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은 왜 굶주릴까?... '독재 체제 목표는 정권 유지, 주민은 관심 밖'

사진 출처,Reuters사진 설명,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2년 10월 12일 평양에서 열린 만경대·강판석혁명학교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기사 관련 정보기자,한상미
기자,BBC 코리아
2022년 11월 8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경제적 풍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1면에 평양 송화거리와 보통강 강안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 함경남도 연포온실농장,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등을 올해의 성과로 나열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이들 성과가 "쌀을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꼬드기는 음흉한 자들의 '원조' 속에 마련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며 "인민들 스스로 쟁취한 것"이라고 독려했다.
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가 제안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의료용품, 식량 지원을 거부하고도 나름 가시적 결과물을 냈다고 선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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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아울러 이 모든 성과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영도의 고귀한 결실"이라며 김 위원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마식령 스키장과 옥류아동병원, 문수물놀이장 등을 "신화적인 기적들"로 칭송했다.
이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에 "북한의 최근 이례적인 대남-대미 강경 공세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체제 결속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내부 결속 차원에서 계속해서 비사회주의 투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제재로 더 견디기 어렵다는, 즉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업적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굳이 '원조'를 언급한 것은 어차피 현실적으로 대외교류가 어렵고 이미 자력갱생 노선을 천명했기 때문에 결국 체제 결속 및 자력갱생을 통한 장기전을 강조하는 흐름이라고 부연했다.
김일성 유훈 '쌀밥에 고깃국'
북한에서 '인민들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아직도 김일성 주석의 유훈으로 남아 있다. 그는 1962년 처음 이 같은 언급을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60년이 흐른 지금, 북한은 여전히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80만 톤 내외로 추정했다. 전체 북한 주민들의 2~3개월 치 식량이다.

사진 출처,KCNA사진 설명,조선중앙통신(KCNA)이 공개한 2017년 9월 29일 사진 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810부대 1116번 농장을 방문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식량 부족은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대외 봉쇄에 따른 곡물 외부 도입량의 축소, 가뭄 등 자연재해 극복 노력 등이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86만 톤 가량으로 추정하고 코로나 등으로 인한 경제적 제약에 따라 주민들의 식량안보 취약성이 가중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3월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2월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발표된 것으로, 경제난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밥에 고깃국'은 북한의 영원한 숙제인 셈이다.
'독재 국가에서 국민이 잘 살면 체제 무너져'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재 체제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독재 정권의 첫 번째 목적은 권력 유지다. 이를 위해서는 권력을 지켜주고 옹호해줄 지배연합이 필요한데 이들이 바로 북한 군부와 엘리트 집단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지배연합은 존재한다. 정권이 교체되면 정부 산하 기관들에 '자기 사람들'을 배치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국가 운영 차원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독재 국가에서는 특히 더 심할 수밖에 없다"며 "독재 정권들의 경제가 하나같이 피폐해지는 이유는 권력 유지를 명분으로 지배연합의 부패 면허를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독재 권력 유지를 위해 주민들을 수탈하고 자연스레 인권 탄압으로까지 가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부여한 권한으로 뇌물을 받고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곧 김정은이 주는 월급이자, 독재 권력 체제의 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민들이 먹고 살만한 여건이 되면 민주화 바람이 불게 되고 결국 독재 정권을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주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독재 국가에서 군사비란?
북한은 전 세계 170개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무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1년 세계 군비지출∙무기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GDP의 21.9%~26.4%를 군비로 사용했다.
특히 2019년에는 GDP의 26% 이상을 군사비로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2위인 오만(11.8%)과 3위 사우디아라비아(9.7%)와도 상당히 큰 격차다.
한국국방연구원 출신 이창형 '대륙전략연구소' 소장은 "정상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주민들의 생존, 최소한의 복지 등을 완전히 외면한 군사 중심의 국가 형태라는 얘기다.

사진 출처,Reuters사진 설명,2022년 11월 7일 조선중앙통신(KCNA)은 미공개 장소에서 촬영된 날짜 없는 미사일 발사 장면들을 공개했다
그는 "중국이 군비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럴 경우 내수 경제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이를 알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외 무역을 오로지 중국에만 의존하고 자력갱생을 외치며 핵∙미사일 개발에만 매진하는 북한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결국 일반 주민들의 삶은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GDP의 2.4%~2.7%, 미국은 3.3%~5.2%를 군사비로 지출했다.
'재생산 불가'…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
이 같은 막대한 군사비 지출은 결국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라는 평가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결국 구 소련과 동유럽이 체제 해제를 결정하고 중국과 베트남이 개혁개방 및 시장화라는 나름의 활로를 모색했다는 것이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 해체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후 핵무력과 국방력을 강화하면서 자원분배의 모순이 더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고집하고 인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자력갱생, 체제 결속에 매달리는 상황"이라며 "핵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선택하는 것 외에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수많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미국을 상대하면서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의 압박까지 받는 상황에서 체제를 유지하려면 강력한 군사력이 필수라는 지적도 있다.
김진무 교수는 "핵을 개발하고 120만 대군을 유지하려면 GDP 대비 군사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다가 독재 정권의 기본적인 정책 수단은 '우상화'로 따라서 북한 전역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특각(별장), 성역화된 만경대 등의 유지∙보수비, 선전매체 유지비 등이 필요한 상황.
김 교수는 "이 자체 액수는 크지 않지만 북한 경제가 워낙 작기 때문에 여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경제는 한국 경제의 약 1/40 수준이다.
아울러 "물건을 팔아 수익이 나오면 그것을 재투자를 해야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데, 북한은 기본적으로 생산을 해서 대부분 군사비와 수령 경제에 소비하다 보니 이제는 재생산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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