하고 확대하려 한다.” 지난 2월 12일부터 13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새해맞이 모임 참여를 위해 방북한 조 목사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인 강명철 목사 등과 만나 “예전에 남북교류가 막힐 당시엔 세계교회협의회의 중재로 해외에서 남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남북 교류의 문이 없어지고, 모든 분야에서 서로 오가는 상황에서 그런 정도의 만남으로 기독교 역할을 다 못한다. 다른 기관에서 할 수 없는 사상적 교류와 대화로 기독교의 역할 키워나가자”고 제안을 했다. 조 목사는 “향후 정세에 따라, 북측 종교기관 및 학술단체와의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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