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26, 2019
‘김원웅 쓰나미’ 여당 덮치다 - 시사저널
‘김원웅 쓰나미’ 여당 덮치다 - 시사저널
북한 돕기 앞장선 김필주 박사“종자 지원,식량보다 훨씬 효과적”
남문희 기자 (bulgsisapress.com.kr)
승인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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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지원하면 북한 식량 사정 크게 개선”북한이 재미 동포 김필주 박사(62)에게 붙여준 별명은 ‘오늘의 문익점’이다. “과거 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왔듯이 김박사는 곡물 종자를 들여와 식량난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북한 방송이 소개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평화문제연구소와 농어촌진흥공사가 지난 5월27일 공동 주최한 ‘북한 식량 증산을 위한 남북 협력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러 서울을 방문한 김박사는 이런 내력을 소개하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조용히 힘 닿는 데까지 돕고 싶을 뿐 거창하게 소개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종자 전문가로서 89년부터 3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그가 기울여온 노력을 들여다보면 북한 방송의 소개가 과장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남북차관급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진 지 며칠 뒤인 지난 6월3일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그는 북한 식량난을 획기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30여 차례나 북한을 다녀오셨는데 언론에는 별로 등장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북한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을 활용해 힘 닿는 데까지 돕기 위한 것이었지 언론 홍보를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자칫 잘못 소개될 경우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조차 못하게 될 것도 염려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언제 다녀 오셨습니까? 그리고 그쪽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지난해에 10여 차례 다녀왔고 올해는 연초에 한 번 갔었습니다. 지난해 작황을 참고해보면 올해에도 약 1백50만t 정도가 부족합니다. 96년과 97년에 비해서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89년부터 북한을 방문하신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계기였습니까?
미국에 파이오니아 하이브리드라는 종자 회사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회사지요. 저는 85년부터 92년까지 이 회사 기술 보급 담당 이사로 근무했는데, 주로 동유럽 국가들을 상대했습니다. 루마니아 헝가리 유고 체코 등을 다니며 이들 국가에서 옥수수나 해바라기 종자를 생산해 서유럽에 판매하는 일이었지요. 북한과의 접촉은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북한 역시 종자 개량에 관심이 많았고, 회사에서도 북한의 옥수수 생산 현황을 알고 싶어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재미 교포 중 한 분이 옥수수 종자가 절실히 필요한 북한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의뢰해와 첫 방문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동안 북한과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 종자 개량을 위한 교류가 활발했습니까?
물론입니다. 김일성 주석이 생존했을 때에도 벼농사나 옥수수 농사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절대적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옥수수 종자 개량에 관심이 지대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유고나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 멕시코 쿠바 같은 중남미 국가,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했습니다. 86년에는 로마 국제유전자원연구소(IBPGR)에 가입했고, 또 탄자니아에 옥수수연구소를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옥수수 종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생산 현황은 어떻습니까?
벼라든가 보리 밀 감자와 달리 옥수수는 암수 교배로 얻어진 교배 잡종을 심어 생산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체에서 개발한 것과 동유럽이나 서유럽 쪽에서 들여와 교배한 것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화성 1호가 그 중 대표적이고, 그밖에도 황주1호·해주1호·평남7호 등이 있습니다. 처음 갔을 때만 해도 교배 잡종의 순도가 매우 높아 수확이 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잇단 수해 피해와 종자 개량을 위한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순도가 형편없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또 종자 보급도 제대로 안돼 이런 상태로는 식량 자급이 대단히 어려운 상태지요.
북한의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종자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시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단적인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올해 북한에 부족한 식량 1백50만t을 옥수수로 전부 구입한다고 할 때 드는 비용은 t당 구매가를 1백50달러로 가정할 때 연간 2억2천5백만 달러입니다. 그러나 종자를 지원해 자체 생산을 유도할 경우 연간 약 1천2백만 달러면 충분합니다. 즉 곡물을 지원하는 비용의 20분의 1만 있어도 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해서 그런 계산이 가능합니까?
보리의 경우 종자 한 개를 지원하면 여기서 곡물 28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밀은 20개, 옥수수는 4백개 등으로 그 효과가 엄청나지요. 여기에 종자 가격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도 단순 식량 지원보다 10~20배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지요.
종자 지원만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종자 지원 이전에 시설 투자가 필요합니다. 즉 지원된 종자를 가지고 이를 증식할 시설과 좋은 종자만 가려내기 위한 정선 시설을 먼저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지원된 종자를 활용할 수 있지요. 제 판단으로는 정선 공장은 서북 지역과 서남 지역, 동해안 등 세 군데에 하나씩 지어야 합니다. 처리 규모도 3만5천t급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약 3천6백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증식 시설을 위한 자금 약 2천만 달러를 합치면 우선 당장 5천만∼6천만 달러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만 투자해도 몇억 달러를 투자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종자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아무리 좋은 종자라 해도 북한의 토양이나 기후·병충해 등의 조건에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습니다. 저는 89년부터 최근까지 옥수수 종자만 해도 이미 60여 종을 테스트했습니다. 현재는 어느 지역에 어떤 종자가 가장 적당한지 대강 파악이 끝난 상태지요. 예를 들어 미국 종자 중 6631이라는 종자는 북한의 화성1호보다 수확량이 24% 정도 많았습니다. GL646이라는 종자도 효과가 좋았지요. 이밖에 파이오니아 사의 10여 개 품종이나 다른 회사의 5∼6개 품종도 매우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옥수수는 미국산이 좋다고 봅니다. 그만큼 개량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벼나 채소는 한국산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10여 개를 테스트했는데 우수한 품종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종자를 사용할 것인가는 이미 파악했지만, 앞으로도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종자만 하더라도,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미국 정부의 북한 정책과 연관되어 있고, 개별 기업의 종자는 로열티 지불이라는 문제가 남게 됩니다. 여하튼 종자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앞에서 언급한 시설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박사님의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 경우 그 효과는 언제부터 나타나게 됩니까?
3∼5년 후에 북한 식량 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적어도 먹고 사는 것은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향상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조건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현재처럼 식량 지원이 계속 이루어져야 하고, 또 비료나 농기계 등 농업 전반에 대한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3∼5년만 지나면 어느 정도 자급 자족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 계획이 있습니까?
우선 미국 정부와 접촉해 공용 종자 사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미국이나 유럽계 종자 회사들과도 접촉할 예정입니다. 시설 투자가 문제인데, 이것을 위해 한국 정부가 나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만간 다시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에 공식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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